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더이상 일회용품 아냐…소듐·전고체·리튬황 배터리 부상"
"빠르게 충전하면서 긴 시간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선 배터리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보다 수명이 긴 배터리를 설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적어도 1만 번은 충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래 배터리를 위해 학계에선 소듐(나트륨)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리튬 황 배터리의 가능성을 살피고 있습니다."
셜리 멍 미국 시카고대 프리츠커 분자공학대 교수는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JEJU)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봄 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미래 배터리를 위한 새로운 소재와 설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멍 교수는 세계적인 배터리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에너지부(DOE)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수석 과학자로 근무했으며 미국과학협회 펠로우로 선정된 바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포함해 지금까지 300개 이상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음극에 흑연을 사용한 전지를 뜻한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재활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멍 교수는 "배터리는 이제 더 이상 일회용품이 아니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한 가운데 리튬이온배터리는 친환경적인 미래 배터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학계에선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배터리를 설계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적인 특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제작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목표다.
현재 학계에서 주목하는 차세대 배터리 후보로는 소듐배터리가 있다. 멍 교수는 "리튬 대신 소듐을 배터리에 사용하는 것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연구에 따르면 소듐은 다른 소재를 압도하는 충전과 방전 효율을 보이면서도 자연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며 "이같은 효율과 가격 경쟁력은 새로운 배터리 소재로써 주목받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운송 중 인화 위험 등이 낮은 점 등도 장점으로 꼽았다.
소듐배터리의 단점은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것이다. 리튬이온배터리보다 15~20% 가량 에너지 밀도가 낮다. 에너지 밀도가 낮으면 충전을 위해 더 긴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충전 가능 횟수 또한 5000회 정도로 개선이 필요하다. 멍 교수에 의하면 현재 소듐배터리의 충전 가능 횟수를 가장 높인 기록은 중국 연구진의 6000회다.
전고체 배터리도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기존 배터리에서 사용하는 액체나 수성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도 충전 주기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비싼 제작 비용이다.
멍 교수는 "소듐배터리가 가진 제조 비용 경쟁력과 비교하면 전고체 배터리는 경제성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내구성이 높은 고체 전해질을 찾는 것도 과제라고 덧붙였다.
리튬황배터리도 차세대 친환경 배터리의 유력한 후보다. 기존에 개발이 이뤄진 리튬금속배터리와 구성이 비슷하면서도 음극재로 황을 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니켈, 망간, 코발트를 음극에 사용하는 리튬금속배터리와 달리 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에너지 밀도도 높다. 멍 교수는 "본인이 주도한 앞선 연구에선 리튬황배터리가 상당히 높은 에너지 밀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을 입증했다"며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황배터리로 작동하는 드론을 운영하는 등 이미 시장 진출 가능성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멍 교수는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성을 확보한 차세대 배터리가 우리 삶에 자리잡기 위해선 전세계 학자들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멍 교수는 "한 해 배터리 관련 논문만 650개가 발표되는데 연구자들이 이들 논문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며 적극적인 연구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혁신을 위해선 대학과 산업, 국가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합심해 결과물을 창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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