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만든 日 가루비는 왜 씨감자까지 팔았나

신현암 팩토리8 대표 2024. 4. 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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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신현암의 ‘新도쿄견문록’] 신품종 개발한 뒤 씨감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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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품 회사 '가루비'는 소비자들이 감자를 직접 길러볼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바구니 안에는 가루비가 개발한 '포로시리' 품종 씨감자가 담겨있고, 뒤에 놓인 큰 봉지엔 흙이 들었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제공

‘허니버터칩’이란 과자가 있다. 2014년 여름 해태제과가 발매했는데,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었다. ‘단짠단짠’의 원조로 소셜미디어에서 소문을 탔고, 공급이 판매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이 전국적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타 제품과 묶어 파는 ‘인질 마케팅’을 넘어, 펜션 예약 시 이 과자를 무료로 증정한다는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이 과자는 일본 가루비와 제휴를 맺고 있는 해태제과가 독자개발한 제품이다. 제휴 파트너 회사 이름이 독특하다. 영어로는 ‘칼비(Calbee)’라고 쓰는데, 일본어로는 ‘가루비’라 발음한다. 1949년 창업 당시 사명은 창업자의 성을 딴 마쓰오 양식공업(松尾糧食工業) 주식회사였다. 그러다 1955년 사명을 가루비제과(カルビー製菓)로 바꿨다.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 칼슘의 ‘칼’과 비타민 B1의 ‘비’를 조합해 회사 이름을 만들었다고 한다. 올해 3월 결산 기준 매출액 2793억엔(약 2조5000억원), 종업원 4800여 명. 지난해 말 농심의 매출액이 3조4000억원, 종업원이 5400여 명으로 보고되고 있으니, 가루비의 크기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포테이토 칩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감자를 비롯한 자연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따라서 이 회사에는 일본 농업 활동이 계속 건전하게 영위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인에게 국산, 즉 일본산 감자의 소비는 감소세지만, 가루비는 자국산 감자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 소비를 확대하고 일본 농업의 유지와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2030년 일본산 감자 40만t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난해 3월 결산 기준 보고서에는 35만2000t을 조달했다고 나온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인터넷을 검색하면 농심이 2015년에 수미칩 허니머스타드가 인기를 끌면서 국산 감자 6000t을 추가 구매, 연 구매량을 2만6000t으로 늘렸다는 기사가 나온다. 일본 인구 수가 한국의 세 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루비의 자국 감자 활용은 우리보다 많은 듯하다.

아울러 가루비는 신품종 개발에도 열심이다. 2015년엔 ‘포로시리’라는 신품종을 등록했다. 홋카이도에 있는 유명한 산 이름을 따서 품종명을 지었다.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다고 한다.

‘포로시리’가 일본산 감자라는 것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농심처럼 ‘수미’라는 품종을 과자 브랜드에 붙이고, 자국산 감자임을 열심히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가루비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집에서 감자를 기를 수 있는 상품까지 발매했다!

지난해 1월 일본에서 흥미로운 상품을 편집해 판매하는 긴자 로프트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가루비 포테이토 백(potato bag)이란 상품을 발견했다. 그 옆에는 ‘먹을 수 없음’이라고 쓰여 있는 씨감자도 있었다. 우리나라 대형 수퍼마켓에도 큰 봉지에 든 과자가 진열돼 있는데, 바로 그 정도 크기의 봉지에 과자 대신 흙이 담겨져 있다. 흙의 양은 12L. 여기에 자사가 개발한 씨감자를 심고 집에서 감자를 길러보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필자는 감자를 재배해 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감자는 스스로 잘 자라기 때문에, 크게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 길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농식품 회사가 자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것은 훌륭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이다. 가루비는 원료를 사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원료를 소비자에게 직접 팔기도 하고, 더 나아가 원료를 가정에서 직접 기를 방법까지 생각해냈다. 굳이 가루비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감자만 가능할 것도 아닐 것이다. 창의성이라면 우리가 훨씬 뛰어나지 않은가. 우리나라 식품 기업들도 아이디어를 내 더욱 흥미로운 상품을 시장에 출시하길 고대해 본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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