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해지는 美대학 친팔시위…공화당 하원의장에 "캠퍼스서 나가!"
반유대주의·표현의 자유…정치권 차원 공방 본격화 조짐
(서울=뉴스1) 조소영 정지윤 기자 = "루이지애나로 돌아가, 마이크!"(Go back to Louisiana, Mike!)
24일(현지시간) 오후 4시께 미국 뉴욕시 맨해튼 소재 컬럼비아 대학교 캠퍼스(교정)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격렬한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비난의 주인공은 공화당 소속이자 루이지애나주를 지역구로 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결연한 표정으로 컬럼비아 대학교 도서관 계단에 서서 연설을 시작한 그에게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를 진행 중인 컬럼비아대 학생들은 야유와 함께 "우리 캠퍼스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으로 촉발된 미(美)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날이 갈수록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위를 둘러싼 정치권 차원의 공방 또한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통적으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시위대의 '반(反)유대주의' 성향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만 백악관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집회나 표현의 자유 또한 분명 존중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함께 언급하고 있는 한편 공화당은 이보다는 '사회적 질서 확립'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동쪽 대학교들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이번 시위는 미국 남부의 텍사스주로도 번졌다.
현재까지 컬럼비아 대학교를 시작으로 뉴욕대학교(NYU), 하버드 대학교, 터프츠 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예일대학교, 에머슨 대학 등을 비롯해 피츠버그 대학, 미시간 대학교, 텍사스 대학교(오스틴·댈러스·샌안토니오·알링턴 등), 뉴멕시코 대학 등이 각 캠퍼스에 캠프를 설치하는 등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존슨 의장은 이날 동료 의원들과 함께 '시위 캠프'가 내려다보이는 컬럼비아대 도서관 연단에 서서 이번 시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노슈 샤픽 컬럼비아대 총장이 이 혼란에 즉각 질서를 되찾지 못한다면 사임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하원의장으로서 저는 유대인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도망쳐야 하고 두려움에 숨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회가 침묵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들이 이 문제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세금(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전국 대학 캠퍼스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주방위군이 투입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 사태가 빨리 수습되지 않고 위협과 협박이 멈추지 않는다면 주방위군이 투입될 적절한 시기가 온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와 동료 의원들이 이날 연설을 시작하자 시위 학생들은 웃음과 함께 야유를 보냈다. "자유 팔레스타인", "대량 학살을 멈춰라", "강에서 바다까지"와 같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 구호이자 일각에서는 반유대주의적 발언으로 간주하는 문구들이 쏟아져나왔다.
존슨 의장은 이에 "자유롭게 연설을 즐겨라"라고 언급하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존슨 의장의 연설이 끝나자 학생들은 다시 야유를 퍼부으며 "마이크, 당신은 형편없다"고 소리쳤다.
일부 유대인 의원들을 포함해 지난 22일 컬럼비아 대학교를 찾은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은 잘못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WP는 "민주당 의원들의 탄원은 유대인 학생과 이스라엘-가자전쟁에 평화적으로 항의하는 사람들을 구분할 여지를 남기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과 같진 않았다"며 "그러나 자신들과 같은 배경(유대인 출신)을 가진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확고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서는 양측 입장 모두를 염두에 둔 듯한 언급이 나왔다. 당초 '반유대주의'에 초점을 맞췄던 것에서 균형점을 찾는 모습이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 캠퍼스에서 표현의 자유와 토론, 차별 금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사람들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혐오 표현이나 폭력에 관해 얘기할 때에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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