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민희진 어도어 대표, 무속인 조언 받아··· '주술 경영' 정황"

박경훈 기자 2024. 4. 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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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25일 보도자료 "민 대표, 무속인 대화록 확보"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352820)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에 대해 “인사, 채용 등 주요한 회사 경영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조언) 받아 이행하는 심각한 ‘주술 경영’의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보고 최근 감사에 착수한 데 이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이에 민 대표는 하이브 주도로 산하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신인 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 간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불거진 상태다.

하이브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 대표가 무속인과 나눈 메신저 대화록을 포렌식을 통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 발표를 하기 전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대화록에서 이 무속인은 민 대표에게 ‘언니’라고 호칭하며 “3년만에 회사를 가져오라”고 2021년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딱 3년간 언냐를 돕겠다” 그러면서 “딱3년만에 (민 대표가 설립할 신규 레이블을) 기업합병 되듯 가져오는거야, 딱 3년안에 모든것을 해낼거임”이라고 했다. 민 대표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안, 스톡옵션, 신규 레이블 설립 방안 등을 무속인에게 검토 받았다. 실제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시점이 무당이 코치한 시점과 일치한다는 게 하이브 측의 설명이다. 민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하이브 주식의 매도 시점도 무속인과 논의했다.

하이브는 이 무속인이 어도어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도 깊이 개입하면서 인사 청탁 및 인사 이동 정보 유출, 입사 지원자의 개인 정보 유출과 같은 비위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무속인은 손님 중 하나인 1990년대생 박 모씨의 입사지원서를 민 대표의 개인 이메일로 전달했고 민 대표는 부대표 신 모씨를 통해 박씨에 대한 채용 전형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민 대표는 문제가 될 것임을 직감하고 “눈치가 있는데 M업소(무속인의 상호명)에서 소개 받았다고 쓰냐 그냥 쓱 이메일을 보내야지. 바보같이 이렇게 소개로 연락한다고 메일을 보내다니..”라고 하기도 했다. 이후 채용 전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민 대표는 박씨에게 경영과 신인 걸그룹 매니저 중 어떤 직무를 맡길지를 놓고 무속인과 상의하기도 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 대표는 면접 절차가 진행 중인 지원자들에 대한 평가도 무속인과 함께 진행했다. 무속인이 긍정 평가를 내놓은 지원자들은 대부분 채용 전형에 합격, 일부는 어도어에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타 부서에 재직 중이던 일부 하이브 직원들의 전환 배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대상자들의 신상 정보를 무속인과 공유하며 함께 평가를 진행했다.

경영진에 대한 비하 발언도 등장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해 민 대표는 “아니 기본기가 너무 없고 순전히 모방, 베끼기”라고 하자 무속인은 “베껴두 돈되게 하니까 배워”라고 조언했다. 무속인이 “방가놈두 지가 대표 아닌데 지가 기획해서 여기까지 된거 아냐?”라고 물을 때에는 “사실 내꺼 베끼다가 여기까지 온거지 ㅋㅋㅋㅋ”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대화가 2021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시 성공 가도를 달리던 방탄소년단이 본인을 모방해 만든 팀이라는 주장을 한 셈이라는 게 하이브 측의 설명이다.

사명에 대해서도 무속인의 검토를 받았다. 당초 올조이와 어도어 두 가지 이름을 놓고 고민하던 민 대표는 무속인에게 여러차례 문의를 했고, 무속인의 의견에 따라 어도어로 결정했다.

하이브는 앞서 지난 22일 민 대표 측에 보낸 감사질의서를 통해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구했으나, 민 대표는 24일 제출한 답변서에서 이를 모두 부인했다. 하이브는 제보에 의해 입수한 사실을 정보 자산 감사 과정에서 장문의 대화록을 통해 실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브 관계자는 “밝힐 수 없는 범죄행위를 포함해 더 이상 경영활동을 맡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이 계속 발견되는데도 민 대표가 해임 요구 등에 일체 응하지 않아 어도어 경영 정상화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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