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보는 재미 쏠쏠, 남다르게 가변하는 작품들"

청주방송 2024. 4. 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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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하는 소장품 전시 전경


■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박찬욱 감독의 2003년 개봉작인 영화 '올드보이'.

한국 영화 최초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지요.

그런데 얼마 전 올드보이의 재탄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미국 TV 시리즈라고 하는데요.

TV 시리즈로 만들어지는 올드보이라니!

그야말로 '가변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처럼 예술에도 전시 때마다 다시 제작되는 '가변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백남준, 김홍석, 한스 하케, 왈리드 라드 등 국내외 작가 16명의 작품과 미공개 자료 20여 점인데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국립현대미술관 MMCA 소장품 특별전 "가변하는 소장품"을 기획한 '홍이지 학예연구사'를 만났습니다.

▮ 아트홀릭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홍이지 학예연구사입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 독자들께 MMCA 소장품 특별전 '가변하는 소장품'을 소개하게 되어 기쁘네요. 반갑습니다.

▮ MMCA 소장품 특별전 '가변하는 소장품',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어떤 전시인가요?

왈리드 라드,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 마완 카삽 바치(1934-2016), 2017, 29개의 프레임과 드로잉, 나무 벽, 벽지,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 정보를 보면, 작품의 크기나 설치 방식에 따라 ‘가변 크기’, ‘가변 설치’ 라고 기재된 걸 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이는 현대 미술의 경향 중 하나인데요.

영상 작품이나 설치 작업의 등장과 함께 가변적 요소가 포함되면서 정확한 크기를 특정할 수 없거나 전시장의 상황과 전시되는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현대 미술의 특징 그리고 미술관에서 영구 소장하는 소장품 중에서 이러한 해석이 필요한 작품들을 소개하고요. 이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했습니다.

▮ 전시를 3가지 주제로 구성하셨더라고요. '가변하는 관계', '가변하는 크기', '가변하는 장소' 이렇게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소장품의 가변적인 특징을 관계, 크기, 장소로 구분할 수 있었고요.

현대 미술에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형식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어요. 협업이나 기술 협업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특정 장소에 관한 작품들이 미술관의 소장품이 되면서 이를 재현 과정에서 드러나는 지점들을 짚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가변 크기나 가변 설치와 같은, 익숙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정의들이 있을 텐데요. 현대 미술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잘 드러나는 작품 20여 점을 통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게 구성해 보고 싶었습니다.

▮ 전시작에 관해 이야기를 해 보지요. 먼저 패트릭 튜토푸오코의 2018년작 '웰컴'. 전시장 입구에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은 2015년 밀라노의 현대미술 전시 공간의 로비에 설치됐다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이탈리아 선수촌의 복도에 전시하기 위해 새로 제작됐다면서요?

패트릭 튜토푸오코, 웰컴, 2018, 네온라이트, 스틸, 가변규격,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그렇습니다. 그리고 올림픽이 끝난 뒤 미술관에 기증된 건데요.

패트릭 튜토푸오코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공공 조각이나 공공 미술의 영역에서 소개되는 젊은 작가입니다.

'웰컴'은 WELCOME이라는 수화를 '네온'으로 형상화한 작품인데요.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첫 번째 작품이고, 미술관에서 수집한 이후 처음 소개하는 겁니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뿐만 아니라, '네온'이라는 작품의 소재도 사라져가는 재료라는 점 그리고 작품이 설치될 때 특정한 위치와 방식을 제한하지 않은 가변적 특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지요.

언어로 이루어진 작품은 언제나 번역을 요구하지요?

하지만 '수어'라는 형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음성이 아닌 언어라는 점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시각적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갖습니다.

▮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의 거장이죠. 백남준의 1988년작 '다다익선'도 전시되고 있더군요.

가변하는 소장품 전시 전경

'다다익선'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그야말로 가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80년대의 기술 환경과 최근 급변하는 기술 환경을 살펴보면 미디어 아트의 조건과 소장, 그리고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는데요.

