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전시실 아래에 숨겨진 공간..세계 최고 미술관 메트 보존실 가보니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4. 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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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무기 및 갑옷' 보존 부서 전문가 션 블레어가 보존 작업을 하고 있다./메트

“이것 좀 보세요. 1847년에 만들어진 미국산 콜트인데 매우 희귀한 것입니다. 어디서도 못 봤을 거에요.”

24일 오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메트로폴리탄(메트) 미술관 지하 1층. 간판도 걸리지 않은 철문으로 들어서자 탁자 위에 금빛과 은빛이 도는 물질로 만들어진 한 자루의 총이 놓여 있었다. 메트 ‘무기 및 갑옷’ 보존 부서장 에드워드 헌터는 흥분된 표정으로 “이 총은 콜트(총기회사)가 디자인을 했지만 엘리 휘트니(기계 발명가)의 아들이 제조한 것”이라면서 “이 총을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보스턴, 시카고 미술관과 함께 미국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메트는 1층부터 고전적이고 화려한 예술품들이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 예술품들이 긴 세월을 극복하고 많은 관람객 앞에서 빛을 보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바로 ‘보존 관리 연구’ 부서다. 메트에는 소장품 보존을 위한 전문 인력 200명이 일하고 있다. 유물 보존, 종이 보존, 사진 보존, 직물 보존 등 5개의 보존 실험실과 무기 및 갑옷, 동아시아 회화, 의상 및 패션 등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실도 운영한다. 미술관의 주연이 눈부신 미술품이라고 한다면,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 격인 보존 부서를 이날 찾았다.

1937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보존 작업실 모습./메트

철문 뒤에 숨겨진 재탄생의 공간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도 비좁은 꼬불꼬불한 통로를 지나 철문을 통과하니 헌터가 방 한쪽에 있는 검은색 갑옷을 가리키며 “1689년에 만든 것”이라고 했다. 배 부분에 나사가 있었는데 손으로 돌리니 작은 사각형 모양으로 열리며 갑옷 사이에 공간이 나타났다. 그는 “요즘처럼 휴대전화를 넣는 곳은 아니지만 작은 물건을 쉽게 꺼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갑옷 팔 부분에는 약 같이 작은 물품을 넣을 수 있는 비밀 수납공간도 달려 있었다. 그는 “갑옷 4벌과 검, 투구 한 개로 구성된 멋진 선물을 최근 기증받았다”고 했다. 16~17세기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투구도 걸려 있었는데 여기에는 말털로 장식된 머리카락이 달려 있었다. 헌터는 “이 헬멧은 독특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혼란한 전쟁터에서 부하들이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면서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지휘관이 쓰던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메트에서 ‘무기 및 갑옷’과 관련된 유물은 1만 4000여점에 달한다. 선사시대부터 2018년까지 다양한 시대에 만들어진 유물로 중국, 티베트, 몽골 등의 유물도 꽤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 전문가들이 하는 일은 보존 처리 외에도 기획, 갤러리 재설계, 설치 작업 등이 포함된다.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기후 제어 등 환경 모니터링, 해충 관리 등 다양하다.

헌터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션 블레어는 한 독일 남작을 위해 만든 갑옷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는 “30년 동안 직사광선에 노출된 채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갑옷을 묶고 있던 가죽이 모두 닳아서 스트랩이 끊어지기 시작해 일부를 교체해야 했다”고 했다. 갑옷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할 점은 관절 부분이나 목 부분을 다시 조립할 때 너무 세게 조이면 위·아래로만 움직이고 측면 이동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조립을 할 때 제대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갑옷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재료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2015년 메트 회화 보존 작업 모습./메트

교육도 보존 작업의 일부분

3층으로 올라가 보니 19세기 유럽의 유물을 검사하고 보존 처리하는 부서가 있었다. 이 부서가 하는 일 중 중요한 부분은 엑스레이로 그림을 살펴보고 눈으로 보이는 그림 아래에 어떤 그림이 숨어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전문가 샬럿 헤일은 “최근 리노베이션을 하는 동안 유럽 갤러리를 닫았었는데, 그동안 유럽 화랑에 걸려 있던 그림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그림의 한 부분에서 표면의 색과 일치하지 않은 색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우리는 형광 스캔 작업 등을 통해 현재 보이는 그림 밑에 다른 그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처음 그린 그림을 찾아내는 것이 왜 중요할까. 헤일은 “누군가의 스케치북이나 노트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흥미롭다”면서 “전체적으로 그 화가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말했다. 헤일은 이어 “교육도 우리가 하는 보존 작업의 일부분”이라면서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 전역과 유럽의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이 미술계 보존 작업의 산파(産婆)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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