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민주 유공자, 현 법안대로면 5년마다 바뀔수도”
국가보훈부는 25일 “현 민주유공자법안 대로라면 정권이 바뀔때마다 민주유공자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본회의에 직회부한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심사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시행령’에 이를 위임하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이희완 보훈부 차관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화운동에 따른 ‘피해 보상의 대상’을 결정하는 것과 국가적 존경과 예우의 대상인 ‘유공자’를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 법안에는 부산 동의대·서울대 프락치·남민전 사건 등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서 인정한 다양한 사건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중 어떤 사건이 ‘민주유공사건’인지, 그 관련자 중 어떤 사람을 ‘민주유공자’로 결정할지에 대한 심사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 되어 있지 않아 민주유공자를 결정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 차관은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법률상 명확하고 구체적인 심사기준도 없이 국가보훈부에서 자체적으로 민주유공자를 결정할 경우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의 쟁송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보훈부 추정에 따르면 민주유공자법으로 유공자 심의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911명에 달한다. 보훈부는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 범위’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게 된 경위’ 등을 정하고 있는 국가유공자법과 달리 민주유공자법에는 관련 심의 기준이 법안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이날 “보훈심사위에서 민주유공자 여부를 심사하게 될텐데 장관이 심사위원을 결정하고 정부가 바뀌면 심사위원 성향도 바뀔 수 있다”며 “5년마다 정부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민주유공자를 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보훈부는 야권 주도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부 관계자는 “보훈부가 민주유공자법 입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안에 독소조항 등 흠결이 있고 여야가 합의는 물론 사회적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입법이 이뤄지면 안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보훈부는 이날 야권이 주장하는 ‘국가보안법 위반자는 원천 배제’라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에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같은 법령에 “이에 따라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을 적용 대상자로 결정할 때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사실상 심의위 결정에 따라 국가보안법으로 실형을 산 사람도 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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