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가 말하는 ‘여행의 이유’...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되는 것”

장윤서 기자 2024. 4. 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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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출간
여행의 이유./복복서가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작가 김영하가 책 ‘여행의 이유’에서 한 말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 사람들에게 여행의 과정은 곧 쉼이 되는 시간이다. 일상을 탈피해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때로 기대와 설렘, 뜻 깊은 경험,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준다. 때로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땐, 난관을 이겨내기 위한 묘안을 짜 내기도 한다. 여행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고, 생각에 빠져들다보면 문득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깨달을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2019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에 이름을 올린 김영하 작가의 산문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이번 개정판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일상에서 여행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작가의 현란한 인문학 사유의 경로를 통해 비로소 이해해보게 되는 글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이 추가됐다.

이 책은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낸 여행담이 아닌, 작가가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삶의 의미로 그 주제가 확장돼 가는 사유의 여행기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한쪽에 미뤄둔 여행과 인생에 관한 단상들이 작가의 독보적이고 깊이 있는 인문학적 사유를 따라 각기 그 맥락과 형태를 갖춰가는 독서의 경험은 마치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의 경험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작가 김영하는 책에서 여행과 일상 그리고 다시 여행의 순환을 감각하며, 삶의 의미를 되짚는 사유의 시간을 문장으로 고스란히 만들어낸다. 거기에는 기쁨, 슬픔, 외로움, 괴로움 등 감정들이 뒤섞여있다. 여행의 과정이 반드시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의 예측하지 못한 변수는 어떤 경우엔 삶의 향방까지 바꾸기도 한다. 여행과 인생의 공통점이다. 그는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여행을 갈망할까. 바쁜 현대인들은 일상의 장소를 벗어나 생생하고 색다른 모험을 겪길 바라는 기대가 있다. 여러 가지 일들로 번잡해진 머리를 비우고 먼 곳으로 떠나 홀로 휴식을 취하고 간절함도 보태진다. 그 뿐만 아니다. 여기에는 숨겨진 욕망도 담겨 있다. 일상의 탈피를 통해 더 나은 무언가를 시도해보고자 하는 열망이다. 김영하는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라고 책에서 말한다.

김영하는 스스로를 우선 작가이지만, 그다음으로는 ‘여행자’라고 규정한다. 책의 마지막 목차인 ‘여행으로 돌아가다’에는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여행자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겼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간을 끊임없이 걷고 이동하는, 여행하는 존재인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로 정의했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로 걷고 또 걸으며 사유하는 호모 비아토르의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산문은 한곳에 평온하게 정착하지 못한 채, 항구적인 여행 상태로 떠도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공감의 언어를 전한다. 그는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라면서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며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고 서술한다.

작가에게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된다.” 김영하는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면서 여행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김영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섬세한 언어를 좋아하는 ‘호모 비아토르’들이라면 이 책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여행에 대한 이유를 찾게 될 수 있다.

김영하 지음ㅣ복복서가ㅣ260쪽ㅣ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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