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캄캄한 공간서 채운 '검은 희망'…석탄 시대를 돌아보다

김예나 2024. 4.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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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광부들은 '산업 전사' 혹은 '산업 용사'로 불렸다.

이들이 깜깜하고 무더운 탄광 속에서 쉼 없이 땀 흘리며 캐낸 석탄은 나라를 일으키는 힘이었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듯 석탄 생산을 늘려 나라에 보답한다는 '증산보국'(增産報國) 글자가 담긴 액자, 대통령이 광부 1만4천238명에게 선물한 겨울 방한 외투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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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문경·보령·태백 석탄박물관과 공동 기획전
암벽에 구멍 뚫던 기계·대통령이 선물한 외투 등 130여 점 선보여
'광부화가' 황재형의 '식사 Ⅱ'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착암기 잡은 손에 힘이 뻗친다 / 우리는 이 나라의 산업의 용사 / 캐내자 무진장의 기름진 탄을…' (대한석탄공사 사가 중)

과거 광부들은 '산업 전사' 혹은 '산업 용사'로 불렸다.

이들이 깜깜하고 무더운 탄광 속에서 쉼 없이 땀 흘리며 캐낸 석탄은 나라를 일으키는 힘이었다. 대통령이 광산 노동자를 서울에 초대하고, 겨울 외투를 선물하기도 했다.

증산보국 편액 석탄 생산을 늘려 나라에 보답한다는 '증산보국' 편액 [문경석탄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1980년대 전국 361곳에 이르던 탄광은 하나둘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산업 성장의 동력이자 서민의 연료였던 석탄, 그를 둘러싼 기억은 어떠할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경북 문경, 충남 보령, 강원 태백의 석탄박물관과 함께 석탄 산업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특별전 '석탄 시대'를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힘이 된 석탄과 산업 역사를 살펴보는 자리다.

석탄증산 훈장증 보령 동명광업소장 김재한이 1979년 받은 훈장 [보령석탄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역 박물관이 소장해 온 탄광 도구와 각종 기록 자료, '광부 화가'로 불린 황재형 작가의 작품 등을 포함해 13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26일 개막하는 전시는 대한민국 석탄의 역사를 짚으며 시작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광복 직후 남한 지역은 석탄 생산량이 매우 적어 연료난에 시달렸다. 그런 상황에서 석탄 증산은 당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이 선물한 겨울 외투 대통령이 광부 1만4천238명에게 선물한 겨울 방한 외투 [보령석탄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상황을 보여주듯 석탄 생산을 늘려 나라에 보답한다는 '증산보국'(增産報國) 글자가 담긴 액자, 대통령이 광부 1만4천238명에게 선물한 겨울 방한 외투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전시에서는 365일 식지 않는 지하 용광로를 지킨 사람들의 분투도 중점적으로 다룬다.

당시 광부들은 쉬지 않고 갑방, 을방, 병방 등 3교대로 일했는데 작업에 나서기 전 반드시 들어야 했던 안전교육 교재부터 작업복과 안전 표지판 등을 볼 수 있다.

착암기 착암기는 천공작업에 사용하는 장비로, 압축공기를 동력으로 하여 암벽에 구멍을 뚫는 기계를 뜻한다. [보령석탄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된 작업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화, 광부들의 필수품인 일산화탄소 검정기와 산소 측정기 등도 전시된다. 압축 공기를 동력으로 활용해 암벽에 구멍을 뚫는 착암기는 길이가 약 2.3m로, 보령에서 실제 쓴 것이다.

황재형 작가의 그림은 불순물을 골라내는 '선탄' 작업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 안전등 불빛에 의지한 채 겨우 끼니를 때우는 광부의 식사 시간을 포착해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탄광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조명한다. 광부와 가족을 위해 지어진 사택 사진, 탄광 근로자의 급여 봉투 등 흥미로운 자료가 공개된다.

아이들로 북적이는 탄광 마을 초등학교 모습 [보령석탄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택 마을이나 탄광 입구에서 볼 수 있었던 '아빠! 오늘도 무사히' 표어는 찰나의 순간으로 생사가 엇갈리는 위험 속에 살았던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을 느끼게 해준다.

전시는 1986년 '석탄산업법'을 제정한 이후 상황을 짚으며 마무리된다. 석탄 자원을 합리적으로 개발하고 이용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하나둘 문을 닫은 탄광 마을과 그로 인한 변화가 어떠했는지 여러 자료로 보여준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우리에게 남겨진 석탄산업의 유산과 뜨거웠던 석탄 시대의 기억은 미래 문화산업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22일까지.

출입 금지 경고문 폐갱 입구에 사고 예방을 위해 부착했던 출입 금지 경고문 [태백석탄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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