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급식 제공’하며 일에 보람 느껴”

서울앤 2024. 4. 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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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강남지역자활센터, 자활사업단에 공익사업 더해 운영

[서울&] [자치소식]

강남구와 강남지역자활센터는 자활근로사업단 참여자들이 일하며 자부심도 느낄 수 있게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4월8일 오전 자곡문화센터 4층 ‘엄마밥상’ 사업장에서 참여자들이 경로당에 보낼 도시락을 싸고 있다.

참여자들 일하며 자부심 느끼도록

‘엄마밥상’, 급식 제공 어려움 겪는

경로당 3곳에 도시락 6천원에 배달

‘몽땅만두’, 1인가구 안부 확인용

고기만두 10인분 주 2회 무료 제공

지난 8일 오전 강남구 세곡동 한 아파트 경로당에 점심 도시락 20개가 배달됐다. 도시락에는 따끈따끈한 밥과 함께 조랭이 미역국, 불고기, 어묵조림, 연근조림, 김치가 담겨 있었다. 도시락은 커다란 스티로폼 상자 안에 착착 쌓여 있었다. 11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영수(78) 할아버지는 “6천원에 이렇게 알찬 도시락을 어디 가서 먹을 수 있겠냐”며 만족스러워했다. 김 회장은 “나이 들수록 영양가 있게 잘 먹어야 하는데, 지난달부터 도시락으로 점심을 제대로 챙길 수 있어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덧붙였다.

도시락은 강남지역자활센터의 자활근로사업단 ‘엄마밥상’ 참여자 6명이 당일 아침에 만들어 배송한 것이다. 근로 능력이 있어 자활사업 참여를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받는 수급자들이 자활근로사업단에 참여한다. 자활사업은 저소득층 주민들이 스스로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1996년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시작했고,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으로 법적으로 보장된 사회복지 사업이다. 공공근로 등과 달리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교육·훈련을 받고 경험을 쌓는다. 자활기업 등으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1년 문을 연 강남지역자활센터는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성과를 내왔다. 2014년 60여 명이던 자활사업 참여자는 3배가량 늘어 200여 명에 이른다. 자활근로사업단 수는 8개에서 18개로 늘었고, 자활기업도 3개가 생겼다.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는 사업단 7곳의 아이템도 세차부터 카페, 도시락점, 편의점, 배송 등 다양해졌다. 지난해 2월에는 강남구가 마련해준 옛 개포4동 주민센터로 이전해 업무환경과 이용자 접근성을 크게 개선했다. 자활센터의 운영은 위탁으로 현재 위드캔 복지재단이 2년째 맡고 있다.

강남지역자활센터는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일하며 자부심도 느낄 수 있게 공익사업을 더해 진행해왔다. 지난 3월 시작한 경로당 점심 도시락 배달도 그 가운데 하나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면적과 인원에 따라 중식 제공을 위한 운영비와 재료비, 급식 도우미를 지원하는데, 급식 도우미를 구하기 어려운 일부 경로당에서는 배달시키거나 식당에 가서 사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평균 70대 이상의 어르신에게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강남구와 센터가 식당 운영과 서울시 돌봄에스오에스(SOS) 식사지원서비스 사업에 참여한 엄마밥상과의 연계에 나섰다. 이설옥 강남구 사회보장과 주무관은 “어르신들은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저렴하게 드실 수 있고, 자활사업 참여자들은 일하며 보람도 느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했다. 유정숙 강남지역자활센터 사업2팀장은 “처음에는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을 걱정하던 참여자들도 지역에 도움이 되는 점에서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일원동 먹자골목 인근에 있는 ‘몽땅만두’ 매장에서 참여자가 1인가구 안부 확인을 위해 나눔 하는 만두를 보여주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참여자들은 일이 늘었지만, 보람이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조리 담당인 정선화(가명·66)씨는 “어르신들에게 맞게 단백질류를 기본으로 하고, 맵지 않고 부드럽게 조리한다”며 “맛있다고 좋아해줘 뿌듯하다”고 했다. 다만 참여자들의 이동이 좀 있어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걸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정씨는 “엄마밥상은 다른 사업단보다 일이 많아 힘들다고 꺼리기도 한다”며 “인원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달을 맡은 강정석(가명·64)씨는 3년째 자활 일을 하고 있다. 주방 조리도 하고 배달도 한다. 강씨는 “허리와 다리가 불편하지만 일하면서 아픈 것을 덜 느낀다”며 “도시락 배달하며 맛있게 잘 먹고 있다는 말씀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강씨는 자활사업 참여 기간이 5년으로 한시적인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나이가 많아지면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운데, 2년 뒤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자활근로사업단 ‘몽땅만두’는 나눔 활동으로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 몽땅만두는 만두와 떡볶이 등 간단한 분식 메뉴를 파는 푸드원 가맹점이다. 매장은 일원1동 먹자골목 인근에 있다. 지난해 7월 개점 뒤 일원1동 주민센터에 나눔 활동을 제안했다. 몽땅만두가 주 2회, 고기만두 10인분을 제공하면, 동 주민센터의 봉사단원들이 1인가구를 찾아 간식으로 만두를 전하며 안부를 확인했다. 지난 8월부터 한 달에 80인분을 나눴고, 올해 2월 동 주민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어 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몽땅만두 반장인 조주영(가명·65)씨는 “인생에서 큰 실패를 겪고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보니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남다르게 다가온다”며 “만두 찔 때도 포장할 때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하고 있다”고 했다. 봉사단이 배달해준 간식 만두 포장을 보고 맛있다며 직접 매장을 찾아온 홀몸 어르신도 있었다고 한다. 조씨는 “사람들에게서 좋은 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쁘다”고 했다. 가게 규모가 42㎡로 좁다보니 손님도, 일하는 사람들도 다소 답답하게 느끼는 점을 아쉬워했다.

적정한 인력과 매출을 갖춰야 하는 점은 자활사업단의 과제이다. 송주현 강남지역자활센터 사업1팀장은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일하는 능력을 향상해나가야 한다”며 “사업단이 지속할 수 있고 공익사업도 이어질 수 있게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강남구는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직접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자활기금의 활용 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기존 전세보증금 지원에서 올해부터는 심리 지원 사업, 조리사 양성 과정 사업, 의욕 고취를 위한 워크숍, 사업장 환경 개선 등으로 폭넓게 사용하려 한다. 시간제 등 근로 방식의 유연화, 사례 중심의 참여자 관리 등은 올해부터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이설옥 주무관은 “자활에 도움이 될 수 있게 근로 의욕과 능력을 높이는 맞춤형 지원사업을 센터 여건에 맞춰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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