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가 꿈꾸는 '지배종'은 과연 세속적 욕망을 이겨낼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4. 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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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 드러낸 ‘지배종’의 만만찮은 질문, 어떤 인류가 될 것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완전한 지배종이 되고 싶지 않아?"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에서 윤자유(한효주)가 던지는 이 질문은 도발적이다. 그 질문에 그의 동료인 온산(이무생)이 말한 것처럼 인간은 이미 '최상위 포식자'이고 그래서 '생태계를 완전히 지배하는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선 지배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전한 지배종이 되고 싶지 않냐니.

윤자유가 그렇게 질문하는 이유는 "인류는 불완전한 지배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인간은 안 먹으면 죽어. 살려면 무조건 생명체를 섭취해야 돼. 그 치명적인 걸 100% 다른 동식물에 의존하면서 완전하다고?" 알다시피 현 지구를 위협하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 불완전한 지배종이 가진 한계에서 비롯한다. 윤자유가 배양육을 만든 건 그 먹이사슬을 끊어 인류를 해방시키기 위함이다.

<지배종>이 윤자유라는 인물을 통해 던지는 화두는 그 이름에도 들어있듯이 인간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져 '완전한 지배종'이 되고픈 욕망이 마주하게 되는 또다른 욕망들과의 대결이다. 물론 그 시작은 살처분되는 돼지들의 지옥을 본 것이 계기였지만, 이들은 다른 생명체를 죽이지 않고도 섭취할 수 있는 배양육을 성공시켰고, 거기서 더 나아가 배양 장기까지 성공시키려 하고 있다.

물론 윤자유가 이 일을 추진하게 된 데는 쌍둥이 동생이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하게 된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마치 또다른 자신이 죽은 것 같은 그 경험을 하면서 그는 분노했고 뒤늦게 배양육에 이어 배양장기까지 성공단계에 이르게 되면서는 동생을 화장했던 걸 후회했다. 즉 완전한 지배종에 대한 대의를 갖고 있지만 그의 내면에는 죽은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가 이 일에 대한 그의 욕망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윤자유가 이끌어가는 이 일은 그래서 돈이 목적도 아니고 가축을 안 잡아먹거나 환경을 안 해치는 그런 것이 목적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꿀 새로운 기술은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이나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나 늘 의외의 욕망들과 부딪쳐 엉뚱한 결과를 맞이하기도 하는 셈이다. <지배종>은 그래서 윤자유가 BF라는 그룹을 통해 개발한 인류를 완전한 지배종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신기술들에 다른 세속적 욕망을 가진 자들이 뛰어들어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총리인 선우재(이희준)는 국가의 신인도 운운하지만 실상은 BF의 신기술이라 할 수 있는 배양액 성분을 알고 싶어하고 나아가 BF가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실험(배양장기)의 성공여부도 궁금해한다. 그의 욕망이 정치에 있는지 아니면 부와 권력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그는 윤자유와는 다른 욕망을 이 기술을 통해 실현하려는 자다.

선우재의 아버지이자 도슨그룹의 선우근(엄효섭) 회장은 이 신기술이 가능하게 해줄 지도 모를 '영생'을 꿈꾸는 자다. "늘어진 살 약해진 이 오래된 배 속 싹 새걸로 몸 안도 몸 겉도 바꾸면서 영원히 살 거야. 나는 영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 천문학적인 돈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늙어가는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 수만 년 그 꼭대기의 삶을 욕망한다.

그래서 선우근과 선우재는 테러범의 소행처럼 꾸며 윤자유의 경호원으로 들어간 우채운(주지훈)이 총격을 받게 만들고 과연 BF의 기술이 그를 살릴 수 있는가를 실험한다. 놀랍게도 총상을 입은 우채운이 배양세포를 통해 단 며칠만에 회복된 걸 확인한 이들은 우채운을 해부해서라도 BF의 배양기술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한다.

폭탄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이문규(전국환)는 그 테러의 주범이 누구인가를 밝히기 위해 우채운을 윤자유의 경호원으로 접근시키지만, 그 역시 BF의 배양세포 기술을 알게 된다면 어떤 욕망을 갖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완전한 지배종에 대한 꿈으로 개발된 신기술이지만, 그건 우채운이 걱정하는 것처럼 "늙지도 않고 병들지 않는 자들이 늙고 병든 자들을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 위험에 직면해 있다. 윤자유는 대량 생산 가격 경쟁으로 누구나 배양 장기를 쓸 수 있는 시대를 꿈꾸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지배종>이 그리는 세계는 그래서 신기술 같은 과학이 꿈꾸는 순수한 이상과, 그것과는 거리가 먼 현실적인 욕망들이 만들어내는 딜레마와 파열음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질문이 지구 위기가 현실화된 현재에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만만찮은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과연 우리는 어떤 지배종(혹은 인류)이 되기를 선택할 것인가. 윤자유가 꿈꾸는 이상은 선우근이나 선우재 같은 현실적 욕망들의 위협을 과연 극복해낼 수 있을까. 드라마의 후반부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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