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불가 영농폐기물 ‘골치’…“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서륜 기자 2024. 4.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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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직포·관수자재 등 환경 오염
처리비용 비싼 탓 쉽게 손 못대
지역농협, 직접 나서 수거 활동
“새활용 가능한 기술 개발 절실
관련 사업 예산 확대 등 나서야”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에서 원예작물 종자를 위탁생산 하는 박성규씨(오른쪽)가 성기영 대호지농협 상무와 농장 한쪽에 잔뜩 쌓여 있는 점적호스·차광막 등 영농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해 농사짓고 나면 모종 트레이며 관수자재 등 영농폐기물이 잔뜩 생기는데 버릴 곳도 없고 아주 골칫거리입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 폐기물 처리를 지원해주면 정말 좋겠네요.”

최근 찾은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 도이리 박성규씨(71) 농장. 벼농사와 원예작물 종자를 위탁생산 하는 그는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쌓여만 가는 영농폐기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박씨가 1년 동안 농사지으며 사용하는 모종 트레이는 400∼500개이고, 점적호스는 1500m, 분사호스는 400m 정도다. 여기에 차광막과 보온커튼·육묘상자 등까지 합하면 발생하는 영농폐기물은 엄청나다.

그는 “재활용업체도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발생한 영농폐기물을 거의 처분하지 못하고 농장 여기저기에 방치해놨다”고 말했다.

모종 트레이나 관수자재 등 재활용되지 않는 영농폐기물로 농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아무 곳에나 방치된 영농폐기물이 농촌환경은 물론 농산물 안전성까지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불법 소각으로 산불 발생 위험도 뒤따르는 상황이다.

인근에서 육묘장을 운영하는 조현호씨(70·대호지면 송전리)는 “농가에서 모종을 정식한 후 빈 트레이를 가져오면 받아줬더니 농장에 잔뜩 쌓여 감당이 안됐다”며 “빈 트레이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부식돼 바람에 날릴 수 있기에 농업·농촌 환경에 좋을 리 없다”고 우려했다.

부직포나 차광막 등 부피가 큰 폐기물은 더 문제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에서 16동의 비닐하우스에 수박농사를 짓는 김진회씨(50)는 “수박에 상처가 나지 말라고 바닥에 깔아주는 부직포는 7∼8년 사용하면 폐기해야 하는데, 워낙 크기 때문에 농장에 둘 데도 없어 처치 곤란”이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영농폐기물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국환경공단이 수거보상금을 주고 가져가 재활용하는 폐비닐이나 농약병 정도다. 그 이외의 영농폐기물은 농가가 직접 업체에 보내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이동한 부여농협 수박공선출하회장은 “1t 트럭 분량의 폐부직포를 업체에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5만원”이라며 “비닐하우스 15동을 기준으로 폐부직포를 처리하는 데만 60만원가량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종 농자재 가격이 갈수록 상승해 가뜩이나 수익이 줄었는데 이를 폐기 처분할 때도 돈을 써야 하니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농폐기물을 암암리에 불법 소각하는 경우도 있다.

한 농가는 “폐기물 처리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밤에 몰래 태우기도 했는데, 주변에 보는 눈도 있고 단속도 심해져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보다 못한 농협이 나서기도 한다. 당진 대호지농협(조합장 남기찬)은 최근 지역농가들이 영농폐기물을 배출하고 처리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듣고 모종 트레이를 수거했다. 하루 동안 톤백 자루 32포대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 모였다. 그동안 농장 곳곳에 방치한 트레이가 얼마나 많았는지 방증한다고 농협은 설명했다.

논산 연무농협(조합장 최용재)은 2022년 폐부직포·차광막을 100t가량 수거해 논산시 환경자원센터로 보내는 사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농협은 이 사업에 수천만원의 자체 예산을 사용했다.

연무농협 관계자는 “적지 않은 돈이지만 농촌 곳곳에 방치된 영농폐기물의 심각성을 고려해 과감히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23년 시 사업으로 확대돼 지역 전역에서 이뤄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영농폐기물 처리를 농가에만 맡겨서는 안되며,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가들 사이에서 강하게 나온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충남도의 경우 2022년부터 ‘농촌폐기물 수거인력과 장비 지원사업’을 통해 재활용되지 않는 영농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한해 예산은 고작 7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충남지역 15개 시·군으로 예산을 분배하면 시·군 단위에서는 사업을 하는 ‘시늉’만 낼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

재활용 기술을 적극 개발·확대 보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 해남군의 경우 2022년부터 해남군농촌지도자회와 함께 모종 트레이 수거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거된 트레이는 파쇄 후 재활용업체를 통해 자동차 내장재와 같은 생활에 필요한 업사이클링(새활용)제품으로 새롭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일부 농자재와 지역에 그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농민들이 영농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알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만 예산이 충분치 않다”며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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