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하셨나?" 모르면 낭패보는 채용절차법 ABC

백승현 2024. 4. 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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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이광선 변호사의 '노동 프리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 시행된 지 수 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현업에서는 채용절차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하반기에 불공정채용 등에 대해 지도·점검을 하여, 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근로조건 변경, 채용서류 파기 등 채용절차법을 위반한 281건을 적발했고, 올해에도 민간취업포털 등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현장지도·점검을 할 예정이다. 아래에서는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채용절차법 관련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과거에는 응시원서나 자기소개서에 구직자들이 부모나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을 기재하거나 구직자의 결혼 여부를 기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채용절차법에서는 구직자에게 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구직자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을 기초심사자료(응시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경력증명서 등 기초자료에 기재한 사항을 증명하는 모든 자료)로 수집해서는 안된다(채용절차법 제4조의3). 다만, 기초심사자료에 사진 부착을 요구하거나 출신학교 기재를 요구하는 것은 수집 금지 대상이 아니므로 가능하다. 금융관련 업체에서 직원을 채용하면서 신용정보 조회를 하는 것은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므로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한편, 기초심사자료 등에서 출신지역, 결혼 여부 등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면접 과정에서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제된다. 원칙적으로 채용절차법에서는 해당 정보를 기초심사자료 등에 기재하도록 하거나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므로 면접시 이를 질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고용노동부도 면접시 구두로 질의한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고 있지만 면접 자료에 해당 내용을 기재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고, 면접시 해당 내용을 질의하는 것도 채용절차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범죄경력 정보 요구
채용 과정에서 범죄 전과를 확인하거나 관련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형실효법)은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누구든지 법에서 정하는 경우 외의 용도에 사용할 목적으로 범죄경력자료 또는 수사경력자료를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제6조 제3항).

그렇다면 근로자가 직접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 회사에 제출하는 것은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형실효법에서는 채용시 전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범죄경력자료 등의 취득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구직자가 제출하더라도 범죄경력자료를 취득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경찰청에서도 일반 회사 취업 합격자에게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게 하는 것은 형실효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무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채용 공고시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을 요구하는데, 이는 여권법상 장기 2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된 경우, 장기 3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되거나 체포영장·구속영장이 발부된 자 중 국외에 있는 경우 여권 발급 및 재발급 거부사유에 해당하여(여권법 제12조 제1항) 채용 과정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거나 현재 진행 중인 구인자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 없는 채용 광고 변경
구인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 광고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되고, 채용한 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채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된다(채용절차법 제4조 제2항, 제3항).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구인공고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낮은 급여로 채용하거나 채용 이후 근로조건을 낮추어 변경하는 것이다. 물론 구직 과정 또는 채용 이후 정당한 사유로 채용 광고의 내용을 변경할 수는 있는데, ‘정당한 사유’란 사회통념상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변경할 만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이다.

하급심 판례는 채용 면접 당시 ‘전략기획총괄’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가 채용 이후 전략기획총괄 업무를 포함한 인사, 총무, 법무 업무까지 총괄하는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보직을 변경한 것은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으로 볼 수 없고, 근로계약서상 업무상 필요한 경우 업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채용절차법 제4조 제3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1. 선고 2021가합555961 판결).

하급심 판례는 소방원을 ‘공항안전직’으로 채용한다고 공고했으나, 소방원의 직무내용, 응시자격이 폭발물처리 분야 공항안전직과는 크게 다르고, 그와 같은 사실이 알리오를 통해 모두 공개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소방직에게 폭발물처리 분야 공항안전직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채용절차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23. 6. 21. 선고 2022나2032062 판결).

◆불합격자에게도 고지해야
구인자는 채용서류를 받은 경우 지체 없이 홈페이지 게시, 문자전송, 전자우편, 팩스, 전화 등으로 구직자에게 접수사실을 고지해야 하고, 채용일정, 채용심사 지연사실, 채용과정 변경 등 채용과정을 고지해야 한다(채용절차법 제7조 제2항, 제8조).

구인자는 채용대상자를 확정한 경우에는 지체없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고지해야 하는데, 합격자 뿐 아니라 불합격자 전원에게 알려야 한다(채용절차법 제10조). 그리고 채용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 채용서류의 반환 등에 대해서도 구직자에게 고지해야 한다(채용절차법 제11조 제6항).

◆채용서류 반환 또는 파기
구인자는 채용여부가 확정된 후 채용되지 않은 구직자가 채용서류의 반환을 요청하는 경우 본인임을 확인한 후 반환해야 한다. 다만, 채용서류가 홈페이지 또는 전자우편으로 제출된 경우 또는 구직자가 자발적으로 제출한 경우에는 반환의무가 없다(채용절차법 제11조 제1항). 채용서류 보관기간은 채용 여부가 확정된 날부터 14일에서 180일 기간 중 구인자가 기간을 정해 채용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 구직자에게 통보한 기간이다(채용절차법 시행령 제4조). 구인자는 구직자가 반환 청구를 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반환대상 채용서류를 반환해야 한다.

반환대상이 아닌 서류(홈페이지 또는 전자우편으로 제출된 경우, 구직자가 자발적으로 제출한 경우)는 채용 종료 후에, 반환대상인 서류이지만 구인자가 정한 기간 내에 반환요청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이 도과한 후 모두 지체없이 파기해야 한다. 채용절차법에서는 파기 기한이 없으나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서는 ‘지체 없이’를 ‘5일 이내’로 안내하고 있다.

만약 채용서류에 대해 구직자의 동의를 받는다면 파기하지 않고 보관이 가능한지가 문제된다. 과거 고용노동부는 구직자의 동의를 받는다면 보관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채용절차법 제정 이후 견해를 변경하여 채용 여부 확정 이후에는 채용절차법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라 파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변경했다.

반면, 인재 풀(pool) 확보 차원에서 채용서류가 아닌 개인정보(이름, 연락처, 구술면접 점수 등)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를 받으면 보관이 가능하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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