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몰입도 16배 상승의 비결 '경험과 몰입'

백승현 2024. 4.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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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직원경험'과 '직원몰입’.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듯한 두 단어.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항해를 앞둔 유람선을 떠올려보자. 이 유람선은 안전한 항해와 쾌적한 탑승객 서비스를 위해 여러 승무원을 승선시키려 한다. 여기서 승무원이 배에 올라탈 때부터 목적지에 내릴 때까지의 전체 여정을 직원경험이라 할 수 있다. 항해 과정에서 승무원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상호작용, 그리고 그 안에서 느끼는 일련의 감정을 포함한다.

반면 직원몰입은 한순간의 스냅샷에 가깝다. 항해 중 특정 시점에 승무원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지를 가리킨다. 요컨대, 직원몰입은 직원경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긍정적 직원경험을 맛본 사람들은 부정적 경험을 한 직원보다 16배나 더 몰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에 남고 싶어 하는 의향은 8배 높았다.

그렇다고 둘 간의 관계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건 아니다. 몰입도가 높은 직원들은 좋은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이는 다시 직원들의 긍정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상호 시너지를 내며 더 높은 조직 성과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런 까닭에, 직원경험과 몰입 두 가지 중 하나를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직원경험과 몰입 간의 차이와 관계를 이해하는 접근이 고성과 일터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다. 

직원경험은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겪는 모든 여정의 합이다. 최초 상호작용에서 시작하여 온보딩, 일상의 업무 루틴, 경력 성장을 거쳐 퇴사까지 이어진다. 직원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물리적, 기술적, 문화적 환경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사무실 위치, 레이아웃, 책상, 회의실, 휴게공간 등 물리적 환경은 직원경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일터에 대해 구성원이 느끼는 감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이는 곧 생산성과 에너지 수준을 좌우한다. 기술적 환경도 직원경험을 형성하는 한 축이다. 업무를 수행하고 협업하는 데 사용되는 테크놀로지와 도구가 대표적이다. 의사소통, 정보 접근, 팀 연결성을 위한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도구는 긍정적 직원경험에 필수적이다. 문화적 환경은 기업의 가치관과 일상적 행동 양식을 포함하는데, 이는 조직 분위기를 결정하는 무형의 요소다. 긍정적인 문화는 창의성과 협업을 촉진하여 직원이 혁신을 이루고 조직 목표 달성에 정진하도록 돕는다.

직원몰입은 구성원이 업무와 조직에 가지는 전념, 헌신, 열정 수준을 일컫는다. 직원몰입의 중심에는 조직에 대한 정서적 또는 감정적 이입이 자리한다. 몰입한 직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애착을 가지며, 시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기꺼이 투자하려 한다.

직원몰입 수준은 무엇보다 관리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 갤럽 연구에서는 팀 몰입도의 70%가 관리자로부터 기인한다고 밝힐 정도다. 조직이 지향하는 바에 대한 공감 역시, 직원몰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조직의 비전이 자신의 일하는 목적과 부합할수록 조직의 사명에 기여한다고 느껴 회사에 깊은 소속감을 가진다. 업무 측면에서는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될수록 직원은 적극적으로 몰입하려 한다. 의사결정과 주도권을 발휘하도록 힘을 실어줄 때, 일상 업무 속에서 지속적으로 탁월함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직원경험과 몰입이 구성원의 동기, 업무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고성과 조직과 관련 있다는 증거는 여러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IBM의 Smarter Workforce Institiute 연구에 따르면, 탁월한 직원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경쟁사보다 두 배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은 저몰입으로 인한 손실이 전 세계적으로 8조 800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GDP의 9%에 해당한다고 추정한다. 높은 몰입도를 보이는 팀은 몰입도가 낮은 팀에 비해 수익성이 23%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구성원의 전반적인 경험과 업무몰입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일은 HR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직원몰입 수준 측정에는 설문조사가 흔히 쓰인다. 직무 만족도, 이직 의도, 자발적 노력 의지, 회사에 대한 자부심, 회사 미션과의 정렬 등을 중점적으로 파악한다. 대체적으로 일 년에 한번 정기 조사를 통해 몰입도를 점검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몰입 조사는 분명 보다 나은 일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직원몰입 개념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머서의 글로벌 탤런트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임원 10명 중 4명은 자신의 성과 목표에 직원몰입을 높여야 하는 지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직원 중 35%는 여전히 자신의 회사를 떠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직원몰입이 무언가를 예측하는데 충분치 않음을 보여준다.

직원몰입에 대한 지적 중 하나는, 직원들이 보이는 몰입 정도는 결과이지 구성원 인식이나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선행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직원몰입을 높일 수 있는 선행 요인에 집중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직원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탁월한 경험을 제공하라고 조언한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경험을 많이 한 직원일수록 자발적 몰입이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업무는 물론이고 조직에서 느끼는 기억과 감정은 어떠한지, 리더와 다른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에서 불편함이나 나쁜 경험을 겪지는 않는지, 더 탁월한 경험을 제공할 수는 없는지를 점검하라는 얘기다.

직원경험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직원 생애주기 각 접점에서 구성원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신입사원 면접 순간, 입사 당일, 입사 후 일정 이후 시점(1년·3년·5년), 직무 이동, 승진, 리더 교체, 역할 변화, 해임, 퇴사 등의 단계에서 구성원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특별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다. 예를 들어 온보딩 만족도 조사, 업무 편의성 점검, 퇴사 인터뷰 등을 실시하여 직원들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다.

직원경험 변화를 발빠르게 파악하려는 기업은 연례 조사와 더불어, 펄스 서베이(Pulse Survey)에 관심을 갖는다. 펄스 서베이는 말 그대로, 환자 맥박을 재듯 직원 감정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는 조사방식이다. 디지털과 모바일 기기의 힘을 빌려 분기, 월, 주 심지어 일 단위로 직원의 상태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순간순간 직원이 느끼는 감정 상태, 분위기, 주요 관심사, 불만사항을 적시에 파악하고자 애쓴다.

HR 내에서 관련 데이터를 살피는 것도 직원경험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높은 근속률은 직원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장기적으로 조직에 남으려 한다는 신호다. 반대로 높은 이직률은 직원경험이 좋지 않다는 징후일 수 있다. 타운홀 미팅, 리더와의 1:1 피드백 세션 등도 활용하기에 따라 직원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유용한 창구가 된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조직은 직원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래 일터에서 사람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여러 견해가 있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람들은 어떨 때 창의적 혁신을 발휘할까? 단순히 부지런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상 업무를 기계적으로 하기보다는 마음을 쓰고 열정을 가질 때 창의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조직에 소속감을 가지며, 일에 재미와 열정을 느끼고, 동료들이 기꺼이 협력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들은 직원 경험과 정서관리에 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2023년 직원경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어느 때보다 직원경험에 더 많이 주의를 기울인다고 응답한 최고 경영진은 78%에 달한다. 맥킨지는 조직건강을 파악하는데 번아웃, 심리적 안정감, 의미감, 소속감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히타치는 직원의 행복감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웨어러블 장치를 사용해 직원의 감정 상태를 측정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행복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러한 노력은 직원의 웰빙지수와 수익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친화적인 근무 환경, 소통, 성장 기회 등 좋은 직원경험이 조성되면 직원몰입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또한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헌신하는 몰입형 직원이 늘어날수록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 모두의 경험을 향상시킨다. 직원경험과 몰입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열쇠가 될 것이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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