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27) 돈키호테 (1) : 괴물 거인과 싸운 곳, 콘수에그라

2024. 4. 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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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이 능선에는 돈키호테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16세기를 즈음하여 지어졌던 풍차 12개가 있다.

풍차는 당시의 불합리한 사회제도나 지배체제가 아닐까? 돈키호테는 기사의 로맨스 소설 스토리를 빌리고 있다.

중세의 소설 문학은 귀족 등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인물들이 주인공이었지만, 돈키호테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사실주의 소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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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콘수에그라 성에서 바라본 콘수에그라 마을 모습. 필자 제공
지난 4월 23일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이날이 지정된 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적인 대문호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바로 4월 23일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세계 책의 날’을 계기로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쓴 세계 최초의 현대 소설이다. 2편으로 구성된 소설은 세계 최초의 대화체(narrative) 문학작품으로, 서구 대화체 문학의 뿌리가 됐다. 그 결과, 전 세계 5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리고 읽힌 책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돈키호테 소설에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상적인 장면의 배경인 콘수에그라에 들렀다. 소설에서 돈키호테는 풍차를 괴물 거인으로 착각하고 말을 타고 돌진하는데, 그곳이다. 콘수에그라 성에서 본 시내의 모습은 작고 아담하다. 

콘수에그라 풍차 모습. 필자 제공
콘수에그라의 풍차는 칼데리코 능선에 줄지어 있다. 라만차(La Mancha) 평원 위로 솟아오른 야트막한 바위산이다. 이곳은 본래 이슬람이 방어를 위해 성을 지었으나, 12세기에 가톨릭에서 고쳐 확장했다. 언덕의 중심에 콘수에그라 성이 있다. 이 능선에는 돈키호테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16세기를 즈음하여 지어졌던 풍차 12개가 있다. 12개의 풍차 중에서 5개 정도는 여전히 밀을 빻을 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 가장 유명한 풍차는 몰리노 산초(Molino Sancho)로 알려진 풍차인데, 소설에서 나온 바로 그 산초 판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 소설을 구상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친필 스케치 노트. ⓒ Biblioteca Nacional de España
그런데 돈키호테가 왜 미치광이가 되어 풍차를 향해 돌진하였을까? 소설에서는 돈키호테라는 미치광이 인물을 빌려왔다. 당시 위선이 가득한 중세의 지배층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풍차는 당시의 불합리한 사회제도나 지배체제가 아닐까? 돈키호테는 기사의 로맨스 소설 스토리를 빌리고 있다. 주인공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이고, 현실적인 배경을 띠고 있다. 돈키호테는 그동안 판타지와 허구 중심이던 소설을 현실 세계로 끌어들였다. 중세의 소설 문학은 귀족 등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인물들이 주인공이었지만, 돈키호테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사실주의 소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 현실 세계의 인물로 묘사한 휴머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책의 날’을 계기로 문학과 위대한 작가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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