“이번 선거는 경고 넘어 기대 없다는 표현”···국민의힘, 참패 15일 만에 토론회

정대연·이두리 기자 2024. 4. 25. 17: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명호 동국대 정외과 교수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15일 만인 25일 당 차원의 총선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총선 출마자들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은 하나도 안 먹혔다” “유능하지도 않고 실력도 없어 보이는 세력에게 어떻게 미래를 살아가야 할 젊은 층이 표를 줄 수 있겠느냐”며 윤석열 정부와 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취약한 수도권, 40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패배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영남 자민련’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당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병에 출마해 낙선한 그는 “영남 인구가 (호남에 비해) 많기 때문에 (지역구 전국 총 득표율이 더불어민주당에 불과) 5.4%포인트 졌지만, 실제로 수도권에서 전멸한 것”이라며 “소선거구제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총장은 “경제가 어렵고 사람들은 다 아우성 치고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데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나 정부 경제 관료들이 맨날 ‘수출이 더 잘 되고 있다’는 얘기만 해댄다”며 “물가가 오르는데 장사가 안 되는 것에 대해 집권당도 정부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절망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부·여당의 현실 인식이 시민들과 괴리됐다는 것이다.

김 부총장은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이미지(PI) 구축 면에서도 “완전히 망했다”고 했다. 김 부총장은 “뻑하면 대통령이 격노한다는 표현이 언론에 나온다. 격노해야 할 건 국민”이라며 “대통령 이미지가 이렇게 된 건 최근 이종섭 대사 (출국), 김건희 여사 파우치, 황상무 수석 막말, 대파 소동, 의대 정원 때문이 아니다. 2년 내내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했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21대 국회 때 궤멸적 패배를 당했을 땐 당이 무너지는 것처럼 우리가 대성통곡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번엔 저번과 거의 다르지 않은 결과물을 받았음에도 되게 안일하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2년 전 승리한 대선과 지방선거 경험을 가지고 당에서 “희망회로가 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당선인은 험지에서 당선된 비결에 대해 “우리 당 하는 거 반대로만 했다”며 “이·조 심판 얘기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당에서 내려오는 현수막 4년 동안 한 번도 안 걸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이 수도권 민심과 전혀 다른 구호만 외쳤다며 “수도권 중심으로 당이 개편되고 수도권 낙선인 목소리를 절대적으로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당직자 출신인 서지영 부산 동래 당선인은 “(유권자들이) 보수 정치 세력에 대한 경고를 넘어서 기대가 없다는 것을 이번 선거로 표현한 것”이라며 “보수 정당은 능력이나 실력은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조차 확인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 당선인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운 시스템 공천에 대해 “얼마나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었고 좋은 공천이었다고 인정받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 세대 구성 면에서 보수 정당의 선거 참패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전문기자 출신인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은 “2002년 대선 출구조사에서 당시 20대의 이회창 후보 득표율은 32%, 노무현 후보 득표율은 62%였다”며 “이번 총선에서 당시 20대였던 현재 40대의 전국 지역구 득표율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63%로 22년 전과 똑같다. 그동안 세대 이슈를 방치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86세대의 막내가 5년 정도 지나면 60대가 된다”며 “보수는 도대체 어디서 지지를 얻을 것인지 적극적으로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을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 ‘사포당(40대를 포기한 정당)’으로 부르며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배 소장은 경기는 부동산, 교통, 교육 문제에, 40대는 직장갑질, 체불임금, 이직, 재테크 등에 집중해 맞춤형 전략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 이념의 협소화에 따른 지지층 축소 문제도 지적됐다. 박 교수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서울에서 압승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중산층·중도·수도권 중심으로 선거 전략을 짜 성공했다며 “현재 보수 정당 위기를 논하려면 이때로부터 지금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정당의 한 줄기가 마감되고, 새로운 보수 정치의 가치가 요구되는 시절이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지층이) 세대로 치면 고령층에 국한돼 있고 2030세대에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비주류가 된 것 같다. 극우화 또는 왜소화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토론회 내내 자리를 지켰다. 윤 권한대행은 당 차원의 토론회 개최가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의도적으로 늦게 한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면 선후가 있다”며 “필요한 시점에 당의 공식 기구를 통해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