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꽃스님'과 함께 '부처핸접'... 불교도 힙하게 즐긴다

김가현 기자 2024. 4. 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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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불교가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있다. 사진은 월정사에서 숲 명상 체험을 하는 사람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불교가 이렇게 힙(Hip)한 종교였나요?"

불교가 '종교'적 의미를 넘어 Z세대가 향유하는 '문화'로 자리잡았다.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는 것을 뜻하는 '힙(hip)하다'는 표현이 불교에도 적용된 것이다.

그동안 불교는 젊은층으로부터 외면받는 종교로 통했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사찰은 다른 종교에 비해 대중문화와의 접점이 적어 지루하고 딱딱한 종교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과연 젊고 트렌디한 감성이 더해진 불교는 어떤 모습일까.



'이색 불교 행사'에… 2030세대도 '솔깃'


지난 14일 열린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이색 불교 행사들이 진행돼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해당 박람회 홍보물. /사진= 서울불교박람회 인스타그램 캡처
개그맨 윤성호가 지난 14일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뉴진스님'이라는 캐릭터로 무대에 올랐다.

윤성호는 삭발한 머리에 법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강렬한 디제잉을 선보였다. 그는 '극락왕생' '부처핸접' 등의 재치있는 구호를 외치며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해당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일파만파 퍼졌다. 누리꾼들은 "뉴진스님 덕에 불교 이미지가 떡상했다" "클럽을 왜 가냐. 불교박람회 가면 되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수려한 외모로 SNS상에서 일명 '꽃스님'으로 불리는 화암사 범정 스님도 강연을 위해 무대에 올라 열기를 더했다.

이날 '극락도 락이다' '번뇌멈춰' 등 일명 불교 밈(meme·인터넷 유행어 혹은 이미지)이 프린트된 티셔츠와 스티커가 내놓기 무섭게 동났다. 인공지능(AI) 부처가 고민 상담을 해주는 부스와 임종 체험 부스 등에도 긴 대기줄이 이어졌다.

지난 16일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찾은 관람객 전체의 80%는 2030세대였다. 현장 관람객도 지난해 대비 3배나 증가했다.

인기 TV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본뜬 불교계 만남 주선 행사 '나는 절로'가 3회째 성공적으로 열리며 호응을 얻었다. /사진=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홈페이지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6~7일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3040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불교계 만남 주선 행사인 '나는 절로'를 진행했다. 결혼·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인기 TV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본따 만들어진 이 행사의 경쟁률은 '150대1'에 달했다. 참가자들은 나이, 직업, 이름을 숨기고 1박2일 동안 서로를 알아갔다.

당시 묘장 스님은 "스님은 독신이어도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 하지만 요즘 혼자 사는 청년이 늘어나 걱정"이라며 "여기서 결혼까지 하는 커플이 생기면 주례를 서겠다"고 밝혔다.



"요즘 템플스테이 티케팅은 임영웅 콘서트급"


불교의 인기는 사찰에 직접 방문해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에 대한 인기로 이어졌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불교문화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이 저렴하게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도록 '청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 19일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았는데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접속하는 바람에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고 말았다.

이날 티케팅을 시도했다 실패한 김서현씨(23·여)는 "템플스테이의 인기가 이 정도인지 몰랐다"며 "45분 내내 새로고침을 눌렀지만 결국 신청에 실패했다. 요즘 템플스테이 예약이 거의 임영웅 콘서트급으로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머니S는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대우스님을 만나 Z세대가 불교에 빠진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대우스님이 Z세대가 템플스테이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대우스님은 "템플스테이는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삶에 치여 바삐 살던 젊은 세대가 자연 속에서 나를 비우고 채우는 방법을 배우며 힐링한다"고 템플스테이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자 Z세대 사이에서 '호캉스'(호텔+호캉스)가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인스타그램에는 호텔방에서 와인을 마시는 인증샷보단 산 속에서 법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대우스님은 "호캉스는 단지 일시적인 소비 문화였던 것"이라며 "공간적 제약이 큰 호캉스와 달리 사찰은 자연과 어우러진 곳이다. 코로나 이후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즐기는 휴식이 절실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생에서 벗어나 힐링하고 싶을 땐?


자아성찰이나 휴식이 필요할 때 사찰을 찾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송광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최근 미디어에 과하게 노출되며 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Z세대가 급증했다. 이들은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템플스테이를 찾는다. '디지털 디톡스'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자발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대우스님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잠시라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려는 이들이 많다"며 "실제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108배와 염주꿰기다. 몸을 쓰는 단순한 활동을 반복하며 잡생각을 떨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휴식하기 위해 사찰을 찾기도 한다. 대우스님은 "명상과 스님과의 차담도 인기있는 활동"이라며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스님에게 털어놓고 해답을 찾는 경우도 많다. 병원·요양시설을 전전하다 사찰에서 병을 치유한 노부부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설악산 신흥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고 왔다는 직장인 조모씨(20대·여)는 "평소 직장생활에 치여 살다보니 휴식이 간절했다"며 "일단 현생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으로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다. 산책이나 마당 쓸기처럼 평범한 일에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집안이 불교여서 원래부터 불교문화에 친숙한 편"이라며 "부처님 오신 날 등 특별한 날에는 부모님과 절에 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 신자만 템플스테이를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종교인과 타종교인의 참여도 높았다. 대우스님은 "템플스테이에서는 종교적 접근을 지양하려고 한다"며 "불교 교리보단 자연친화적인 활동이 중심이다. 사찰마다 차이가 있지만 요가나 트래킹, 버스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템플스테이는 외국인에게도 각광받는 즐길거리다. 대우스님은 "매년 외국인 참가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젊은이는 채식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외국인들이 사찰 음식을 잘 먹어서 놀랐다. 외국인 중 비건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 한국인들도 배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가현 기자 rkdkgudj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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