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어도어 갈등에 멍드는 K팝…‘문화적 성과’낸 뉴진스 앞날은

조유빈 기자 2024. 4. 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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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어도어 경영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 방침
민희진 “하이브, 아일릿으로 뉴진스 성과 심각하게 침해”
“하이브 내부 유사 콘셉트, ‘멀티레이블’ 의도와 배치”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뉴진스 ⓒ어도어 제공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와 '뉴진스 엄마'로 불리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K팝 신을 흔들고 있다. 하이브는 25일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 계획을 수립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민 대표는 사태의 시작점이 '뉴진스 카피'에 있다며 다른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을 통해 데뷔시킨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해,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는 것이다.

아일릿의 등장과 함께 '뉴진스풍', '뉴진스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에는 뉴진스가 쌓아 올린 문화적 성과가 있다. 독보적인 색깔로 등장해 히트곡들을 발표하며 K팝 대표 걸그룹으로 부상한 뉴진스는 미국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오르는 등 글로벌에서도 유의미한 기록을 썼다. 소속사와 레이블간의 유례없는 갈등이 뉴진스를 연일 소환하면서, 아티스트의 활동과 성과에 얼룩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경영권 탈취' VS '뉴진스 카피' 불 붙은 배경

뉴진스를 둘러싼 이번 사태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갈등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여러 연예기획사를 흡수하며 덩치를 키워 온 하이브는 각자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빅히트뮤직에서 출발한 하이브가 운영하는 레이블은 총 11개로, 어도어,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 등이 있다.

이 중 어도어는 '흡수'된 다른 레이블과 달리, 2021년 민 대표를 중심으로 독자적으로 설립된 레이블이다. 어도어 지분의 80%는 하이브가, 20%는 민 대표 등 경영진이 갖고 있다. 어도어 측은 빌리프랩에서 올해 3월 데뷔한 아일릿이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 안무 등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방시혁 의장이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한 만큼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며, 이를 통해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가 침해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자 하이브 측이 '경영권 탈취'라며 언론플레이를 했으며, 민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 절차를 밟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어도어 측은 최근 밝힌 입장문에서 아일릿을 뉴진스의 '아류'라고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어도어는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됐으며, 불필요한 논쟁의 소재로 끌려 들어가 팬과 대중에게 걱정과 피로감을 줬다"며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고,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권 탈취'에 방점을 찍은 하이브는 25일 대화록 등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해지하는 방법 등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어도어 제공

4세대 걸그룹 중 '독보적' 뉴진스…글로벌서도 두각

민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히트시킨 프로듀서로,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해 에스엠 등기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9년 SM에서 하이브로 이적한 민 대표가 2022년 어도어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그룹이 뉴진스다.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으로 특유의 감성을 제시한 뉴진스는 데뷔곡 《어텐션》과 《하입보이》 등으로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고, 《디토》, 《OMG》 등도 연이어 히트시키며 4세대 걸그룹 중 압도적인 성적을 썼다. 음원을 평가하는 미국 빌보드의 '핫100' 차트에 5곡을 동시에 진입시키는 기록을 세웠고,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빌보드200'에서는 미니 앨범 '겟 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롤라팔루자 시카고와 일본 서머소닉 등 해외 대표 음악 축제 무대에도 올라 글로벌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뉴진스의 인기 요인으로 순수한 콘셉트와 편안한 음악, 자유로운 퍼포먼스 등을 꼽는다. 비주얼 디렉터 출신인 민 대표는 특히 뮤직비디오에 힘을 실었는데, 스토리텔링형 뮤직비디오를 통해 뉴진스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더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빌리프랩의 아일릿이 데뷔했을 때, 성공공식을 쓴 뉴진스와 신인 그룹 아일릿을 겹쳐 보는 시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5명의 멤버 구성과 순수한 콘셉트, 뮤직비디오 장면, 일부 안무 동작 등이 뉴진스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도어는 "아일릿은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하이브가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거리낌 없이 카피해 진부함을 양산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멀티 레이블 체제가 독립적으로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이브의 신인 그룹 아일릿 ⓒ연합뉴스

"하이브, 멀티레이블 운영 고민해야…유사성 논란엔 답 내놔야"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갈등이 전면에 부각돼있지만, 이 사태를 멀티레이블 운영 방식 관점에서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아티스트와 레이블의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경쟁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설계된 하이브의 멀티레이블은 르세라핌, 뉴진스, 투어스, 보이넥스트도어 등 신인 그룹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킬 수 있었던 경쟁력으로 여겨져 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구조가 소속 레이블간의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특히 하이브의 지원사격을 받았던 쏘스뮤직의 르세라핌과 어도어의 뉴진스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어도어가 뉴진스의 성공을 '독자적 성공'으로 여기게 됐고, 이렇게 촉발된 갈등이 아일릿의 등장으로 격화됐다는 후문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뉴진스는 기존의 흐름과는 다른 모습의 걸그룹으로 등장해 성공했고, 이 성공공식을 차용해 이후 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이 많이 나오면서 일종의 트렌드처럼 해석됐다"며 "그러나 유사한 그룹이 다른 기획사가 아닌 하이브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은 하이브가 멀티레이블을 꾸린 의도와 배치되는 부분이고, 이로 인한 불편함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아일릿과 뉴진스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어도어 측뿐 아니라 대중들 역시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만 멀티레이블의 '존재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기획사가 가야 할 길보다 민 대표 개인에 대한 논의가 내세워지고 있는데, 멀티레이블에 대한 한계에 대한 지적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 유명 기획사들이 취해 온 '제왕적 리더십'과 같은 태도가 K팝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팬들은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간의 유례없는 갈등이 뉴진스의 컴백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뉴진스의 새 싱글 '하우 스위트' 발매일은 5월24일로 예정돼있다. 컴백 프로모션 일정에 따라 오는 26일 음반 예약 판매를 시작하고, 27일 신곡 《버블검》 뮤직비디오를 공개할 예정이다. 5월에는 신곡 《라이트 나우》를 한국·일본 광고 음악으로 선보이고, 6월21일에는 《슈퍼내추럴》과 《라이트 나우》가 수록된 일본 정식 데뷔 싱글을 발매한다. 6월26~27일엔 일본 도쿄돔에서 대규모 팬 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뉴진스가 워낙 '알짜 IP'인 데다 하이브 측에서도 뉴진스의 컴백에 신경을 쏟고 있는 만큼, 임박한 컴백 활동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측은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심리·정서적 케어와 성공적 컴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멤버들의 법정 대리인과도 조속히 만나 보호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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