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뜯겨나간 덕수궁 핵심 선원전터, 시민공원으로 개방

노형석 기자 2024. 4. 25. 1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구한말 조선왕조를 계승한 대한제국 황제 고종(재위 1863~1907)의 통치 거점이던 서울 덕수궁 영역에 색다른 역사공원이 생겼다.

조선왕조 역대 임금 초상화(어진)들을 봉안했던 덕수궁의 주요 전각이었다가 일제강점기 뜯겨나간 선원전(璿源殿)의 터 일부다.

선원전 전각 건물터와 그 위쪽에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이후 지어진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5일 열린 선원전 터 권역 공개 기념행사 현장. 최응천 문화재청장(오른쪽)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왼쪽)와 선원전 터를 두른 이명호 작가의 아트펜스(예술벽)를 살펴보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구한말 조선왕조를 계승한 대한제국 황제 고종(재위 1863~1907)의 통치 거점이던 서울 덕수궁 영역에 색다른 역사공원이 생겼다.

조선왕조 역대 임금 초상화(어진)들을 봉안했던 덕수궁의 주요 전각이었다가 일제강점기 뜯겨나간 선원전(璿源殿)의 터 일부다. 세간에는 옛 경기여고 자리로 알려진 이 옛터가 최근 공원으로 정비돼 26일부터 시민들에게 열린다. 일제에 의해 금융기관 사택 등이 들어서면서 훼손됐고 2000년대 초반엔 미국 정부가 터에 자국 대사관을 지으려다 시민단체의 반대운동으로 건립이 무산된 내력이 깃든 곳이다.

문화재청은 25일 낮 서울 사직로 옛 선원전 터 현장에서 최응천 청장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선원전 권역 공터 대국민 공개 기념행사’를 열고 취재진에게 새로 단장한 선원전 터 공간을 내보였다.

최근 공원으로 정비한 선원전 터 모습. 나무 사진들을 벽에 확대해 붙인 이명호 작가의 아트펜스 작업이 보인다. 문화재청 제공

공개된 영역은 지난 2011년 미국 정부로부터 토지 교환 형식으로 돌려받은 땅이다. 선원전 전각 건물터와 그 위쪽에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이후 지어진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공간 둘레로는 사진작가 이명호씨가 나무 등의 이미지를 넣으며 작업한 아트펜스(차단벽)가 둘려졌다. 층계단 마다 화초를 심은 화계(화단)와 근대건축물인 조선저축은행 사택 내부도 살펴볼 수 있다.

선원전은 역대 군주의 어진들이 봉안돼 수시로 제례를 올렸던 까닭에 덕수궁 안에서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중시되었으나 구한말과 근대기 덕수궁 권역이 축소되면서 큰 수난을 겪었다. 전각은 1897년 지어졌으나 1900년 10월 화재로 타 사라졌고, 당시 미국공사관 북쪽 수어청 자리(옛 경기여고 터)에 1901년 다시 지어졌다. 1919년 고종(재위 1863∼1907)이 세상을 떠난 직후 전각은 일제에 의해 바로 철거됐고 1920년대 조선저축은행 사택,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훗날 경기여고) 등이 세워졌다. 터는 이후 미국 정부가 사들여 새 대사관 건물 신축을 추진하다 2003년 문화재지표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원래 선원전터가 발굴되어 무산되고 2011년 용산 미군기지 내 땅과 맞교환해 다시 한국의 땅이 됐다.

개방된 선원전 터 권역에 남아있는 옛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 선원전 터를 널리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조선왕실의 생활문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제공
지난 2022년 선원전 권역에서 진행된 건물 터 발굴현장. 위에서 내려다 본 사진이다. 문화재청 제공

최응천 청장은 “선원전 터를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아 국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쓰이기까지 많은 이들의 협업과 노력이 있었다”면서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2030년대 이후 선원전 권역의 원형 복원 사업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시개방을 앞두고 시범적으로 임시개방한 선원전 권역은 8월31일까지 입장할 수 있다. 7~8월엔 옛 저축은행 사택 안에서 이명호 작가의 작품 전시회와 기념 콜로키엄 행사도 열린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