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신기술 '자가골수 주사', 과대광고 주의보

온라인 의료 광고 범람…과대광고·허위광고 피해자 늘어
전문의 "질환과 치료법에 대해 이해해야 혼동하지 않아"

최근 온라인에 의료 광고가 범람하면서 과대광고나 허위광고에 피해를 입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의료인들은 질환의 경우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한 뒤 이에 맞는 치료나 수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대구=김민규 기자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대구 달서구에 사는 강현욱(67) 씨는 인공관절 수술을 준비하던 중 '줄기세포 주사' 한방이면 연골이 회복된다는 광고를 접하고 병원을 찾았다. 실비보험 100% 적용에다 일상생활도 즉시 복귀할 수 있다는 말에 수술받았지만, 효과도 크지 않았고 실비보험도 광고만큼 적용되지 않았다. 게다가 몇 년 후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피할 수 없다는 의료진의 이야기에 망연자실했다.

25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퇴행성 무릎 관절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이들은 306만여 명으로 2018년 287만여 명에서 20만 명 가까이 늘어났고, 발병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온라인에 의료 광고가 범람하면서 과대광고나 허위광고에 피해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의료 광고의 경우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광고할 수 있지만 온라인 광고의 경우 여과 없이 노출돼 피해를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 없는 신기술', '주사 한 방에 연골 회복', '하루 만에 관절 통증 해방', '수술도 부작용도 없는 의료 신기술' 등 현란한 문구로 관절염 환자를 울리고 있다. 의료행위는 MRI나 X-레이 등을 통해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치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광고는 간단한 시술로 마치 인공관절 수술을 대신할 수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의사 복장까지 한 이들이 주사기를 손에 쥐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에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겨난다.

배상근 정형외과 전문의는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초·중기와 말기로 나누는데 인공관절 수술은 말기에 적용되고 그 외는 약물이나 주사 같은 보존적 요법이 적용된다"며 "최근 줄기세포 치료법의 경우 보존적 요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공관절 수술을 대신한다는 것은 과대광고"라고 말했다.

무릎 안 연골은 하중을 지탱하고 완충작용을 한다. 연골은 사용할수록 닳고 손상이 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으로 손상이 점점 커지고 닳는 것이 퇴행성 관절염이다.

초기에는 소염진통제와 같은 약물치료와 운동요법, 주사치료, 레이저요법 등 비교적 보존적 요법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연골 손상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치료법이다. 하지만 완충 역할을 못 할 만큼 연골이 닳은 말기에는 손상된 연골 대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인공관절 수술밖에 해결책이 없다.

최근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경우 퇴행성 관절염 초기나 중기 증상에 한해 보존적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치료 과정은 엉덩이뼈에서 환자 자기 골수를 채취, 채취한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퇴행한 관절에 주입하면 관절 통증에 호전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이다. 광고처럼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한 퇴행성 관절염에 치료 효과가 있는 신기술은 맞지만 이는 초기나 중기까지는 효과가 있고 무릎 연골이 완전히 닳은 경우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줄기세포 치료가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이지만 보험 가입자가 복지부 고시에서 정한 치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보상 범위는 해당 건에 대해 X-레이 검사상 관절 간격이 정상에 비해 현저하게 좁아진 경우, MRI 또는 관절경 검사를 통해 연골이 50% 이상 손상된 무릎 골관절염 환자인 경우에 한한다. 또 경미한 초기나 경미한 증상이나 인공관절 대체 등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배상근 정형외과 전문의가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해 연골이 닳아 수술이 필요한 관절(오른쪽)의 X-레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대구 백두병원

배 전문의는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의료 신기술은 맞지만 치료에 대한 적용 범위를 착오하는 경우가 많아 문의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최고의 치료는 연골 손상을 최대한 늦추는 생활 습관과 치료법으로 관절 수술 시기를 늦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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