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가 김건희 특검 수용 대통령 '결단' 촉구한 까닭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무책임 비판, 영수회담 앞두고 신경전 가열
이철규 의원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주장 놓고 갑론을박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던 의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30일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정부의 성급함도 문제가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직은) 교수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자신을 포함해 비대위 지도부 4명이 다음 달 1일 병원을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방 위원장은 “(민법에 따라) 개별 교수 사직서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부는 하지만 실제 병원을 떠나는 의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대나 사립대 총장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 사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병원 떠나겠다는 의대 교수
동아일보는 1면 <의대 교수들 오늘부터 사직… 정부 “대거 이탈 없을 것”>에서 “24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 따르면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는 전국적으로 3000∼4000명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항의한다'는 취지로 사직서를 냈을 뿐 실제로 병원을 떠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강경파를 중심으로 병원을 떠나겠다는 교수들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주까지 대학본부에 접수된 의대 교수 사직서는 80건 이내”라며 “지난달 25, 26일 접수돼 주중에 한 달이 경과하는 사직서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가 “의사 정원에 대한 과학적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 의사 수 추계에 대한 연구 출판 논문을 공모하겠다”고 밝힌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의대 입학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추계 연구 결과가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1면 <“의대 증원 내년엔 재논의할 수 있다”>에서 “정부는 의료계가 '통일된 의대 증원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의료계가 증원 백지화를 고집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통일된 증원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 입시부터는 의대 증원 인원을 다시 연구·논의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생을 매년 2000명씩 증원해, 5년간 총 1만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가져오면 '5년간 1만명 증원' 방침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연이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증원 재논의의 관건은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통일된 증원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다”라고 지적했다.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무책임'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30일 하루 동안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하고 진료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집단행동에 돌입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겨레는 사설 <사직·휴진 앞장선 서울대병원, 공공성 책무는 잊었나>에서 “필수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또 다른 집단행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며 “두달 넘게 전공의들이 이탈한 자리를 채우느라 의대 교수들의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의대 교수들이 또 다른 집단행동으로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게다가 비대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연구 논문을 공모하자고 제안했다.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년간 의대 증원을 중단하자는 데 무게가 실린 제안”이라면서 “이제 와서 '원점 재논의'를 하자는 것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뿐더러 국민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경향신문도 사설 <교수 셧다운·정부 무대책,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부디 현장에 남아달라고 호소한 환자들의 눈물 섞인 애원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됐다”며 “이대로라면 5월부터 의료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간다. 의료계는 기어이 파국을 보려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사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성의·대화 전환이 없다면, 의사면허 정지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의사들을 보는 여론이 곱지 않을 것임을 의료계는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정부를 향해서도 “정부가 의료시스템 붕괴 시 관리 능력이 있는지도 우려스럽다”며 “25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계를 참여시키는 노력도 포기해선 안 된다. 사회적 대화에서 향후 적절한 증원 규모·로드맵을 짜길 권하고,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2000명'으로 쐐기박을 필요는 없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영수회담 앞두고 신경전 치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수회담을 앞두고 민주당 등 7개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방송 3법 재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방송3법을 영수회담 의제로 추가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방송3법 의제 추가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5면 <野 “방송3법-양곡법-연금개혁도 의제” 대통령실 “여론전 의도”> 단독 보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의제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올리기로 했다”면서 “방송 3법이 영수회담 의제로 떠오른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와 인터뷰에서 “방송 3법이나 양곡관리법 등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법안들은 다들 거부할 사유가 충분히 있었다”며 “야당이 여론전을 벌이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국정운영 사과 여부를 놓고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한겨레는 4면 <회담 앞 '국정 사과' 꺼낸 민주…“국정 옳다” 용산 불쾌감>에서 “민주당은 민생 문제는 기본이며 여기에 그간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와 여러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말을 아끼면서도 민주당의 요구가 과하다며 불쾌한 기색이다”라고 보도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생을 살리고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것 두 가지가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다”라며 “그간 국정기조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가감 없이 얘기를 해왔는데,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까지 사과하고 시작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회담 의제를 놓고 갈등을 벌인 것을 비판하면서 만남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尹 대통령·李 대표 만나는데 의제 정할 필요 있나>에서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과 해병대 상병 특검법 수용, 야권 추진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중엔 통과돼선 안 될 법안도 많은데 어떻게 대국민 사과를 하나”고 했다. 사실상 국정운영 사과를 비판하면서 대통령실 입장에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이 신문은 채 상병 사건 특검 요구 주장을 전하면서 “이런 식으로 의제 싸움에 갇히면 영수 회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 영수 회담은 의제보다는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했다. 영수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구체적인 의제를 올려 조율해야 한다는 여론의 흐름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채 상병 사건 특검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개입 여부 특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을 '결단'해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채·김 특검 수용 결단'은 몽상인가> 칼럼에서 “만약 국민의힘에서 특검 찬성표(대통령 거부권 행사 뒤 재의결 이탈표)가 여럿 나와 특검안이 통과되면 윤 대통령은 어쩌면 총선 참패보다 더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면서 “반대로 국민의힘에서 특검 찬성이 나오지 않아 특검이 무산되면 정권 전체가 깊은 내상을 입게 된다. 국민은 '진실'이 강제로 묻혔다고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결국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위기에 빠지는 딜레마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양상훈 주필은 “이 딜레마를 벗어날 방법이 없지 않다. 윤 대통령이 결정적 순간에 두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결단하면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 상병 사건의 쟁점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인데 현직 대통령에 대해선 기소를 할 수 없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여부도 문재인 정부 시절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양 주필은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약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 '어쩌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깨면 '약점'이 '강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규 의원 원내대표 선출 주장 어떻게 볼 것인가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철규 의원을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이후 변화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는 이 의원에 대해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으나 4·10 총선에서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 등을 맡으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여러차례 비판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윤계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가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 의원이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출 적임자라고 여긴다”며 “그러나 당 안에서는 '또 친윤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철규 의원을 사실상 비토하는 사설을 냈다. 동아는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잘 통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총선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간 갈등 국면에선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한 전 위원장과 대립하기도 했다. 그런 이가 원내 사령탑을 맡는 국민의힘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특히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에 있다곤 하지만 그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사실상 '용산의 여의도출장소' 역할을 했던 국민의힘의 책임이 적을 리 없다”며 “그런데도 자성과 변화의 노력은커녕 다시 친윤 원내대표를 통해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도로 친윤당'으로 돌아가려는 듯하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뉘앙스의 보도를 내놨다. 5면 <與 차기 원내대표 이철규 출마설에 당내부 시끌시끌>에서 “현재 이 의원 말고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 인사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차기 원내대표가 '독이 든 성배가 아니라, 그냥 독배'라는 당내의 평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압도적인 의석수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고, '채 상병 특검법' 등에서 이탈표를 방지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 의원은 조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바뀌지 않을 거란 비관론이 팽배하다”며 “그렇다면 당 안으로는 수직적 당정 관계에 짓눌리고, 당 밖으로는 거야의 벽에 내동댕이쳐지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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