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 교수 나갔다…예약된 수술 끝내고 나도" 의료계 뒤숭숭

김규빈 기자 2024. 4. 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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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병원 "25일부터 개인 선택따라 사직"
빅5 중 4곳 '주1회 휴진'…"정신적·신체적 한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고 있는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4.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한달 뒤부터 병원을 떠나겠다고 공언해온 가운데 의료계 예고대로 사직효력이 발생한 25일 현재 의료현장은 큰 동요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사직을 실행에 옮긴 교수들이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전해지고 있는데다, 사태 장기화로 응급·중증 환자 치료를 맡고 있는 의대 교수들마저 떠날 경우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24일) 오후 회의를 열고 교수사직, 안전진료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연대의대 교수(전임, 임상, 진료교수 등)의 과반수가 지난달 25일 의대 학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이날부터 사직 실행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된 25일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대위 수뇌부 4명은 다음달 1일부터 실질적으로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교수 비대위에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진료와 수술 예약 상황을 고려해 25일부터 사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2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 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총회에서 "정부의 사직서 수리 정책과 관계없이 진행하겠다"며 "예정대로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되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교수들은 25일부터 사직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지만, 일선 병원에서 큰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교수들도 예정된 외래진료, 수술이 마무리되는 대로 병원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을 이탈하는 교수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외과 교수는 "오늘도 의국에서 옆자리에 있던 (같은과) 의대 교수 한 명이 사직서를 두고 병원을 떠났다"며 "교수가 줄어서 이날부터는 정규시간 외래진료만 가능하고, 응급수술, 응급협진, 응급실 진료는 불가능하다.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검사, 수술만 마무리하고 병원을 떠날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한 내과 교수는 "(병원에서)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아 당장 병원을 떠나기가 망설여진다"며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는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고 싶지만, 당장 개업할 형편은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업무 과중 때문에 언젠가는 병원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창민 전의비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도 뉴스1에 "환자를 25일 마지막으로 진료한다. 환자도 남아 달라는데 상황 해결이 안 되니 떠나려 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남아있는 교수들은 진료 휴무에 돌입했다. 주요 대형병원 '빅5' 중 4곳(서울대·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은 주 1회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25일 의대 교수들에게 오는 30일 서울대 소속 4개 병원이 전체 휴진한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휴진 사유는 의료진의 과로로 인한 의료사고 방지 및 긴급회의 참석이다. 다만 입원 진료, 중환자실, 응급실, 응급수술은 유지하기로 했다.

연대의대 교수 비대위는 "장기화된 현 상황에서 교수의 업무강도는 근무시간, 정신적 및 신체적 부담에 대한 지탱 수준 그리고 번아웃과 스트레스 지각 정도를 볼 때 한계에 도달했다"며 "환자의 안전진료 담보 및 교수의 진료 역량과 건강 유지를 위해 교수의 개별적 선택에 따라 오는 30일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입장 변화와 이에 따른 학생 및 전공의의 무사 복귀 여부를 지켜보며 다음달 말까지 환자의 안전진료를 담보하기 위해 매주 하루 휴진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성균관 의대 비대위는 일주일에 하루 쉬도록 하는 내용의 적정 근무 권고안을 배포했다.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당장 사직하지 못하는 교수들의 경우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계명대 의대교수들과 원광대병원도 '주 1회 셧다운'을 결정하는 등 전국의 대학병원에서 휴진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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