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공격, 네타냐후 명령만 남았다”···위기의식에 하마스 ‘여론전’
이스라엘군이 ‘최후의 피란처’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대한 지상군 투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상 작전이 임박해지자 위기의식을 느낀 하마스는 인질이 등장하는 영상을 공개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국방부 고위 관리가 “이스라엘은 공격에 앞서 민간인을 대피시킬 준비가 돼 있으며, 각 10~12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 4만 개를 사들였다”며 “이제 남은 것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명령을 내리는 것뿐이다”라고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또 남부 칸유니스에 텐트촌이 새로 들어섰으며,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2주 안에 회의를 열어 민간인 대피 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남부로 지상군을 보내기 위해 최근 기갑여단과 보병여단 각각 한 개를 가자지구 북부에서 중부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남은 하마스 6개 부대 중 4개 부대가 라파에 숨어있다고 본다.
이스라엘 안보 수뇌부는 이집트로 찾아가 라파 공격과 관련해 논의했다. 라파는 이집트 동부 국경과 맞닿아 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과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카이로에서 이집트 고위 당국자들과 만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 인사들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집트와의 비밀 협의를 위해 카이로를 찾은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집트에서는 2월과 마찬가지로 압바스 카멜 국가정보국 국장, 오사마 아스카 군 총참모장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당국자들은 회의에서 이스라엘군이 라파 지상전에 돌입할 경우 다수의 피란민이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넘어올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동맹국인 미국과도 라파 공격과 관련해 논의 중이지만 미국은 라파에 있는 140만 명의 피란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데이비드 새터필드 미국 중동 인도주의 특사는 지난 23일 “적절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실행 가능한 인도주의 계획 없이는 라파 지상 작전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쟁 초기 이스라엘군을 피해 북부 지역에서 라파로 피란했던 팔레스타인인들은 다시 북부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북부에서도 이스라엘의 활공 포격이 계속되고 있고 지상군이 가자지구 북부 접경지 도시인 베이트하눈에 진격한 상황이다.
수세에 몰린 하마스는 인질을 방패 삼아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했다.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미국계 이스라엘 국적의 인질 허시 골드버그폴린이 등장한 3분 길이의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에 납치된 그의 생사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왼손이 잘린 채로 나온 그는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며 “하마스의 인질극을 방치하고 200일 동안 구출도 하지 못한 것을 네타냐후 총리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70명의 인질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휴전 제안을 거부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같은 날 하마스는 협상 조건 중 휴전 기간을 영구에서 ‘5년 이상’으로 바꿀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마스 고위 관리는 “이스라엘과 5년 이상의 휴전을 맺을 용의가 있으며, 팔레스타인이 독립한다면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고 정당으로 남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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