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대통령 “과거 노예무역 범죄 피해 보상해야”

신기섭 기자 2024. 4. 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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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포르투갈이 제국주의 시절 노예 무역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보상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러 유럽 지도자들이 노예 무역 등 과거사에 대해 유감을 표하거나 사과했지만 보상까지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드소자 대통령이 보상까지 거론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지만, 포르투갈 국내 상황은 여전히 과거사 반성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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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건 가장 쉽다”며 이례적으로 보상 언급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과거 노예 무역 피해에 대한 보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리스본/EPA 연합뉴스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포르투갈이 제국주의 시절 노예 무역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보상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러 유럽 지도자들이 노예 무역 등 과거사에 대해 유감을 표하거나 사과했지만 보상까지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드소자 대통령은 이날 외신 기자 회견에서 포르투갈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전적인 책임이 있다”며 식민 지배 당시의 학살 등 범죄 행위에 대한 보상을 거론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처벌 받지 않은 행동이 있고 체포되지 않은 책임자가 있나? 약탈한 재화가 있고 이를 되돌려 주지 않았나? 이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알아보자”고 말했다.

드소자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5일 포르투갈 독재를 무너뜨린 1974년 ‘카네이션 혁명’ 기념식 연설에서 포르투갈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과거 식민 시절 잘못을 사과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피해 보상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과거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사과보다 더 중요하다며 “사과하는 건 가장 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은 15세기부터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앞장서서 아프리카 노예 무역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이들을 아프리카 섬 지역의 노예 농업에 주로 투입했으나, 그 이후 브라질 등 남미 지역의 농장에 대규모로 투입했다. 유럽 국가들이 19세기까지 납치해 노예로 삼은 아프리카인은 125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약 600만명은 포르투갈이 납치한 이들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지도자들과 유럽의회는 최근 몇년 사이 과거 식민 역사에 대해 잇따라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보상 언급은 피해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적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2년 11월 노예 무역에 대해 사과하고 2억유로(약 2950억원) 규모의 관련 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기금으로 노예 피해 후손 보상 대신 노예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교육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독일도 지난해 초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20세기 초에 벌어진 주민 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30년 동안 11억유로(약 1조62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배제했다.

드소자 대통령이 보상까지 거론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지만, 포르투갈 국내 상황은 여전히 과거사 반성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온다. 흑인 네트워크 사업을 이끌고 있는 언론인 파울라 카르도주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드소자 대통령의 발언은 주로 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국내의 문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생들은 지금도 포르투갈이 훌륭한 식민지 개척자였다고 배우고 있다”며 포르투갈 내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은 노예 무역 보상 문제를 논의할 유엔 차원의 특별 법정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지난 19일 열린 ‘아프리카계 사람들에 관한 유엔 상설 포럼’에서 이런 요구에 호응해 아프리카계에 대한 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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