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잠긴 호박벌 깨어났다…“홍수에도 살아남을 힘 보여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꿀벌의 일종인 호박벌 여왕벌이 잠든 상태로 물속에서 일주일 이상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우연한 사고로 밝혀졌다.
캐나다 겔프대의 사브리나 론도 환경학 박사와 나이절 레인 교수는 "동면 중인 동부 호박벌의 여왕벌을 다양한 기간에 걸쳐 물에 잠기게 한 결과, 여왕벌은 최대 7일 동안 물속에서 견딜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며 "여왕벌이 자연에서 홍수가 나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면 장치 고장으로 침수…7일 뒤에도 생존
호박벌 126마리 실험 결과 85% ‘홍수’ 견뎌
꿀벌의 일종인 호박벌 여왕벌이 잠든 상태로 물속에서 일주일 이상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우연한 사고로 밝혀졌다. 여왕벌이 동면 중인 튜브에 물이 들어찼는데, 물에서 건져내니 다시 깨어난 것이다. 일부 꿀벌의 애벌레가 물속에서 살아남은 적은 있지만, 성충은 처음이다.
캐나다 겔프대의 사브리나 론도 환경학 박사와 나이절 레인 교수는 “동면 중인 동부 호박벌의 여왕벌을 다양한 기간에 걸쳐 물에 잠기게 한 결과, 여왕벌은 최대 7일 동안 물속에서 견딜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며 “여왕벌이 자연에서 홍수가 나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생물학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 4월호에 공개됐다.
앞서 론도 박사는 연구실 냉장실에 보관 중이던 여왕벌의 동면 튜브에 물이 넘치는 사고를 겪었다. 흙으로 채워진 동면 튜브의 수분 공급 장치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론도 박사는 여왕벌 네 마리가 물 위로 뜬 것을 보고, 이들이 죽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물에서 건져낸 여왕벌들은 큰 문제 없이 깨어났다. 그는 여왕벌이 과학자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직감하고 지난해 1월 생존력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먼저 여왕벌 143마리를 냉장실에 넣고 인위적으로 동면에 들게 했다. 야생의 호박벌은 여름이 끝날 무렵, 무리에서 여왕을 뽑는다. 여왕으로 추대된 벌은 교미를 마친 뒤 땅속에서 6~9개월 동안 동면한다. 여왕벌은 호박벌 군집 내에서 겨울을 나는 유일한 개체이며 나머지 일벌과 수벌은 겨울이 오기 전 모두 죽는다.
연구진은 동면에 들어간 여왕벌을 21마리씩 6개 그룹으로 나눠 물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벌이 물에 뜬 상태와 잠긴 상태 등 두 가지 조건으로 분류한 뒤 8시간, 24시간, 7일 동안 침수시켰다. 물에서 꺼낸 여왕벌은 1~8주까지 상태를 관찰했다. 17마리의 대조군은 물속에 넣지 않고 그대로 뒀다.
실험 결과, 물에 빠졌던 여왕벌은 모든 조건의 실험 그룹에서 평균 89.5%의 생존율을 보였다. 특히 가장 강도 높은 침수 그룹(물속에 잠긴 상태로 7일 동안 유지)에서도 21마리 가운데 17마리(81%)가 살아남았다. 이러한 생존율은 야생에서 여왕벌들이 동면했다 깨어났을 때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물속에서 최대 일주일 동안 버틸 수 있는 여왕벌의 놀라운 능력과 자연의 홍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침수 기간이 최대 7일이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레인 교수는 “(기후변화와 살충제, 기생충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꿀벌 개체 수 3분의 1이 사라진 가운데 꿀벌이 홍수에 강한 적응력을 가졌다는 것은 정말 좋은 소식”이라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전했다.
인용 논문: Biology Letters, DOI: 10.1098/rsbl.2023.0609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 ‘윤-이 회담’ 또 제자리…“민주당 의제에 대통령실 검토 없어”
- 형제·자매 유산상속 요구할 권리 없다…유류분 제도 위헌
- 서울의대 교수들 “의사 얼마나 필요한지 공개 토론하자”
- 땅 밑에서 양손 꺾인 채 74년…이제 아들 품으로 돌아갑니다
- 주말 다시 ‘초여름 더위’…서울 29도, 대구·원주 30도
- 생존 해병 “임성근, 가슴장화 신고 급류 들어가라 지시했다”
- 민희진 “빨아먹고 찍어 누르기”…하이브 “무속인 코치받아 경영”
- 이스라엘, ‘피난민 100만명’ 라파흐 지상 공격 임박
- ‘강북 유일’ 국힘 당선자 “4년간 당에서 내려온 현수막 안 걸어”
- 물에 일주일 잠긴 호박벌 깨어났다…“홍수에도 살아남을 힘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