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누구보다도 따뜻한 형…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고맙습니다]

2024. 4.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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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터울.

남자 형제들에게 2살 터울은 왜 그리 많은 싸움이 일어나는지, 그때는 징그럽게 싸웠습니다.

1979년생인 나에게는 2살 많은 뱀띠 형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면서 형과 나는 별것도 아닌 것으로 서로를 깎아내리고, 잘못을 지적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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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하나 뿐 인 나의 형(임희재)
어머니 68세 생신 때 전남 함평 부모님 댁에서 부모님과 형,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

2살 터울. 남자 형제들에게 2살 터울은 왜 그리 많은 싸움이 일어나는지, 그때는 징그럽게 싸웠습니다.

1979년생인 나에게는 2살 많은 뱀띠 형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서로를 못 잡아먹듯이 사사건건 다투기 일쑤였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면서 형과 나는 별것도 아닌 것으로 서로를 깎아내리고, 잘못을 지적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혈기 왕성할 고1과 고3. 우리 형제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주먹다짐까지 하며, 징그럽게 싸웠습니다. 싸움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까지 할 정도로 피 튀기게 싸웠습니다. 그때 저는 늘 못마땅했습니다. 늘 형만 챙겨주는 것 같은 부모님의 말씀과 행동. “형의 말이 무조건 맞다. 동생이 어디 형한테 그러냐.” 저는 이러한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당시 부모님에 대한 반발, 형에 대한 미움이 가득했습니다. 저만 외톨이 같았습니다.

형과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빴습니다. 그러던 중 형은 군대를 갔고, 저만의 세상이 찾아 왔습니다. 같이 쓰던 방은 이제 제 방이 됐고, 모든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장 구석에 있던 형의 일기장을 우연히 찾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를 향한 형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996년 3월 ○○일, 계속 시비를 걸던 동생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결투를 신청했다. 대수롭지 않게 내려갔는데, 동생이 죽자 살자 달려들었다. 나도 순간 욱해서 동생과 주먹다짐을 했다. 내가 왜 그랬는지, 하나뿐인 동생한테 이게 무슨 짓인지… 동생과 잘 지내고 싶은데 내 성격이 살갑지 않아 늘 다투기만 했다. 10년 넘도록 동생한테 먼저 미안하다고 다가가지 못한 내가 밉다’ ‘1997년 6월 ○○, 내일이면 이제 군대를 가게 된다. 동생이 걱정이다. 고3이라 힘들지는 않았는지 말조차 못 걸었다. 하나뿐인 내 동생, 이제 백일 휴가 나오면 너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할 거다. 그리고 꼭 안아주고 싶다. 늘 무뚝뚝하고, 차가웠던 나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았을 내 동생. 사랑한다.’

형의 일기를 보고 저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습니다. ‘나한테는 나쁜 사람이자 없었으면 좋았을 존재였던 형인데, 형은 10년 동안 나한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았구나. 나를 하나뿐인 내 동생이라 생각하는 형의 마음을 진짜 몰랐구나’하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동생을 생각하는 형의 마음은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형은 저를 누구보다 아꼈습니다. 어느덧 훌쩍 커버린 저의 아이들도 ‘큰아빠’를 저보다 더 좋아합니다. 세상 누구보다도 따뜻한 형, 지금은 서울에 살면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형은 나의 하나뿐인 형입니다. 내 일기에는 쓰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형이 ‘보고 싶다 ‘고맙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동생 임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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