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치욕 씻어야"…충무공에 건넨 어머니의 당부, 비석 됐다

유영규 기자 2024. 4. 2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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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1545∼1598)에게 정유년 4월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를 만나러 오던 어머니 초계변 씨는 아들을 미처 보지 못한 채 배 위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노 위원장은 "이순신은 전라좌수영에서 1592년 설날 정월부터 '난중일기'를 쓰면서 2년 동안 어머니를 떠나 남쪽에서 설을 쇠는 슬픈 회한을 적었고 그리움을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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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바위 쉼터

"배는 벌써 와 있었다. 길에서 바라보면서 가슴 찢어지는 비통함을 모두 적을 수가 없었다." ('난중일기' 1597년 4월 13일 기록)

충무공 이순신(1545∼1598)에게 정유년 4월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를 만나러 오던 어머니 초계변 씨는 아들을 미처 보지 못한 채 배 위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이순신은 충남 아산 해암(蟹巖)에서 모친의 시신을 마주했습니다.

충무공 탄신일(4월 28일)을 앞두고 그의 흔적이 깃든 아산 게바위(게 모양을 한 바위라는 뜻으로 '해암'으로 불림)와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비석이 들어섰습니다.

오늘(25일) 학계에 따르면 아산시는 인주면 해암리의 게바위 주변에 '대설국욕'(大雪國辱)과 '모야천지'(母也天只) 글귀를 새긴 비석 2기를 세웠습니다.

게바위 인근 산에서 캐낸 돌을 사용했고 이순신의 친필 글씨를 담았습니다.

비석에 새긴 글자는 이순신의 생애와 사상 등을 연구해 온 노승석 동국대 여해연구소 학술위원장이 '난중일기'에 쓰인 글자를 찾아 모아 고증했습니다.

높이 245㎝ 크기의 돌에 새긴 '대설국욕'은 이순신에게 큰 의미가 담긴 말입니다.

'대설국욕', 이순신의 어머니가 임진왜란 중이던 1594년 1월 12일 아들에게 당부한 말 중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는 뜻의 글귀를 새긴 비석


1594년 설날 군사훈련과 작전을 마치고 잠시 돌아온 아들에게 어머니인 초계 변 씨는 '잘 가거라.

부디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난중일기' 기록에 따르면 당시 변 씨는 '숨을 가쁘게 쉬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나, 아들의 하직 인사에도 '헤어지는 심정으로 탄식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노승석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구절은 이순신의 충효 정신을 이해하는 데 근간이 되는 내용"이라며 "이순신은 이 당부를 받들어 큰 전공을 세웠다"고 평가했습니다.

'대설국욕' 비석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모야천지' 비석은 이순신이 평소 어머니를 칭할 때 한자 '어미 모'(母) 자 대신 '천지'(天只)를 자주 쓴 데서 착안해 만들었습니다.

한자를 풀면 '어머니는 하늘이다'는 뜻입니다.

'모야천지', 어머니는 하늘이다는 뜻의 글귀를 새긴 비석


유교 경전인 시경(詩經) 백주(柏舟) 편에 나오는 '어머니는 진실로 하늘이시니 어찌하여 내 마음을 모르시는가'(母也天只 不諒人只)라는 구절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노 위원장은 "이순신은 전라좌수영에서 1592년 설날 정월부터 '난중일기'를 쓰면서 2년 동안 어머니를 떠나 남쪽에서 설을 쇠는 슬픈 회한을 적었고 그리움을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어머니는 하늘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기에 '천지'로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습니다.

비석은 아산시가 추진하는 게바위 정비 사업의 일환입니다.

노 위원장은 "이순신의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곳임에도 그간 초라하고 열악한 모습이었다. 앞으로는 이순신의 정신을 널리 전파하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동국대 여해연구소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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