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중심’ 노리는 일본… ‘전쟁 가능한 국가’ 향해 성큼[Global Focus]

김선영 기자 2024. 4. 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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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동맹 업그레이드
日의 반격능력 보유 등에 공감
인도 태평양 역내 中 견제 강화
美·英·濠 ‘3자안보’ 에 日 참여
유럽과 무기개발 협력
英·伊와 6세대전투기 개발추진
日 소재·부품분야에 기술 저력
6개 방산기업 급속성장 가능성
그래픽 = 하안송 기자

지난 23일 일본 여·야 의원 94명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집단 참배했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일본 경제재생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 등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 주요 관료도 참배에 나섰는데, 일본의 ‘보통 국가화’를 향한 야심을 보여주는 일면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미·일 양국은 지휘·통제체계 개편으로 공동 무기 개발·생산에 나서는 등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이 ‘전범 국가’의 멍에에서 벗어나 ‘전쟁 가능한 국가’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상황에서 이뤄진 참배여서 이런 평가에 더 힘이 실린다.

◇주일 미군·자위대 통합 통해 대중 포위망 = 미·일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 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양국 정상은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 방침과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에 공감하고 유사시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상호운용성 강화를 위한 지휘·통제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일 안보협정 강화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강화해야 하는 미국과 재무장 기반을 확보해 아시아의 안보·경제적 중심국가로 복귀하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양국은 현재 하와이에 주둔 중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에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주일 미군에 미·일 연합사령부를 설립할 예정이다.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23일 일본 도쿄(東京)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자위대와 주일 미군의 지휘·통제체계 재편에 대해 “(안보 측면에서) 통합을 진행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라며 “빨리 진행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주일 미군과 일본 육·해·공 자위대가 군사 훈련 등을 통해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스텝을 이미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평화헌법에 의해 자국 방어만 가능했던 일본 자위대는 미·일 연합작전을 통해 타국을 향한 군사작전에도 투입되게 된다.

그 외에 양국은 일본의 미국산 토마호크 미사일의 운용능력 획득과 요격체계 개발에도 협력하고, 제트 훈련기 공동 개발 및 생산과 조종사 훈련 등을 위한 실무그룹도 만들기로 했다. 구체적인 사안은 미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이 공동 주도하는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DICAS)’에서 논의해 미·일 2+2(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무기 공동개발 등을 위한 진전 상황을 보고하며 진행되게 된다. 양국 정상이 국방력의 연계 강화를 위해 전후 75년 동안 유지된 일본 평화헌법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당할 때 방어용으로만 무력행사)’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는 것에 합의하면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은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커스, 日 참여로 ‘조커스’ 변모 =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 중 ‘오커스(AUKUS, 미·영·호주 3자 안보 동맹)’에 일본이 합류하기 위한 협의를 공식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한 오커스가 일본이 참여하는 ‘조커스(JAUKUS·Japan+AUKUS)’로 변모하며 포위망을 넓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커스는 호주에 원자력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 1’과 양자컴퓨팅, 해저, 극초음속, 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등 8개 분야를 협력국과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쿼드(미·일·호주·인도 4자 안보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은 이번 오커스 참여를 확정지으면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인 국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오커스에 향후 일본과 함께 한국이 참여하며 ‘K-조커스(K-JAUKUS·Korea+Japan+AUKUS)’가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미국 국무부는 일본 외에 한국·캐나다·뉴질랜드 등으로 오커스 협력국 확대를 올해 안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니 젱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차관은 지난 23일 오커스의 ‘필러 2’ 계획과 관련해 “우리는 일본이 첫 번째 협의 대상이 된다고 발표했다”며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에 몇 가지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당국자는 지난 9일 “오커스는 필러 2 협력국과 관련해 일본에 더해 한국·캐나다·뉴질랜드를 비롯한 추가 파트너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한국의 오커스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대두된 만큼 한국 합류에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방과 전투기 공동개발 ‘J-방산 습격’ 야심 = 일본이 미국과만 안보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궁극적으로 ‘보통국가화’를 통한 방산 역량 강화를 노리고 있는 만큼, 유럽국가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본은 2030년대 실전 배치를 목표로 영국, 이탈리아와 F-35보다 우수한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훈련기 개발 및 조종사 훈련은 주일 미군과 해상자위대의 협력을 통해 강화하고 전투기는 유럽과 함께 만들어 장기적으로 무기 수출까지 노리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사실상 무기 수출을 금지해왔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당시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하고 파괴 무기를 제외한 방위 장비 수출을 일부 허용하며 고삐를 느슨하게 했다. 기시다 내각은 지난 3월 해당 원칙을 재개정해 차세대 전투기 수출을 허용하고, 무기를 라이선스 보유국에서 제3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자국에서 생산하던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미국에 수출했고, 해당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됐다.

올해부터 일본은 미국의 묵인하에 무기 수출 및 방위산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무기 개발을 적극적으로 해오지는 못한 만큼 당장 고품질의 전투기·무기 등을 생산할 수는 없지만, 방산산업의 기초체력이라고 불리는 소재 및 부품 기술력 분야에서 저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협력하에 가와사키(川崎) 중공업 등 세계 100위권에 들어있는 일본 6개 방산기업이 순식간에 성장해 세계 시장에서 ‘J-방산의 습격’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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