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공실에 '임대' 딱지만 … 세로수길은 인증샷 성지로 부활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2024. 4. 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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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찾은 서울 압구정동 가로수길.

가로수길(압구정로11길)과 세로수길(압구정로10길), 불과 한 블록 떨어진 두 거리의 분위기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가로수길 인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는 "가로수길의 평균 임대료는 3.3㎡(1평)당 100만원 수준인데 세로수길의 평균 임대료는 최근에야 올라 40만~5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로수길의 공실이 많은 것도 임대료가 잘 낮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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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선호 카페·맛집 등
높은 임대료에 소상공인 이동

지난 12일 찾은 서울 압구정동 가로수길. 곳곳에 빨간 글씨로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는 빈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간판을 철거해 얼룩만 남아 있는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거리에도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 분위기는 썰렁했다.

하지만 바로 옆 거리 세로수길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한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봄 날씨를 맞아 세로수길의 카페와 음식점은 야외 테이블을 깔며 사람들을 이끌었다. 봄 햇살과 음악 소리에 거리 전체에 활기가 도는 느낌이었다.

특히 한껏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화장품 업체 탬버린즈의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앞이었다. 건물 한쪽 벽면 전체에 유명 아이돌 블랙핑크 제니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제니와 사진을 찍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 것이다.

가로수길(압구정로11길)과 세로수길(압구정로10길), 불과 한 블록 떨어진 두 거리의 분위기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고준석 연세대 부동산 최고위과정 교수는 "신사 상권이라도 다 같지 않다"며 "최근 이쪽 상권이 살아난다고 하는데 그 주인공은 기존 가로수길이 아닌 세로수길"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SNS상에서 세로수길이 제니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른바 '핫플'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주변에는 감각적인 외관이 눈길을 끄는 카페와 음식점, 술집이 즐비했다. 날씨가 따뜻해진 만큼 가게 바깥에 야외 테이블을 설치한 가게도 많았다.

고 교수는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카페, 음식점 등 가게가 가로수길에서 버티지 못하게 되면서 가로수길 중심 거리의 매력이 약해진 것은 오래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세로수길은 유동인구와 외국인 관광객까지 불러오는 매력적인 거리로 성장하며 코로나 이후 신사동 상권 부활을 이끌게 됐다.

이 같은 차이는 임대료 때문에 발생했다. 가로수길 인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는 "가로수길의 평균 임대료는 3.3㎡(1평)당 100만원 수준인데 세로수길의 평균 임대료는 최근에야 올라 40만~5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평당 100만원 수준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세로수길에 자리 잡으면서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가로수길의 공실이 많은 것도 임대료가 잘 낮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로수길과 같이 땅값이 높은 강남 지역의 오래된 상권일수록 투자를 위해 대출을 받아 건물을 구매하기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가 많다. 이런 경우 상대적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기에 공실이 생기더라도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 임대료를 낮추면 임대차3법 등으로 다시 높이기 어렵고 건물의 가치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것이다.

가로수길의 공실 문제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가로수길을 대체할 수 있는 상권들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로수길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의 플래그십 스토어 위주가 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성수, 한남, 도산공원 등 가로수길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상권들이 떠오르게 됐다. 글로벌 브랜드들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상권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성수, 한남, 도산공원 등 MZ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상권은 기존에 가로수길 상권이 주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힙하고 영한 느낌을 주기에 글로벌 브랜드들이 관심을 갖는 지역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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