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과 180도 달랐던 벤투의 솔직고백 "월드컵 전에 이강인에 대한 확신 없었다"

윤진만 2024. 4. 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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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합류 이후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강인-벤투 감독. 17일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했다. 이강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벤투 감독.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대한민국과 카메룬의 A매치 평가전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1대0 승리한 대한민국. 이강인과 벤투 감독이 엇갈리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9.27/
6일 오전(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974에서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16강 경기가 열렸다. 축구대표팀이 브라질에 1-4로 아쉽게 패배했다. 경기 종료 후 이강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벤투 감독.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2.06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에 16강 진출을 선물한 파울루 벤투 현 아랍에미리트 축구대표팀 감독(55)이 월드컵을 앞두고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벤투 감독은 25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FC온라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시절 줄곧 외면했던 이강인을 카타르월드컵에 발탁한 이유에 대해 "이강인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팬, 감독, 스태프,미디어 할 것없이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코치진)는 그보다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재능만으로 판단해선 안된다. 이강인과 같은 10번 유형의 선수는 주로 공격만을 생각하고 수비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솔직히 이강인을 월드컵 명단에 올린 건 월드컵 (본선)직전이었다. 이강인을 월드컵에 발탁할지에 대해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솔직한 대답은 아닐 것"이라고 월드컵 최종명단에 이강인을 제외할 생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23명 명단에 이강인을 포함했고, 이강인은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부메랑 크로스로 조규성(미트윌란)의 골을 돕는 등 톡톡 튀는 활약으로 믿음에 보답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명단에 올린 중요한 이유는 그가 바뀌어서다. 마인드의 변화와 마요르카에서의 활약으로 (월드컵 출전의 자격을)증명했다. 그는 마요르카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다. 그의 변화를 이끌어준 중요한 두 사람은 본인과 클럽 감독 하비에르 아기레일 것이다. 이강인은 스스로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인정한 것 같고, 아기레 감독은 그런 변화에 대한 확신을 줬을 것이다. 이강인의 훈련 퍼포먼스와 합숙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6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펼쳤다. 축구대표팀이 콜롬비아에 2대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인사를 나누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3.26/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한국 축구를 이끈 벤투 감독은 재임 시절 동안 일산에 거주했다. 지난해 2월 부임해 1년간 국내 거주 기간보다 해외를 떠도는 시간이 더 많은 '잦은 외유' 논란을 일으키고 '파주가 북한과 가깝다'는 등 생뚱맞은 인터뷰로 공분을 산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는 상반되는 행보였다. '일산 명예시민'으로 불리었던 벤투 감독은 "나는 국가대표 감독이기 때문에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상근직이 아니었기에 매일 파주(축구대표팀 훈련센터)에 갈 이유는 없었지만, 많은 시간 파주 훈련장에 가야 했다. 그런 이유로 파주 근처에 사는 게 중요했다. 일산에 거주하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회 후 한국을 떠나야 했던 벤투 감독은 "'계속 한국팀을 맡았다면'이라고 가정해서 말할 순 없다. 다른 감독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한국에서 4년 넘게 보낸 시간과 경험은 언제나 내 가슴속에서 함께할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 가장 아름다운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팬들과 헤어질 때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고도 했다.

'벤버지'(벤투+아버지)란 별명에 대해선 "그런 별명을 들으면 뿌듯함을 느낀다.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팀의 모습이 바로 가족이었다"며 미소지었다.

한국 축구를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조국 포르투갈로 돌아갔다. 벤투 감독이 출국장으로 향하며 인사를 건네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2.13/

지난 1~2월 카타르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한 한국에 대해선 "우리가 비록 지금은 다른 팀에 있지만, 언제나 한국 팀을 지켜보고 있다.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패해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부분은 축구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좋은 경험으로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벤투 감독은 "선수들에겐 너무 큰 부담을 줘선 안된다. 그들은 누구보다 나라를 위해 열심히 뛰었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은 남겼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 중이다. 벤투 감독은 "협회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새로 부임할 한국팀 감독은 한국의 좋은 선수들을 가르치는 즐거움과 한국에서의 생활이 즐거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항상 응원하고, 2026년 월드컵 진출 또한 기원한다"면서 인터뷰를 끝마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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