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하이저 “무역적자 감축이 최우선순위…영원한 FTA는 멍청한 생각”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4. 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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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Decoupling·분리)과 미중 기술전쟁 승리, 무역적자 감축을 도널드 트럼프 2기에 추진할 3대 최우선 통상정책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엔화 약세를 비판하며 ’제2의 플라자합의‘ 추진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과감한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노믹스(Trumponomics·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2기 기획자로 꼽힌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에선 중국과의 경쟁은 물론 미국과의 교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통상압박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무역 균형이 최우선순위”…대미흑자 최대 韓도 타깃 우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23일(현지시간)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대 교수와의 팟캐스트 대담에서 “미국의 최대 실존적 위협은 중국”이라며 “우리는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디커플링에 대해선 “중국과의 무역을 중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무역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기술 수출통제와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중심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넘어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통해 교역 규모를 줄이는 대신 무역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전략적 디커플링의 방법으로 관세 부과와 함께 소액 중국 직구 수입품에 대한 무관세 철폐, 멕시코 등을 통한 우회 수출 제제를 꼽았다.

이어 “우리는 반도체법이나 ‘바이 아메리칸법(Buy American)‘ 등을 통해 기술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면서 “일부 기술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는 중국과 한국, 일본, 유럽도 모두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또 “마지막으로 무역 균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는 미국의 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관세 부과나 달러화 가치 절하 등을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산(産) 철강, 알루미늄 관세를 25%로 3배로 높이도록 지시한데 대해 “미국 철강 생산 증가라는 목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부과에) 풍선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이미 다른 많은 국가들에 (철강) 관세를 철폐하면서 철강 산업에 타격을 입혔다”며 “또 중국을 돕는 방식으로 태양광 관세를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철강 등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선 중국은 물론 동맹국에 대해서도 관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중국은 물론 한국 등에 국가안보위협 우려가 있는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25%의 철강 관세를 부과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연합(EU), 일본에 대한 철강 관세를 낮췄다.

● “영원한 무역협정은 멍청한 생각”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 성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통해 픽업트럭 무관세를 20년 뒤로 늦춘 것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일몰(sunset) 조항을 포함시킨 것을 들었다.

특히 그는 “기술이 계속 바뀌는데 무역협정이 영원(eternal)해야 한다는 것보다 더 멍청한 생각은 있느냐”며 “일몰조항은 완전히 상식적인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개정한 USMCA에 6년 뒤인 2026년 재협상을 한 뒤 16년 동안 재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일몰조항을 포함시켰다.

USMCA와 같은 2018년에 타결된 한미 FTA 개정안에는 일몰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앞세우고 있지만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최대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한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통상압력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할 경우 일몰조항 포함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미국 피터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우선순위는 중국 문제와 USMCA 재협상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미 무역흑자가 늘어난 한국에 보편적 기본 관세 등을 부과하고 이를 양보를 끌어내는 지렛대로 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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