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을 사내이사로"…아워홈 '3차 남매의 난' 진흙탕 싸움

이재윤 기자 2024. 4. 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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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사진 왼쪽)과 구지은 부회장/사진=아워홈

범(汎)LG가 아워홈 경영권을 두고 '구씨 남매'들의 진흙탕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된 주요 안건이 부결되면서 사실상 파행된 가운데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구 전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어 사내외로 혼란스런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사내이사 선임을 주요 안건으로 하는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주요 내용은 지난 정기주총에서 선임이 불발된 구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씨와 황광일 전 중국남경법인장을 사내이사로, 구 전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다.

아워홈은 관련법에 따라 사내이사를 반드시 1명 더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본금 10억원 이상 규모의 기업은 최소 3명의 사내이사를 둬야 하지만, 새로 선임된 사내이사는 2명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장녀 구미현씨와 그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교 교수만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임시주총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되며 일시와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만약 구 전 부회장의 요구대로 임시주총이 열리고, 안건이 통과되면 대표이사 변경 등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막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의 임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 정기주총에서 선임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영권이 구 부회장에서 구미현씨 부부로 넘어간 모양새다. 구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6월 3일까지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의 지분은 구 전 부회장이 38.56%, 구미현씨가 19.28%, 구명진씨가 19.6%, 구 부회장이 20.67%를 보유 중이다.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의 지분을 합하면 60%에 육박한다. 반면 구 부회장과 셋째 구명진씨 지분을 합치더라도 40%를 밑돌아 지분 싸움에서도 밀리는 모양새다. 막내인 구 부회장은 남매들 중 유일하게 2004년부터 경영 일선에 참여하며 사실상 후계자로 성장했다.

구 부회장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시작이 반"이라며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경영에는 전혀 무지한 구미현, 이영렬 부부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며 구 부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워홈을 둘러싼 남매 간 다툼으로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이 3번째 남매 간 다툼이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던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15~2016년 최대주주의 지위를 앞세워 아워홈에 몸담고 있던 막내 구지은 현 부회장을 밀어내고 본인이 전면에 나선다. 장녀 구미현씨가 힘을 실어준 결과였다. '1차 남매의 난'이었다.

이때부터 남매간 갈등은 표면화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사보텐 등 외식사업, 가정간편식 등을 주력으로 하는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가면서 변방으로 물러난 뒤 아워홈 경영권을 쥔 구본성 전 부회장과 법정싸움을 벌였다. 2019년 아워홈이 캘리스코에 식자재공급을 중단한 것이 배경이었다.

남매간의 갈등은 구미현씨까지 세자매가 뭉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보복운전이 세간에 알려진 것을 계기로 구 전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날, 세자매는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구지은 부회장은 2021년 6월 임시주총에서 다시 대표이사에 올랐다. 2차 남매의 난이었다.

구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가 경영권을 장악하게 되면 회사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과거 구미현씨는 회사 매각을 요구하며 구 전 부회장과 손을 잡았었다. 일각에선 구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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