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향한 일본의 양다리 외교…한국, 만나도 공개 안하는 이유

신지혜 2024. 4. 25. 15: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일 정상회담 10일 만에…트럼프 찾아간 전 일본 총리

현지시각 23일,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를 만났습니다. 뉴욕 트럼프타워에서였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1시간 정도 이어진 만남에서 아소 전 총리에게 타워 전망을 소개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메뉴인 햄버거와 콜라를 대접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후보는 AP통신 기자에게 "아소 전 총리는 우리의 정말 소중한 친구인 신조(아베 전 총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일본 안팎에서 존경받는 아소 전 총리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지시각 10일 기시다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지 열흘 만에, 집권 자민당 2인자(부총재)인 아소 전 총리가 트럼프 후보를 공개적으로 찾아간 모습은 일본에서도 논란을 불렀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회동이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승리에 대비해 회담을 조율했다"면서도 "미 정부 관계자로부터 '이번 회동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사히신문도 일본 정부 내에서 "미국이 양다리 외교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사히는 미국 정부 관계자가 일본 측에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고도 썼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번 회동은 "의원 개인이 행한 것으로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일본에선 '모시토라'(혹시 트럼프), '모우토라'(이미 트럼프)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한 덕에 여러 불이익을 피해갔다고 보는 일본은 대놓고 트럼프 진영에 보험을 든다는 비판에도 공화당을 향한 로비를 강화할 거로 전망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지시각 23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와 만났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 올해 들어 헝가리 총리,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따로 회동했다.


■정부 고위관계자 "트럼프 측과의 만남은 공개하지 않는다... 신중한 접근이 맞다"

그래도 일본은 벌써 저렇게 뛰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국내에서도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답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다만 티 내지 않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오늘(25일) 기자들에게 트럼프 측 인사와의 만남은 일부러 공개하지 않는다며, 미국 야당과의 접촉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트럼프 양측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 야권 인사들을 대놓고 만나는 건 오히려 한국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현재 집권당은 민주당"이라며 "일부 국가 (관계자)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만 별도로 만나는 사례가 있는데,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한 미국 정부 고위인사들의 반응 역시 "당연히 긍정적이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현지에서 한국 외교관들이 트럼프 진영 관계자들을 접촉하더라도 "가능한 한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 써서 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통상 외교부 고위직이나 대사관 관계자들이 현지 주요 인사를 접촉할 경우 공식 홈페이지나 SNS에 일정을 공개하고 홍보하는데, 트럼프 측 인사들과의 접촉은 이런 홍보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외교부 역시 내부에서 '트럼프 2기 집권'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캠프 주요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되살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추진될 가능성이 큰 정책들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업무 역시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24일 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연설하고 있다


■우리도 방위비 협상 앞당겼는데?…"트럼프 측도 한미동맹 중요성에 공감"

그런데 우리도 트럼프 집권에 대비해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을 앞당겨 시작하지 않았나? 트럼프 후보에게 또 다른 보복 여지를 준 게 아닌가,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정부는 미 대선 때문에 협상 개시를 앞당긴 건 아니라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습니다. 과거 협정 종료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남겨두고 협상을 준비하려니 시간이 부족했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번처럼 1년 8개월이나 앞당겨서 협상을 시작한 전례가 없으니 정부의 설명은 '대외 메시지'에 불과하단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다만 방위비 협상을 미리 끝마치면 트럼프 정부가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한국과 이미 체결한 협정을 뒤집으려면 의회 동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로서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조기 방위비 협상 개시에 대해 "시기는 이른 측면이 있지만, 양측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지금 우리가 막 시작한 방위비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11월 대선 이후 만에 하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시) 그걸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거나 부정적 코멘트를 한 건 없는 거로 안다"며 "제가 만나본 트럼프 측근 인사들도 한미동맹의 미래와 필요성,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공약의 중요성에는 모두 공감했다"고 전했습니다.

조현동 주미대사가 현지시각 지난달 13일 미 켄터키주 엘리자베스타운의 한국기업 나노신소재에 방문해 축사하고 있다. [주미 대사관 제공]


■ 조현동 주미대사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미동맹 변함없을 것"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바이든 정부에서 합의된 한미 간 협력 체계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닌가. 이 같은 물음에 대해 조현동 주미대사는 오늘(2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미동맹 발전의 큰 방향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대사 부임 이후 미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결과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 공감대는 한결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조 대사는 또한 한미동맹이 유례없이 강력하다며 "여러 고위급 교류를 비롯해 핵협의그룹(NCG), 경제·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단순히 협력 강화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협력이) 제도화되고 훨씬 심화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논란을 빚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해서도 "(당시)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이라며 "한미가 긴밀히 논의한 결과 이제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많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신지혜 기자 (new@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