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뜻 상관없이 그 형제자매에 상속 보장은 위헌”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2024. 4. 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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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5일 고인의 형제자매에게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최소 상속 금액을 보장해주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상속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 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상속인의 의사를 제한해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유류분 제도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독일·오스트리아·일본 등에서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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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유류분 조항 일부 위헌
헌법재판소가 25일 고인의 형제자매에게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최소 상속 금액을 보장해주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1977년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지 47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헌재는 25일 고인의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상실했다.

현행 민법은 자녀,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법정 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고인이 별도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 이에 따라 배분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와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받도록 한 것이 유류분 제도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상속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 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상속인의 의사를 제한해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유류분 제도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독일·오스트리아·일본 등에서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했다.

헌재는 고인의 자녀와 배우자, 부모의 유류분을 규정한 동조 제1~3호에 대해서는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건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위헌이지만 즉각 무효화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감안해 특정 시점까지만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자녀와 배우자, 부모에 대한 유류분 규정은 202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법 개정이 있을 때까지만 적용된다.

헌재는 특정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제1118조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공동 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등의 방법으로 고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을 도운 기여상속인에게 고인이 증여한 재산을 유류분 배분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기여상속인이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은 유류분 산정 기초 재산에 산입되므로 기여상속인은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에 응해 증여 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를 밝혔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유산이 아들, 특히 장남 위주로 분배되는 것을 막고 부인과 딸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져 개정 없이 유지돼 왔다. 이 과정에서 산업화, 핵가족화가 진행되며 법의 취지와 어긋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9년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사망한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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