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떠난 엄마, 부모 버린 패륜아도 상속받는 ‘유류분’ 위헌

2024. 4. 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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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인연을 끊고 산 가족에게도 상속 재산을 주도록 한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피상속인(사망자)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정하지 않는 부분(민법 1112조 1호~3호)은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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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헌법재판소가 인연을 끊고 산 가족에게도 상속 재산을 주도록 한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유언 등에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분을 보장하는 제도로 1977년 도입됐다. 사망자가 유언으로 재산을 제3자에게 상속하더라도 배우자와 자녀는 법정상속분의 절반,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다.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2019년 사망한 뒤 20년 넘게 소식을 끊었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유류분 제도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피상속인(사망자)의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를 단순위헌으로 결정하고,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단순위헌은 곧바로 법적 효력을 잃는다. 헌법불합치는 대상 법률이 위헌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률 공백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총 14건의 위헌 제청, 총 33건의 헌법소원 사건을 병합해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열었고 이날 위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형제·자매에게도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과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형제·자매의 유류분권에 대해서는 ‘재산 형성’을 문제 삼았다. 부부나 부모, 자식의 경우 함께 재산을 모으는 과정을 거치지만 형제·자매는 그러한 과정을 함께 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상속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은 (유류분권자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배우자나 직계 비·존속(부모 또는 자녀)이라 해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유류분을 상실할 수 있다고 봤다. 오랜 기간 연을 끊고 살았는데도 유산을 상속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부분이다.

헌재는 “피상속인(사망자)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정하지 않는 부분(민법 1112조 1호~3호)은 불합리하고 자의적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 조항들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해 효력을 상실시키면 남은 조항만으로 유류분 제도를 제대로 시행할 수 없어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유류분 조항들 일부의 내용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건 결정 취지에도 반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유류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규정들의 구체적 위헌성을 제거하고 헌법에 합치되도록 개선하는 임무는 입법자에게 속한다”고 덧붙였다. 유류분 제도를 존속시키되 일부 조항의 불합리성을 없앨 수 있도록 국회가 입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헌재는 또 ‘기여분’에 관한 민법 조항(제1008조의 2)을 유류분에 적용하는 내용을 담지 않은 민법 제1118조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사망자를 장기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경우 이를 유류분 산정시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 자체의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각 조항의 합헌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결정”이라며 “유류분 제도는 오늘날에도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가족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다만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고 입법 개선을 촉구한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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