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 관통하는 이방인들의 키워드는? '말 통해야 산다' (종합)

권수연 기자 2024. 4. 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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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대표팀 라미레즈 감독(좌)-여자배구 대표팀 모랄레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국 남녀배구의 반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외국인 감독들이 한날 한시에 같은 장소에 모여 포부를 전했다. 두 감독은 저마다의 목표를 전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남녀배구가 공통으로 지향해야하는 과제는 분명히 있었다. 

25일, 잠실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남녀배구 대표팀 신임감독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대한배구협회(회장 오한남)는 지난 달 18일, 비어있던 남녀배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새로운 감독들을 선임했다. 남자배구 대표팀에는 이싸나예 라미레즈(Issanaye Ramires Ferraz) 감독을, 여자대표팀 감독에는 페르난도 모랄레스(Fernando Javier Morales Lopez) 감독을 선발했다"고 전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AVC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남녀배구 대표팀 모두 세계랭킹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남자배구는 25일 기준 국제배구연맹(FIVB) 기준으로 28위다. 아직 30위권에 들어와있지만 VNL, 올림픽 등 주요 국제무대에 나서지 못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여자배구 역시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과 VNL 등에서 처참한 성적을 내며 40위까지 밀려났고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출전권도 예선 전패로 무산됐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임도헌 전 남자대표팀 감독과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전 여자대표팀 감독이 물러난 뒤, 협회는 최종적으로 두 공석에 모두 외인 사령탑을 앉혔다.  

세대교체 천명 후 성적표에 큰 파장이 불어닥쳤기 때문에 후임 감독들에게는 막중하고 부담스러운 임무가 주어졌다. 

라미레즈 남자대표팀 감독은 아직 선수단과의 상견례가 이뤄지지 않았고, 2024 VNL을 준비하는 모랄레스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돌입한지 열흘 차가 됐다.  

남자배구 대표팀 라미레즈 감독(좌)-여자배구 대표팀 모랄레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이 날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서 두 감독은 여러가지 부분에서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두 감독이 제시한 굵직한 키워드로는 '팀', '소통', '젊은 선수'를 꼽을 수 있었다. 특히 모랄레스 감독은 V-리그의 유구한 고질병으로 꼽혔던 '몰빵배구(한 공격수, 국내에서는 주로 외인 선수가 다득점을 몰아 올리는 양상)'를 뚜렷이 지적했다. 국제무대에서는 김연경(흥국생명)이 사실상 이 용병 역할을 도맡았는데, 소속팀인 흥국생명에서도 비슷한 패턴의 경기를 치렀다. 

이 날 모랄레스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성공적인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모든 공격자원이 다 가동되어야 한다"며 "한 팀에서 혼자 40득점 이상을 낸다던지, 이런 식의 홀로 다득점하는 선수가 있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득점을 고르게 분포시키기 위한 훈련을 한다"고 답했다.

이는 V-리그에 선착해있는 여타 외인 감독들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한다.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 역시 부임 초기에 모든 선수들의 공격 가담을 지향한다고 전한 바 있으나 잘 되지 않았다. OK금융그룹을 이끄는 오기노 감독 또한 선수 전원에 파이프 공격을 장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한선수(1번)가 토스를 하고 있다, AVC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김다인ⓒ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미들블로커 정호영(정관장), 이다현 (현대건설) 등 현역 선수들 역시 모두 "국제무대는 공격수 4명이 항상 준비하고 있다"며 이러한 팀워크에 대한 고민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은 국내 감독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득점을 목전에 둔 세터가 위기 상황에는 더 익숙한 운영 패턴을 꺼내는 근본적 리스크가 분명 존재한다. 이를 풀어내는 것이 이번 국제무대 사령탑들의 과제가 됐다. 

또, 남녀배구 대표팀의 두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키워 국제무대에 빨리 적응시키는 것도 관건으로 꺼냈다. 모랄레스 감독은 당초 이를 염두에 두고 가장 먼저 배구협회와 인터뷰를 나눈 후 입국했다. 결국 유소년의 성장이 한국 성인 배구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남자배구 대표팀 이우진, 국제배구연맹 제공

라미레즈 감독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키포인트로 꼽았다. 이번 남자배구 대표팀 명단에는 다소 의외의 선수들이 끼어있었다. 기존 대표팀은 대부분 국내 성인 프로팀에서 차출되었는데, 이번에는 인하대 미들블로커 최준혁과 이탈리아 베로발리몬차에 소속된 이우진이 새롭게 합류했다. 라미레즈 감독은 이에 대해 "미래의 잠재력을 보고 뽑았다"며 "어린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성인 대표팀 감독의 임무 중 하나다. 최준혁, 이우진의 차출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린 선수들을 대표팀에 조기 차출하면 세대교체가 좀 더 원활하기에 도움이 된다. 또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코치와 계속해서 소통해야하고, 정보교환이 원활해야한다. 젊은 선수들이 성인 대표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톱니바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선수, 각 구단, 연맹(KOVO), 대한배구협회와의 소통이 중심이 된다. 두 감독은 이 '소통'을 특히 강조했다. 서로 문화도 언어도 다른 사령탑과 선수단이 만났다. 끊임없이 소통해야 이해할 수 있고, 이해를 바탕으로 팀이 돌아간다.

국제무대에 걸맞는 좋은 선수들을 모집, 육성하기 위해서는 각 구단별 선수 차출부터 차질이 없어야한다. 부상선수가 발생해도 후일 재차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통, 코트 안 젊은 선수들과 외인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고참들과의 소통, 대표팀 선수들로 국내 리그를 준비해야 하는 연맹과의 소통까지 다각적인 네트워크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어떤 뛰어난 전략, 전술도 무용지물로 돌아가버린다. 

한편, 한국 여자배구는 오는 5월 14일부터 6월 16일까지 미국, 일본, 브라질 등지에서 열리는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나선다. 6월 2일부터 바레인에서 열리는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 나서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5월 1일 소집을 앞두고 있다.

 

사진= MHN스포츠 DB, 국제배구연맹, A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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