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기후 디지털과 인류 미래

2024. 4. 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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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융합보안대학원 교수 sunkim11@skku.edu

트랜스휴머니즘 등 일부 미래학 커뮤니티에 국한돼 있던 인공일반지능(AGI)이란 용어가 언제부터인가 대중 매체에도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모든 면에서 인간 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AGI가 최근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결합한다면, 인류 문명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어느 산업혁명보다도 더 심대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발전은 기후위기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얼마 전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AI 반도체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7조달러 규모 펀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7조달러는 반도체 생산 시설과 데이터센터 건설 뿐 아니라 이들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방대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발전 시설을 만드는 데 사용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트먼이 투자한 핵융합 에너지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와 2028년까지 핵융합 발전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AI 데이터센터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함이다.

올트먼의 에너지 투자에서 볼 수 있듯이 디지털 전환은 많은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을 초래한다.

프랑스의 더 시프트 프로젝트(The Shift Project)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5~3.7%를 차지한다. 이는 기후 악당으로 비난 받는 항공업계(약 2.4%)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에 디지털 전환은 자동화, 효율성 증대, 물리적 이동 대체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친환경 기술 보급을 촉진함으로써 탄소배출 저감과 지속가능성 증대에 크게 기여한다.

이중 전환(twin transition)이란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전환은 자전거의 앞뒤 바퀴와 같이 긴밀하게 연계해 진행돼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디지털과 에너지 전환 간 관계에 주목하고 여러 가지 이니셔티브를 진행하고 있다.

'길잡이로서의 지속가능성, 조력자로서의 디지털(Sustainability as the North Star and Digital as the enabler)'을 슬로건으로 하는 세계경제포럼의 Digital and Climate은 디지털 기반의 기후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 소재, 모빌리티는 탄소배출이 가장 큰 3대 부문이다. 각각 2020년 전체 탄소배출의 34%, 21%, 19%를 차지했다.

탄소 고배출 산업에서의 디지털 솔루션을 이용한 탈탄소 가속화, 에너지, 재료, 모빌리티 부문에서 탈탄소화를 촉진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세계경제포럼과 액션추어의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 소재, 모빌리티 산업에서 디지털 기술을 산업 전반으로 확장한다면 국제에너지기구의 2050년 탄소중립 궤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감축량의 20%를 달성할 수 있다.

작년 12월 13일 두바이에서 폐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정부, 기업, 시민사회, 유엔 산하기관 등 40개 이상의 파트너와 함께 디지털 기후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 그린 디지털 액션(Green Digital Action)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그린 디지털 액션 참여 기관 (자료=ITU)

ITU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은 기후 모니터링, 기후 변화 적응 및 조기 경보 시스템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개선, 순환 경제 등과 같은 기후변화 완화 조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린 디지털 액션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간 협업을 촉진하고,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산업계 전반의 노력을 가속화하며, 디지털 솔루션을 기후 행동의 중심에 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ICT와 기후테크(climate tech)의 결합 또는 ICT 기반의 기후 솔루션으로 정의하는 기후디지털(climate digital) 기술의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앤드류 응, 데미스 하사비스 등의 유명 AI 연구자들이 설립한 CCAI(Climate Change AI)는 '기후변화와 기계학습의 교차점에서 임팩트 있는 일들을 촉진한다(catalyzes impactful work at the intersection of climate change and machine learning)'는 미션 하에 전력, 운송, 건물과 도시, 산업, 농업과 산림, 탄소 제거, 기후 예측, 지구 공학 등 다양한 응용 영역별로 AI의 적용 가능성을 모색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도구와 교육 기회에의 접근을 확대하고 혁신을 가속화해 전 세계 사람과 기관이 지구적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for Earth 이니셔티브를 진행한 바 있다.

AI for Earth의 지원 사례로서 클라우드 농경학(Cloud Agronomics)은 농경지에 대한 드론 영상을 MS 애저 클라우드에서 AI로 분석해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촉진한다.

전기차의 전력을 전력망, 가정 등 전력이 필요한 곳으로 전송하는 V2X(Vehicle to Everything)는 미래 모빌리티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이다. 원활한 V2X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통신망 등 디지털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의 양방향(bidirectional) 도시 구현을 목표로 네덜란드에서 V2X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테라베이스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제공한다. 태양광 모듈의 가격은 급속히 하락하고 있지만 태양광 모듈을 제외한 나머지 원가가 태양광 모듈만큼 빨리 하락하지 않아서 전체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테라베이스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전체 프로젝트 생애주기에 AI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원가 혁신을 선도하고자 한다.

테라베이스 솔루션 (자료=테라베이스)

AI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는 최근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에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140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에 대처하기 위해 날씨와 기후를 전례 없는 규모로 시뮬레이션하고 시각화할 수 있는 Earth-2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발표했다.

Earth-2의 클라우드 API를 사용해 누구나 지구 대기, 지역 구름 상황, 태풍 등에 관한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기존 CPU 기반 모델보다 훨씬 더 신속하게 기상이변에 대한 경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2030년대 AGI의 도래를 예측해왔던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에서 진화의 마지막 단계로 “우주는 지능으로 가득차서 깨어날 것(The Universe Wakes Up)”이라고 전망한다.

효과적 이타주의, 효과적 가속주의 등 커즈와일에게 영향을 받은 실리콘 밸리의 기술 유토피아론자들은 인류의 궁극적 운명은 초지능을 이용해 은하계 전체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카다세프 척도의 최상위 단계에 위치한 우주적 문명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류의 먼 미래가 AI 기반의 우주적 확장이라고 한다면, 기후디지털 기술은 인류가 기후위기라는 지구상의 실존적 위협을 극복하고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선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융합보안대학원 교수 sunkim11@skku.edu

〈필자〉2022년 11월부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산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이클레이) 한국사무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부터 경기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2022년부터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내 우주사이버보안포럼 간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전라북도의 새로운전북 자문위원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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