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쇼’ 연금개혁史와 대통령 책무[포럼]

2024. 4. 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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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회의가 연금 '개혁'이 아닌 '개악'을 선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500인회의가 선택한 1안은 국민연금의 누적적자를 현재보다 702조 원을 늘려 연금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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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회의가 연금 ‘개혁’이 아닌 ‘개악’을 선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500인회의에서 논의된 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와 50%로 올리는 안(1안)과 보험료율만 12%로 올리는 안(2안)이다. 500인회의가 선택한 1안은 국민연금의 누적적자를 현재보다 702조 원을 늘려 연금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뛰어나도 잘못된 정보가 입력되면 잘못된 결과가 나온다. 1안도 가능하다는 거짓 정보가 입력되면, 1%p만 더 내면 10%p 더 받는 1안이 2안보다 나아 보이는 건 당연하다. 어차피 국민연금 재정은 고갈되니 소득이라도 보장받자는 생각도 한몫했을 것이다. 국회가 개혁의 필요성도 방향도 합의하지 못하고,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은 무책임하다.

연금재정이 고갈되면 인구구조상 미래세대가 부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험료율이 올라갈 뿐 아니라, 높은 보험료율을 부담하면서도 국민연금을 납부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부당한 연금을 받는다. 결국, 재정 고갈 시점에는 보험료를 낼 국민이 없어 더는 제도가 유지되지 않는다. 국가가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정치적 저항에 직면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재정 고갈 시점에는 열심히 수십 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국민도 약속된 연금을 못 받는다. 무슨 안을 내더라도 재정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어떤 안도 가능하지 않다. 결국, 1안은 가능하지 않다. 일부 편향된 인사들이 국민의 눈을 가리고 개혁의 필요성까지 폐기해 버렸다.

연금개혁 논의는 처음부터 문제가 됐다. 외환위기로 연금을 개혁해야 했던 김대중 정부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지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보험료는 일정하지만, 받는 돈은 국민 경제의 상황에 따라 결정되도록 법제화됐다. 김대중 정부는 연금개혁이란 명분만을 얻고 실질적으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는 등을 돌렸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도 마찬가지로 명분만 얻고 시늉만 했다. 그나마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이후 정부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치적 분위기가 고스란히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체화됐다.

연금개혁에 나선 ‘전문가’들은 엄선된 인사들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기준은 △연금개혁을 논의하면서 그 방향성을 혼란시키는 자 △재정 문제에 관해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자 △국민연금의 실태를 모르고 국민연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자 △전문적 지식보다는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자 △연금개혁 저지에 공헌한 자 등으로 비칠 정도이다. 이렇게 선정된 사람들이 주는 정보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의 연금제도는 모든 사람이 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구조여서 시간이 갈수록 기금은 고갈된다.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미래세대는 천문학적 수준의 미적립부채를 해결할 수 없다. 연금개혁은 미적립부채의 관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제도를 인구구조의 변화에 강건하도록 개혁하고, 미적립부채를 관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100년의 약속이다. 무책임한 공무원과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이 나서서 연금을 개혁하고, 공신력 있고 지속 가능한 약속을 하길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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