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괴로운 날, 독한 술 대신 이 노래 어때요” 솔로 5집 낸 김윤아[인터뷰]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4.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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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8년 만의 솔로 ‘관능소설’
진한 사랑 감성 담은 10곡 수록
“에로틱한 동시에 인생사 담겨”
25~28일 LG아트센터서 콘서트
5집 ‘관능소설’을 내며 김윤아는 “내가 얼마나 자유로운 사람이고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고 완성한 작업”이라고 했다.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김윤아(50)의 목소리가 변함없이 매혹적이기도, 사무치기도, 명랑하거나 몽환적이기도 하다는 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1997년 밴드 자우림으로 데뷔한 이래 싱어송라이터로 11개의 밴드 정규 음반, 4개의 솔로 음반을 낸 가수. 그가 이번엔 ‘관능’을 노래한다. 25일 8년 만의 솔로 앨범인 5집 ‘관능소설’ 발매를 앞두고 매일경제와 만난 김윤아는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기는 동시에 인생사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대중 가수로 데뷔 27년 차인데도, 사랑 노래는 그에게 새로운 시도다. 늘 자유와 일탈, 위로를 담은 곡을 직접 쓰고 부르면서도 ‘사랑’은 익숙한 주제가 아니었단다. 김윤아는 “일반적인 사랑 노래는 뻔하고 재미가 없었다”면서도 “음악에서 사랑을 빼고 갈 순 없기에 (사랑을 주제로 한 음반은) 내가 꼭 넘어야 할 단계였다”고 말했다.

첫 트랙 ‘카멜리아’는 마음 저 밑바닥을 두드리듯 낮은, 가수 김필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김윤아와의 듀엣곡이다. 두 화자는 각자 읊조리듯 노래하다 엇갈린 돌림노래처럼 ‘사랑’ ‘그대’를 부르는 절정에 이르러 이렇게 입을 맞춘다. ‘그토록 아름답게 피우지나 말 것을.’ 사랑은 사랑이되, 괴롭고 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복선과도 같다.

김윤아는 “지금 사랑을 하고 계신 분이라면 그게 어떤 사랑이든 꼭 들어달라”고 했다. “일다 술 한 잔 마실 때 들어야 하는 음반이죠. 특히 독한 술에 잘 어울릴 거 같네요. 늦은밤 교통수단으로 이동할 때도 좋고요. 이른 아침만 아니라면 언제든 듣기 좋을 거예요.”

김윤아 5집 ‘관능소설’ 수록곡.
김필 외에도 백현진, 이승열, 이하이 등과의 협업이 기대를 모은다. 김윤아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내 앨범을 위해 노래해 준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자랑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이승열과는 전여친·전남친의 대화 같은 ‘유’(U)를, 백현진과는 짝사랑의 설렘이 느껴지는 ‘평범한 남자’를 불렀다. 두 사람 모두 자우림 데뷔 전 같은 클럽에서 공연하기도 했던 선배 뮤지션으로, 김윤아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이하이와는 첫 작업일 뿐 아니라 아예 초면이라 소속사를 통해 처음 연락을 건넸다. 김윤아는 “하이 씨도 음악에 대해 굉장히 마음이 열려있고 모험하는 걸 좋아하시더라”며 “영롱한 파트너가 돼주셨다. 하이 씨가 있어서 ‘부사의 정원’이란 곡이 비로소 완성됐다”고 했다.

“뇌를 사랑에 푹 절여서 만든 노래”
짝사랑·실연·결혼·이별·욕망 등
다양한 사랑 단편소설처럼 다뤄
명배우가 한 인물에 이입해 ‘메소드 연기’를 하듯, 김윤아는 작업 기간 동안 자신의 뇌를 사랑에 푹 절였다. 스스로 서툰 영역이라 생각했기에 영화 ‘화양연화’ ‘몽상가들’ ‘헤어질 결심’ ‘데미지’ 등을 여러 번 보고 철저히 뇌를 속여서 작업에 몰두했다. “사랑 노래를 쓰려면 사랑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필요해요. 실제 사랑에 빠져 괴로운 마음으로 작업대에 앉았어요. 3번 트랙의 ‘행복을 바라는 게 잘못인가요’도 저절로 튀어나왔어요. 그런 상태여야만 할 수 있는 표현이 있거든요.”

이런 방식은 여태까지 곡을 써온 방식과도 달랐다. 그는 자우림의 곡을 쓸 땐 “철저히 나 자신이 돼서, 항상 마음속에 폭풍과 갈증이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했다. 다 짜낸 듯 소진된 느낌은 있었다. 그런데 7개월간 밤을 지새우며 가상에 몰입했던 작업이 막 끝난 지금, 김윤아는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 어떤 음반보다 몰두해 달린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본 솔로 3·4집과 비교해도 이번에 후폭풍이 세네요. 단독 콘서트(25~28일 서울 LG아트센터)까지 다 마치고 나면 어떤 기분일지 염려되기도 해요.”

25일 8년 만의 솔로음반인 5집 ‘관능소설’을 발표하는 김윤아.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관능적’이라 말은 흔히 육체적 쾌감으로 읽히지만 첫 번째 사전적 의미는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능과 감각’이다. 김윤아의 5집도 결국 인생을 노래한다. 그는 어느 산책길에서 깨달은 ‘자유’에 대한 감각에서 이번 작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먼 길을 걸어온 것 같지만 여전히 길 위에 있을 뿐이니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다’ ‘더 내멋대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이는 ‘관념산문’이라는 제목의 글로 음반에 실었다.

9번 트랙의 ‘해피엔딩’도 의미심장하다. 김윤아는 결혼 18년 차, 벌써 17살 된 아들을 키우는 여성으로서, 육아와 가사에 지쳐있던 어느 날의 자신을 소환했다. 노래 속에서 그는 설거지하다 ‘주룩주룩’ 울고, 사랑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노래하기도 한다. 김윤아는 “많은 여성 동료에게 바치는 곡”이라며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끝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기혼 여성에게 육아나 집안일이 쉬운 사회는 물론 아니죠.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결심이 필요한 일도 아니라고 말해드리고 싶었어요. 저 같은 사람도, ‘쟤’도 하는 일이라고요. 만약 지금 그런 상황에 놓이셨다면, 그저 괴로운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과정에서 저를 많이 연마했거든요.”

“목소리에 살아온 세월의 깊이 담겨
나이 들어도 좋은 이야기를 하고파”
김윤아의 담금질은 계속된다. 자신의 어느 한구석이 조금이라도 부식되게끔 내버려 두지 않는 듯했다. 그는 “앨범을 만들 때마다 전작보다 나은 걸 만들고자 하는 목표는 있다”며 “3년 전의 목소리보다 지금의 목소리가 좋기를 바라는, 그런 욕심을 갖고 산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정말 큰 욕심인 것 같다”며 웃었다. 결국 가꾸려는 건 목소리만이 아니라, 그의 삶 자체이기 때문일 테다.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 나오는 톤, 문장이 달라지는 것 같거든요. 방송 촬영으로 포르투갈에 갔을 때 100세 여성 가수분이 노래하는 걸 직접 봤는데, 입을 떼자마자 그분이 살아온 세월이 아니면 안 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 깊이는 정말 다르죠. 저도 그렇게, 자연스럽고 유려하게 노래할 수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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