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까지만 논의? 이재명, 영수회담 의제로 ‘김 여사’ 올릴까
野 내부 “김 여사 의혹들, 반드시 논의돼야”…대통령실 ‘불쾌감’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 의제를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회담의 암묵적인 데드라인을 '다음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야당에서 내세우고 있는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특검·양평고속도로 의혹·명품백 수수 의혹·주가조작 의혹) 논의에 대한 합의 여부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의대 정원 문제,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등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최종 합의 여부를 떠나 일단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은 크다. 대통령실은 관계자는 "선별 지원을 위한 추경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조율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도 여야 간 의제 합의는 첩첩산중이다. 민주당은 영수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연일 늘려가고 있다. 민생회복지원금 등 민생 정책 협의에 집중하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나아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각종 특검 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자제 약속 등을 추가하려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이 총선서부터 대정부 압박 수단으로 내세워 온 '이채양명주' 논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민주당은 '이채', 즉 '이태원 참사 특별법'와 '채 상병 특검법'을 회담 테이블에 올리고 대통령의 수용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에서도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범야권의 '대표격'으로 참석하는 이 대표가 이에 대해 확실히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21대 국회에서 마무리 할 세 가지 과제는 이태원참사 특별법과 해병대 장병(채 상병) 사망사건 특별법, 전세사기특별법의 처리"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3명 중 2명이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한다"며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특검법이 통과돼서 진상규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채양명주로 총선 승리, 의제 올려야" "선 넘는 것"
관건은 '양명주'다. 세 건 모두 김건희 여사와 직결된 의혹으로 대통령실과 여당에선 강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에 "야당은 왜 이리 첫 술에 배부르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첫 만남부터 김 여사 건을 꺼내면 싸우자는 것밖에 더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23일 시사저널에 "이번 영수회담의 목적은 민생을 살리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영수회담을 앞으로도 이어가려면 (김 여사 특검법이라는) '선'을 넘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양명주' 건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 등 선명성을 강조하는 강경파들은 김 여사 의혹도 반드시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회담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 등 일각에선 신중론이 감지된다. 어렵게 성사된 첫 영수회담부터 김 여사 문제를 주요 의제로 꺼내들 경우 다른 대화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 당선인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은 고발 사주와도 연결되는 '검찰 쿠데타'의 뿌리인 사건"이라며 "이채양명주를 내걸고 총선을 치러 많은 표를 받았으니, 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났을 때 반드시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과 차기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정성호 의원을 겨냥해 "어떤 국회의장 후보는 (영수회담) 의제가 되면 되겠느냐고 엉뚱한 말을 하는데, '또 180석 가지고 아무것도 안 할 때가 반복되는 것 아닌가' 하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전날 친이재명(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김건희 특검 문제는 사실상 (대통령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거론하겠느냐"며 "적절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논의 여부에 대해 이 대표는 아직 직접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몇 차례 실무 회동을 거치며 대통령실의 반응을 보고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당내 구성원과 지지자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만큼 김 여사 의혹을 '패싱'할 수만은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회담의 정식 의제가 아닌, 비공개 대화 중 우회적 방법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여러차례 영수회담을 하자고 먼저 제안을 해오긴 했지만, 지금 만나서 성과를 내기 더 다급한 쪽은 윤 대통령과 용산"이라며 "이 대표는 차근차근 그동안 못 했던 말 다 하고 오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제를 쏟아내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대통령실은 그 자체로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실무회동 단계에서 의제들에 대한 '결론'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첫 만남서부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 행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거나, 의제가 확정되어야만 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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