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태양을 피하고 싶을 땐 바로 '이곳'

리빙센스 2024. 4.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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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림의 '맛'다른 여행 16

방콕에서 태양을 피하는 방법

추위가 싫어 떠난 방콕에서도 태양을 피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 그럴 땐 맛있는 망고주스와 에그 프리타타가 반겨주는 시원한 방콕 현대미술관을 찾아가자.

태국 현대미술관MOCA 입구. 화이트 톤의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가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태국의 국립 조각 예술가 논티밧든 찬다나프린 Nonthivathn Chandhanaphalin이 연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행복'

대한민국은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의 차이가 무려 40여˚C 까지 차이 나는 나라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나는 이제 이 기온차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추운 겨울만 되면 너무 뜨거워서 빨리 지나갔으면 했던 여름이 그리워지곤 한다. 그래서일까, 겨울이 되면 뜨거운 방콕으로 향한다. 하지만 갈대와 같은 내 마음. 방콕의 열기에 화들짝 놀라 결국 도시에서 가장 시원한 곳을 찾게 된다. 그곳은 바로 미술관.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무슨 미술관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방콕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태국에서 등장한 신흥 부유층이 아트 시장의 부흥에 큰 영향을 끼쳤고, 주변국의 부유층까지도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어이제 방콕은 동남아시아의 핵심 아트 시티로 명실상부 자리하고 있다.

방콕 현대미술관MOCA은 이 도시의 가장 큰 미술관 중 하나로 태국의 근현대 미술작품을 중심으로 소장하고 있다. 태국의 예술은 불교 색채가 짙은 전통 양식 위주였지만, 한 사람 덕에 태국 고유의 현대 예술을 꽃피울 수 있었다. 태국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조각가 실파 비라스리Silpa Bhirasri가 그 주인공. 르네상스의 본고장 피렌체에서 태어나피렌체 왕립 미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1914년부터 1923년까지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1923년 태국의 초청으로 방콕으로 이주하게 되었고,194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대학인 실파콘대학교Silpakorn University를 설립한다.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에서 온 조각가에 의해 태국의 예술이 부흥하게 된 것이다.

스페인의 예술가 달리를 패러디한 재미있는 작품.
시원한 망고주스와 담백하고 세련된 맛의 에그 프리타타. 방콕 맛집이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다.

실파가 일으킨 태국의 현대 예술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사람은 통신회사 Dtac를 설립한 분차이 벤짜롱쿨Boonchai Bencharongkul이다. 태국 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그는 태국의 젊은 세대가 전통 예술뿐 아니라 현대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미술관 건립에 앞장선다. 덕분에 2000년 태국 최대이자 동남아시아 최대 미술관인 방콕 현대미술관이 개관하게 된 것이다.

미식의 도시 방콕을 방문하면 하루 종일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하다. 부른 배를 안고 방문하기 좋은 장소는 역시나 미술관. 소화도 시키고 더위도 식힐 겸 미술관을 둘러 보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태국의 전통 문양과 사상, 종교의 흔적이 담긴 태국 현대미술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되었으니. 이 나라만의 고유한 형태와 색채를 발견하는 재미는 또 얼마나 쏠쏠한지. 분명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도, 표현 방식도 다른 작품들에서 어딘지 모르게 남아 있는 태국 특유의표현 방식을 차근차근 살펴보며 태국의 예술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

이탈리아에서 부흥한 르네상스가 고대 그리스 예술의 아름다움을 다시 부활시킨 것처럼 태국의 르네상스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들 역시나 태국 전통의 아름다움에 시대성을 더해 발전해 나간 듯하다. 이 역사적인 전환의 시기를 직접 볼 수 있는 일은 분명 행운이다. 요즘은 서양의 현대미술뿐 아니라 동양의 현대미술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조만간 이 흐름 덕에 태국 현대미술도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될 것 같다.

이 미술관 가장 꼭대기 층인 5층에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일본, 러시아, 이탈리아, 노르웨이, 미국 등 해외의 현대미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곡선형의 채광창으로 유럽 박물관 분위기를 재현한 리처드 그린 룸Richard Green room에서는 유럽 출신의 가장 재능 있는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한다. 태국의 근현대 작가들과 영향을 주고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

미술관 1층의 카페에서도 동서양 조화의 향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신선한 망고주스와 이탈리아 스타일로 플레이팅한 에그 프리타타를 함께 맛보다 보면 여기가 태국인지 이탈리아인지 헷갈릴 지경. 맛은 충분히 보장한다. 태국의 뜨거운 태양을 예술적으로 피하고 싶다면, 방콕 현대미술관이 그 답이다. 태양보다 더 큰 에너지를 얻게 될 테니!

오그림@ohgrim_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공유하고 알려주는 브랜드 '아트살롱 오그림'을 운영한다. 여행을 좋아하며, 여행지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에 특히 더 애정을 느낀다.

CREDIT INFO

editor심효진

words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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