80년대 당시에 사용했던 CRT 모니터는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작품의 유지를 위해 상영 장비를 LED로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논의가 백남준 작품은 물론이고 초기 미디어 아트를 대상으로 한 미술계의 고민이었습니다.

▮ 그런 만큼 시사하는 바가 있는 작품일 텐데요.

'어디까지를 작품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영상 작품에서 작품을 상영하는 기기와 콘텐츠는 어떻게 구분하고 어디까지를 보존하고 작품으로 유지해야 하는가’ 등 '다다익선'은 점차 비물질로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아트의 속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해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다다익선'을 위해 등록된 영상 작품, 88년 당시부터 사용해 온 영상 저장 장치 4종을 선보이는데요. 현재 과천에 설치된 총 5가지 크기의 CRT 모니터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육근병의 1995년작 '풍경의 소리 + 터를 위한 눈 199501'을 보면서 그에게 세상을 보는 눈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어요.

육근병, 풍경소리+터를 위한 눈 199501, 1995, VCR모니터, LVP, 청동, 철판, 혼합재료, 227X198X2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육근병 작가에게 ‘눈’은 중요한 모티프이지요.

그의 30여 년에 걸친 작품에 지속적으로 이 모티브가 등장하는데요.

작가에게 눈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이자 현실을 직시하는 매개입니다. 타인과 소통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응시함으로써 사유할 수 있는 의미로 등장하지요. 단순히 신체 기관인 눈뿐만 아니라, 카메라 렌즈나 창과 같이 세상과 연결하는 통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육근병 작가는 늘 '눈'이라는 형상과 무덤을 시각화한 '봉분'을 작품에 자주 등장시켜 왔습니다.

작가가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며 활동하던 시기에 안과 밖, 서양과 동양 등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했거든요. 작가는 무덤이라는 매개를 통해 죽은 자와 산 자의 공간이라는 형상을 만들어 보는 그 이면의 이야기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전시작 딱 하나만 뽑자면 어떤 작품일까요.

가변하는 소장품 전시 전경

모든 작품이 다 중요하고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오인환 작가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가루로 만든 향을 태워나가는 작품이고요. 전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연소된 부분이 달라요. 이 때문에 변화하는 작품을 직접 보고 싶으시다면, 두 번 정도 보시길 바랍니다. 전시가 끝나면 재로 변한 작품은 폐기되거든요. 다시는 동일한 형태의 작품으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오인환 작가의 작품은 전시할 때만 구현되는 작품입니다.

▮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나요?

오인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 2009, 향가루, 563×5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술관은 작품을 수집 당시, 작품이 재현되는 매뉴얼만 소장했습니다.

전시를 위해 향을 구입해서 이를 분쇄합니다. 작가가 남긴 글씨 형상과 파일을 출력해서 밑그림을 그리고요. 그 위에 향가루를 쌓아 올린 후 전시가 시작되면 향가루를 태우는 거지요.

전시가 끝난 뒤 재로 변한 향가루는요. 전시 폐기물들과 함께 버려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지요.

오인환 작가의 작품은 전시 내내 풍기는 향 냄새가 관람객들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과 향이라는 재료까지를 포함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가변적인 작품들로 이뤄진 전시입니다.

그런 만큼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향을 맡고, 사운드를 듣고, 다른 전시에서는 또 다른 형태와 크기로 재현될 겁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작품들이 오래 기억되고 소개되기 위해서 미술관이 가변적인 작품들을 보관하고 전달해야 하는지를 같이 고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MMCA 소장품 특별전 '가변하는 소장품'
-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 (~7월 21일)
- 관람 시간 : 월, 화, 목, 금, 일 (오전 10시-오후 6시) / 수, 토 (오전 10시-밤 9시)
- 관람료 : 개별권 2천 원 / 대학생 및 만 24세 이하 또는 만 65세 이상 무료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 청주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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