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압승’ 이재명 당헌·당규 개정 암시…‘개딸’ 영향력 커질까

변문우 기자 2024. 4. 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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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원 스킨십 강화…김은경 만나 ‘당원권 확대’ 논의
지지층 포섭으로 ‘대권’ 굳히기? 일각선 ‘강성 팬덤’ 재부상 우려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을 만나 '당원권 확대'를 골자로 한 혁신안 이행 의사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부터 당원들의 권리 강화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총선 승리 후 당내 입김이 세진 이 대표가 당원권 확대·강화를 추진하면서, 당헌·당규 개정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이 대표 강성지지층)로 대표되는 강성 팬덤 부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27일 충북 제천시 동문시장을 방문해 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당원권 확대' 공감…'권리당원 표 가치' 추가 수정 목소리도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최근 총선 승리 후 '당원권 확대' 필요성을 여러 자리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원과의 만남' 행사를 통해 "선거 승리에 당원이 큰 역할을 했으니 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한 당원이 "국회의장 후보자나 원내대표도 당원이 선출하게 하자"고 제안하자 "장기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도 답했다.

특히 이 대표는 '당원과의 만남' 행사 이틀 전인 17일엔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과 전임 혁신위원들도 만나, 당원권 확대와 관련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자리에 배석한 측근들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추가 혁신안 이행을 추천했다는 전언이다. 핵심 골자는 ▲당원 복지증진 및 당원보험 도입 ▲당원교육 활성화 ▲당원연대 유닛 모임 조성을 통한 당원 소속감 제고 ▲혁신위원회 상설화 등이었다.

김 전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이 대표도 진지하게 들으며 공감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배석했던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의 제안에 이 대표도 '오늘 들은 중요한 내용이 많다'며 손가락을 접으면서까지 당원권 강화 내용들을 복기하고 헤아렸다"며 "곧 이 대표도 당원권 확대를 위한 방법 모색에 나서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총선 압승의 공신인 당원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8월 당대표 취임 이후부터 지지당원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재명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당헌 개정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비중을 기존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당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당헌 개정에 강력 반발했으나,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은 "당원들의 의사가 당에 많이 반영되는 민주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개정을 적극 추진했다.

여기에 이 대표와 친명계 인사들은 당내 각종 현안을 놓고도 '전 당원 투표'를 적극 활용하려 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비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지적하며 당대표직 사퇴를 요구했을 때도 친명계 인사들은 "전 당원 투표로 당원들에게 이 대표의 사퇴 여부를 묻자"고 요구한 바 있다. 또 총선 정국에선 비례대표 선거제 당론 결정을 놓고도 전 당원 투표에 부쳐야할지 고심한 바 있다.

당내 친명계 일각에선 당헌당규를 '당원 맞춤형'으로 대폭 더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친명계 핵심 인사는 시사저널에 "향후 당헌당규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이번에 확실하게 손봐서 당원 중심 정당으로 가야하지 않겠나"라며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비중도 1대1에 근접할 수 있도록 추가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李, 아래부터 지지기반 확립"…"강성당원 목소리 커질 우려도"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가 향후 대권까지 고려해, 추가 당헌당규 개정 등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포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친명계 민주당 당선인은 시사저널에 "이 대표는 자수성가한 비주류 출신인 만큼, 여전히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재명 대표를 주류로 인정하지 못해서 탈당한 것 아니냐"며 "결국 이 대표는 아래서부터 지지기반을 더욱 찾고 다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당원권 확대에만 집중할 경우, 당내 고질적 문제인 '강성 팬덤정치'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부터 총선 정국까지 소위 '개딸' 당원들의 문자테러 등 수위 높은 공세가 계속되면서, 김종민·이상민·이원욱·조응천 등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까지 촉발시켰다. 관련해 한 친문(친문재인)계 민주당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도 친문계를 비롯한 비명계 당선인들이 강성지지층의 목소리에 시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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