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미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네타냐후 “나치 독일 연상돼”
미 대학가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시위 진원지인 뉴욕 컬럼비아대를 찾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주방위군 투입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텍사스대(오스틴) 캠퍼스에는 진압장비를 갖춘 경찰이 들어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해산했고 이 과정에서 학생 20여명을 연행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도 경찰이 시위대가 설치한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충돌이 빚어졌다.
그동안 미 동부를 중심으로 일어난 반전 시위가 남부, 서부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18일 컬럼비아대 캠퍼스 내 천막 농성을 벌이던 학생 등 시위대 100여명을 경찰이 연행한 것을 계기로 미국 곳곳 대학가에 시위 강경 진압에 불만을 느낀 연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하버드대 학생 수백명은 대학 당국이 학생 단체인 ‘팔레스타인 연대 위원회’의 활동을 중지한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주말부터 하버드 측은 시위를 원천 차단하고자 광장 격인 하버드 야드에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존슨 의장은 이날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함께 컬럼비아대를 찾아 네마트 샤피크 총장이 시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대 성격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한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해 행정 권한 발동을 촉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질서 확립을 위해 주방위군 투입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시위가 신속하게 억제되지 않고 이런 위협과 협박이 멈추지 않는다면 주 방위군 (투입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학생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묻자 “교실로 돌아가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중단하라. 부모들의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학생들이 거세게 야유하며 “우리 캠퍼스를 떠나라”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 대학 재학생인 유대계 스펜서 데이비드(19)는 워싱턴포스트에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지금 상황을 컬럼비아와 같은 리버럴(자유주의) 기관을 겨냥해 문화 전쟁을 추구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대계 학생들을 꼭두각시 삼아 자기들의 의제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당 소속 조시 고트하이머 등 유대계 의원 네 명도 컬럼비아대 시위 현장을 방문해 유대계 학생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 의원들과는 달리 유대계 학생들을 공격하는 이들과 평화롭게 반전 시위를 하는 이들을 구분했다고 전했다.
대학가 반전 시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최대 고비로 떠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일변도 정책에 반감이 커진 청년층과 아랍계 등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의 민심 이반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는 8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전 시위 인파가 운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위하는 학생들을 나치 독일에 비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 대학의 반전 시위를 “반유대적 흥분”이라고 규정하면서 “반유대주의 무리는 그들은 이스라엘의 소멸을 외치고 유대인 학생과 유대 학부를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나치 집권기였던) 1930년대 독일 대학에서 벌어진 상황을 연상시킨다”며 “이는 부도덕한 행동으로, 즉시 중단돼야 하고 명백히 비난받아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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