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 부족한 한 가지 [코즈모폴리턴]

김미나 기자 2024. 4. 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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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로 향하는 선거의 해다.

전직 멕시코시티 시장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지난해 9월 중도좌파 성향인 '계속 역사를 만들자' 연합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고, 중도우파인 '멕시코를 위한 힘과 마음' 연합의 소치틀 갈베스 후보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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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일인 지난 5일 오전 대전 중구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미나 | 국제뉴스팀장

역사상 가장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로 향하는 선거의 해다. 지난 2월 유권자만 2억명을 넘는 인도네시아 대선이 열렸고, 4월19일부터 6월1일까지 44일간 투표하는 ‘세계 최대 규모’ 인도 총선은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전세계에 끼칠 파급력이 가장 큰 선거로 꼽힌다. 여기엔 눈에 띄게 부족한 한 가지가 있다. ‘여성 후보들’이다.

최근 영국 가디언이 올해 대통령 선거, 내각제 체제에서 지도자를 결정짓는 총선이 치러지는 국가의 후보자 면면을 살펴봤다. 선거를 치르는 국가 중 대통령·총리 후보자가 발표된 42개국 가운데 18개국에서만 여성이 지도자가 되기 위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실제 여성 지도자를 맞이할 가능성이 보이는 나라는 훨씬 적어 한 손에 꼽힐 정도다.

그래 왔다. 지난해 기준, 유엔 193개 회원국 정상 중 여성은 12명에 불과하다. 전세계 민주주의 확산에 앞장서온 미국에서 당내 경선을 통과해 최종 후보가 됐던 여성은 2016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뿐이었다. 2021년 1월 임기를 시작한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은 여성 부통령 1호다.

오는 6월2일 멕시코 대선에 관심이 가는 건 이 때문이다. 전직 멕시코시티 시장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지난해 9월 중도좌파 성향인 ‘계속 역사를 만들자’ 연합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고, 중도우파인 ‘멕시코를 위한 힘과 마음’ 연합의 소치틀 갈베스 후보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둘 다 여성으로, 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 임박했다. 2000년대 초, 이들이 정계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멕시코 상원의원의 80%는 남성이었다. 멕시코는 2019년 개헌을 통해 정당이 최소 50%의 여성 후보를 내는 것을 뼈대로 하는 ‘대의제의 동등성’을 헌법에 명시했다. 그 후 멕시코는 전세계에서 여성 의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뉴질랜드와 공동 1위)다. 멕시코의 성별 임금 격차는 여전하고, 교제폭력도 끊이지 않지만 변화의 불씨가 됐다. 지난해 9월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법률 체계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보다 3개월 전, 미국 연방대법원이 49년간 유지돼온 임신중지권 보장 판결을 뒤집은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 의원 비율이 43%에 이른 2022년 스페인 의회에선 피해자의 동의 없는 성관계를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는 ‘온리 예스 민스 예스’(Only yes means yes·분명한 의사를 표현했을 때에만 승낙한 것으로 여기는 것) 법안이 통과됐다. 2017년 총선에서 하원 3분의 1이 여성으로 채워진 프랑스에서는 2018년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한 벌금형 강화 법안이, 2022년에는 직장 내 성평등 촉진 법안이 처리됐다.

지난 10일, 한국 총선에서 선출된 국회의원 300명이 다음달 30일 의정 활동을 시작한다. 22대 국회의 여성 의원은 지역구 36명, 비례 24명으로 역대 최다라고 한다. 전체의 20%,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8%에 못 미친다. 정부 구성은 더 심각하다. 19개 부처 중 단 4곳을 여성 장관이 이끌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직 참모 12명 중 여성은 0명이다. 갈 길이 멀다.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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