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부르는 데 얼마?…멀어서·비싸서 대학축제도 양극화

2024. 4. 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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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제안서를 만드느라 밤을 샜어요."

4월 말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5월부터 시작되는 축제를 즐기는 기간이지만, 총학생회 집행부는 반대로 가장 바쁜 기간이다.

대학교 축제를 다수 기획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업이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직접 입점 문의를 하러 다녔는데, 요새는 총학생회에서 제안서를 만들어 기업에게 메일링을 하는 등 기업 유치전이 치열해졌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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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1팀 더 섭외 위해 기업 입점 제안서 만들어 돌리는 대학 총학생회
축제 한 번에 2억원 상당…연예인 1팀당 1000만원 훌쩍, 재정이 난관
고려대학교 축제에 참여한 학생과 관람객들이 걸그룹 에스파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입점 제안서를 만드느라 밤을 샜어요.”

4월 말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5월부터 시작되는 축제를 즐기는 기간이지만, 총학생회 집행부는 반대로 가장 바쁜 기간이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학 축제를 열기 위해 기업에 제공할 입점 제안서를 만들고, 연예인 섭외 일정을 조율하는 등 막바지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민심을 가르는 가장 큰 이벤트인 대학 축제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대학교 총학생회의 기업 후원 유치전이 치열하다. 기업이 후원을 해달라며 대학을 찾아다녔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총학생회가 직접 축제의 장점과 기대효과를 기업에게 알려 협찬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축제의 규모 적거나 초청 연예인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대학은 협찬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인기 연예인들이 오고 축제 참여 인원이 많은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 협찬이 이뤄진다는 후문이다.

대학교 총학생회에게 축제는 학생들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특히 요즘 대학 축제의 성패는 인기 연예인 섭외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하는 2학년 성모 씨는 “총학생회에 투표하고 난 뒤 잘 뽑았다, 못 뽑았다를 가르는 기준은 축제”라며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이 축제에 온다고 하면 총학생회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예인 한 팀 당 1000만원이 훌쩍 뛰어넘는 섭외비를 충당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난관이다. 보통 대학교 축제 예산은 대학에서 교부하는 교비와 학생들의 자치회비 등으로 마련되는데, 코로나19 이후 연예인 몸값은 뛰는 반면 자치회비 납부율은 떨어지고 교비 지원도 넉넉하지 않다.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의 규모 있는 대학의 경우 한번 축제를 여는데 2억원 상당이 들어간다고 한다. 연예인 섭외 비용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2022년 대학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물풍선 던지기를 하며 3년 만에 돌아온 대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연합]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을 적어도 2~3팀 이상은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총학생회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기업이다. 대학교 축제를 다수 기획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업이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직접 입점 문의를 하러 다녔는데, 요새는 총학생회에서 제안서를 만들어 기업에게 메일링을 하는 등 기업 유치전이 치열해졌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한 종합 사립대학 총학생회는 역대 연예인 라인업과 축제 참여 예상인원 등을 상세히 적어 약 20곳 가량 기업 협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협찬을 받을 수 있는 대학도 많은 건 아니다. 에이전시 관계자는 “지역의 경우 지역 거점 국립대 같이 규모가 큰 대학이어야 그나마 기업 프로모션이 들어가고, 동문 기업이 아니면 지방 대학에 기업 프로모션이 들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서울 내에서도 연세대나 고려대 축제처럼 이름이 난 축제나 상권이 발달한 규모가 큰 대학에는 기업 협찬이 줄을 서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은 1~2곳 들어가면 많이 들어간 것. 기업 협찬도 빈익빈 부익부”라고 설명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본사 직원들이 부스를 운영하다보니 지역은 내려가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고, 재학생 규모나 축제에 초청된 연예인 라인업을 보고 협찬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경남 지역의 한 사립대 총학생회장은 “서울의 규모가 큰 대학과 축제 차이는 갈수록 커질 것 같다. 입학생도 줄다보니 교부 받을 수 있는 교비도 줄면서 축제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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