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회사’로 변신한 SK하이닉스… 제2의 ‘슈퍼사이클’ 올라탔다

최지희 기자 2024. 4. 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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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토털 AI 메모리 공급사’ 수차례 강조
HBM 수요 급증에 연초 계획보다 투자 늘려
AI 서버용 고용량 낸드도 불티
“올해 메모리 시장, 과거 호황기 버금갈 것”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SK하이닉스 제공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 핵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 기업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놨다. 고공행진 중인 HBM 사업에 더해 회사의 ‘아픈 손가락’이던 낸드플래시 사업도 AI 데이터센터발 수요 증가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토털 AI 메모리 공급사’를 자부하며 제2의 슈퍼사이클(초장기호황)에 대비하고 나섰다. HBM을 비롯해 DDR5 D램 등 고성능 컴퓨팅에 특화한 제품 양산을 확대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도 앞당기기로 했다.

◇ AI용 고부가가치 제품 덕에 호실적... “HBM·고용량 낸드 수요 점점 더 늘어”

SK하이닉스는 25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734% 급증한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가 추정치(1조8551억원)를 1조원 넘게 뛰어넘는 성적으로, 1분기 기준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매출은 12조429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4.3% 증가했다. 역대 1분기 매출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전례없던 반도체 불황기를 지나 지난해 4분기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실적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1분기 호실적은 AI용 메모리인 HBM과 고용량 DDR5 D램 등 고수익 제품의 매출 비중이 늘어난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AI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서버용 제품의 60% 이상을 DDR5로 공급하고 있다. 부진했던 낸드플래시 사업은 AI 서버용 소비 전력이 낮은 고용량 낸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2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거뒀다. 여기에 D램과 낸드 가격이 각각 20%, 30% 이상 올라 수익성 개선에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HBM 사업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 측은 “일각에서 공급사들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HBM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불과 반년 전과 비교해도 HBM의 수요 가시성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며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의 AI 서버 투자 확대 등으로 HBM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HBM 매출이 1조5000억원대에 육박하고, 전체 D램 내 비중이 15~20%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정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59%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D램 시장에서 통용되던 ‘생산능력 우위의 원가 경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압도적인 HBM 경쟁력으로 전후방 주요 고객사와 협력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BM3와 5세대 HBM(HBM3E)을 포함한 올해 생산능력이 ‘솔드아웃(매진)’된 SK하이닉스는 이날 “상당수의 기존 고객, 잠재 고객들과 2025년과 그 이후까지의 장기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 메모리 시장 살아났다… AI용 메모리 위주 공급·투자 확대

SK하이닉스는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가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부터 PC와 모바일, 일반 서버의 수요가 개선되는 동시에, 메모리 공급업체들은 범용 D램 대신 HBM 등 프리미엄 제품 생산에 집중해 업계 전반적으로 범용 제품의 재고 소진이 빨라질 것이란 설명이다.

낸드 사업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은 고용량 eSSD 낸드의 장점이 AI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수요는 AI 시장 확대로 발생하는 신규 수요이자 구조적인 변화라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 DDR5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량을 늘리고 고객사 확대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가동률도 D램 생산 라인부터 점진적으로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선단 공정인 1b(10나노초반대) 나노미터를 적용한 HBM3E의 양산과 공급을 시작한 만큼, D램은 HBM 위주로 공급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낸드는 아직 일반 제품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D램보다 신중하게 가동률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투자 축소 기조에서 벗어나, 급증하고 있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연초 계획보다 늘릴 예정이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충북 청주 M15X 팹(반도체 공장)을 신규 D램 생산기지로 확충하고,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2028년부터 차세대 HBM 메모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수요 증가가 선단 공정 제품에 집중되고 있어 웨이퍼 생산량을 높이려면 업그레이드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추가 투자로 HBM뿐만 아니라 필요시 일반 D램의 수요 증가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 HBM 추가 물량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SK하이닉스는 HBM3는 물론 HBM3E도 가장 먼저 양산을 시작하면서 올해 SK하이닉스의 HBM 리더십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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