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하면서도 활기찬 ‘매혹의 음색’… 바이올린 연주의 진수[이 남자의 클래식]

2024. 4. 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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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비오티 ‘바이올린 협주곡’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
풍부한 사운드에 관객 매료
“비범한 소리에 압도 당했다”

아름답고 신비한, 깊고도 웅장한 소리를 자아내는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는 바이올린 최고의 명기(名器)로 손꼽힌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활동했던 현악기 제작의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와 그의 두 아들에 의해 만들어진 악기들을 지칭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부르는 악기들은 아버지 스트라디바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악기의 라벨에 자신의 이름을 라틴어인 ‘안토니우스 스트라디바리우스(Antonius Stradivarius)’라고 적어 놓아 흔히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불린다.

스트라디바리에 의해 만들어진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음색뿐만 아니라 독특한 f홀의 형태와 전체적인 아름다운 곡선, 그리고 고급스러운 바니시 칠에서 나오는 악기의 색감 등 소리와 모양, 색채 모든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기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현재 남아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바이올린 550여 대를 비롯해 첼로, 비올라를 모두 합치면 총 650여 대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들은 100대 미만으로 그 가치가 상당히 높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중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기록은 영국의 대문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손녀 앤 블런트가 소장해 ‘레이디 블런트(Lady Blunt)’란 이름이 붙은 172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로 2011년 런던에서 열린 경매에서 980만 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172억 원)에 낙찰됐다.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꿈꾸는 악기로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비롯해 예후디 메뉴인, 아네조피 무터, 조슈아 벨, 아이작 스턴과 같은 세계 최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스트라디바리우스는 과연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이런 명성을 얻게 된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242년 전인 1782년 파리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조반니 비오티(1755∼1824)의 연주회서부터다. 1755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태어난 비오티는 13살에 토리노의 거장 가에타노 푸냐니(1731∼1798)에게 바이올린을 사사했다. 25살이 되던 해인 1780년엔 스승 푸냐니와 함께 유럽 순회 연주를 시작했고 178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연주회를 갖게 된다.

마치 노래하듯 연주하는 이탈리아의 정통 코렐리 연주법을 구사하는 비오티에게 파리의 관객들은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 프랑스 음악 애호가들은 기교 위주의 음악을 펼치는 이탈리아의 음악과 연주자를 선호하지 않았을뿐더러 바이올린이라는 악기 자체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바이올린은 소리가 여리고 볼륨이 빈약해 독주악기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1782년 3월 28일 파리 콩세르 스피리튀엘에서 열린 비오티의 공연이 끝났을 때 파리 관객들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 비평가는 “관객은 물론 연주자마저도 악기의 비범한 소리에 압도당했다”는 글로 격찬했다. 파리의 관객들은 평소 자신들이 들어왔던 바이올린과 전혀 다른 사운드를 뿜어내는 바이올린에 매료되어 버렸다. 마치 성악가가 칸타빌레로 노래하듯 매혹적인 음색이었고, 음량 또한 자신들이 들어왔던 바이올린의 소리에 곱절을 더한 듯 풍부한 사운드였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에서 비오티가 연주한 바이올린이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 이날 공연을 계기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성은 프랑스를 넘어 세계로 번져나갔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바이올린협주곡 A단조 제22번

비오티가 작곡한 29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제23번과 함께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다. 전체 3악장으로 우아하고 서정적인 1악장과 애잔하고 느린 선율의 2악장, 3악장의 빠르고 활기찬 바이올린의 연주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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