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원엔 충주맨이 없다? 특별승진 놓고 잇딴 비판 익명글

박종대 기자 2024. 4. 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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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행안부 공직자 익명 게시판에 저격글 올라와
노조 "자칫 줄세우기 우려, 호봉 승급 등 여러 인센티브 있다"
[서울=뉴시스] 3일 오후 10시30분 방송되는 MBC TV 예능물 '라디오스타'는 '히어로O난감' 특집으로 꾸며진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제공) 2024.04.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 수원시가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김선태 주무관의 승진 사례처럼 특정업무에 가시적 성과를 보인 공직자에게 보상 차원에서 특별승진제를 처음으로 도입하려다 시 공직사회로부터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수원시와 행정안전부 공직자 익명게시판에 최근 단행한 특별승진 문제를 저격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공무원노동조합이 비판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시 공직사회에서는 여러 부서와 직급을 광범위하게 대상으로 삼지 않고, 주요 공약사업에 국한해 특별승진이 이뤄진 데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25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행안부 온나라 익명게시판에 지난 23일 '특별승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는 전국 공무원들이 모두 열람이 가능한 온라인 공간이다.

해당 글쓴이는 게시글에서 "최근 저희 지자체에서는 3명이 5급 특별승진을 했다"면서 "그 이유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시장 지시사항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다수 사람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내용은 어찌보면 민원창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었다"며 "물론 그 분들이 만든 민원창구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과연 그게 5급 특별승진을 할 정도로 대단한 말인가 싶다"라고 토로했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이같은 인사정책을 비판하는 댓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한 공직자는 "충TV로 충주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담당자는 실적의 정도나 규모를 봤을 때 특별승진 할 수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충TV 사례를 바탕으로 말씀하신 특별승진 사례를 보면 솔직히 '이게 과연 특별승진하는 게 맞는 건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앞서 충북 충주시는 지난해 12월 지자체 공식 유튜브 채널인 '충TV'를 운영 중인 김선태(36) 주무관을 지방행정 7급에서 지방행정 6급으로 특별승진을 시켰다.

보통 기초자치단체에서 9급으로 입직한 공무원이 6급이 되려면 15년 정도 걸리는데, 김 주무관은 이를 7년 만에 이뤄냈다. 그는 톡톡 튀는 홍보영상으로 충주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를 70만명 이상 모으며, 충주시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공을 세웠다.

이러한 다른 지자체 전례를 발판으로 삼아 수원시는 지난 11일 5급 승진대상자 24명를 발표했다. 이 중 3명이 특별승진으로 발탁됐다. 해당 공직자들은 그동안 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던 '새빛톡톡', '베테랑공무원' 업무를 수행해왔다.

지난 18일에는 수원시 행정포털 익명게시판에도 특별승진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수원=뉴시스] 수원시청사 전경. (사진=수원시 제공) 2024.1.18. photo@newsis.com

'5급 특별승진?'이란 제목으로 익명글을 올린 수원시 한 공직자는 "6급도 아닌 5급 특별승진"이라며 "특정업무를 찍어서 특별승진. 저를 그곳에 보내주세요. 여기 저기 격무부서로 만년 6급인데 누구는 출세길?"이라며 "자괴감 드네요"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다른 공직자는 해당 게시글에 "보통은 30여년 공직생활 전후로 기회가 올까 말까 하는 5급인데 1~2년 잠깐 반짝의 성과로 특별승진?"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해당 게시글은 다른 직원들로부터 70회가 넘는 추천수를 받는 등 높은 호응을 끌고 있다.

이처럼 시 내부 공직자들 사이에서 특별승진제를 놓고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오자 공무원노조 측도 비판을 제기했다. 수원시민주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수원시는 전 직원을 배려하는 인사제도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측은 성명서에서 "공직사회는 어느 조직보다 공정과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며 "특별승진 대상이 시정 발전에 기여한 탁월한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선발기준이 이런 식이라면 오히려 격무부서나 일반부서에서 평범하게 열심히 일한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수원시 한 직원은 "특별승진을 실시하려면 발탁대상자의 근무기간과 성과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내부 직원들에게 이러한 측면에서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이를 진행해 뒷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수 수원시민주노조위원장은 "시·군·구 단위에서는 지방사무관 자리가 소수로 한정돼 있는데 6급 이하도 아니고 5급을 특별승진으로 선발한다는 점에 문제가 많다"며 "만약 성과를 보상하려면 호봉 승급 등 여러 종류의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승진대상자도 여러 격무부서가 있고, 시장의 주요 공약사업도 많이 있는데, 특정 공약사업에 관련된 직원들만 특별승진을 시키면 공직사회의 줄세우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특별승진제 도입 취지에 공감을 표하며 이를 계속 시행해야 한다는 공직자들도 있다. 한 공직자는 "공직사회도 혁신하려면 창의적이고 두드러지게 성과를 낸 직원들을 특별승진과 같은 제도로 발탁 인사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다만 이미 배수 안에 들어가 있는 다른 동료들을 제치고 승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취지를 잘 살려 내부적으로 반감을 사지 않도록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인사부서 관계자는 "수원시는 이제 특별승진제를 도입하는 것이지만, 감사원이나 국세청 등 이미 여러 군데 공공기관에서는 계속 시행하고 이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공직사회가 연공서열로 인사가 이뤄지는 측면이 있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나오기 때문인데 이런 분들을 위한 차원에서 시도를 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여러 직급과 업무에 걸쳐 다 검토를 했는데 근무기간이나 실적이 그 단계까지 간 직원들이 사실 조금 부족했다"며 "그러다 보니까 팀장급 위주로 이뤄진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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