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주담대 늘려라' 정책 내놨지만 현실은

노명현 2024. 4. 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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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은행권에 고정형 확대 주문
주금공 커버드본드 발행 등 지원
금리인하 기대감 고정형 안착 변수

가계부채 질적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공급 확대 정책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 비율을 제시하는 신 행정지도를 시행하고 있다.

동시에 그 동안 고정형 정책모기지(보금자리론 등) 공급자 역할을 맡았던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역할 전환을 통해 은행들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상반기 내 였지만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여기에 고정형과 변동형 주담대 금리 차가 줄면서 시장에서 고정형 주담대 공급이 확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고정형 지원' 주금공 역할 전환, 상반기 목표였는데…

금융위원회는 올 초 보금자리론 공급 계획을 밝히면서 민간 장기모기지 취급 기반 마련을 위해 주금공 역할 전환 계획을 밝혔다.

그 동안 주금공은 MBS(주택저당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고정형 정책모기지를 공급해왔지만 앞으로는 시중은행이 고정형 주담대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주금공 장기모기지 '지원'한다는데…은행들 '시큰둥'(1월29일)

금감원은 이달 초부터 은행권에 고정형 주담대 비중 30%를 달성하는 내용의 신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주금공 역할 전환을 통한 자금조달 지원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금융위는 1분기 내 시중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에 대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커버드본드 채권이 투자자가 원하는 만기구조와 규모 등으로 일정하게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재유동화를 지원하는 기구도 2분기 내 출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금융사 수요에 맞게 스왑뱅크 기능을 지원하는 방안도 상반기 중 시범운영한다는 구상이었다. 스왑뱅크는 고정금리 대출 취급으로 인한 금리변동위험 헤지를 지원하기 위한 이자율스왑 전문 금융기관이다.

다만 금융당국 계획보다 실제 주금공의 고정형 모기지 지원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커버드본드 지급보증은 금융혁신서비스 지정 후 상반기 서비스 개시를 위해 준비 중"이라며 "재유동화와 스왑뱅크는 연구용역과 법률자문 등을 통해 연내 시행을 위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고정형 30% 공급 목표지만…

금융당국은 고정형 주담대 공급을 늘려 가계부채 질적 구조를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당장의 금리가 더 낮은 상품을 선택하는 만큼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형보다 높을 경우 소비자 선택을 받기 어려운 까닭이다.

실제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기간 변동형보다 고정형(혼합형) 금리가 더 낮은 수준에 형성되면서 주담대 가운데 고정형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형 비중은 지난해 2월 24.3%에서 올 2월 31.4%로 7.1%포인트 확대됐다.

이를 감안하면 금융당국 기대와 달리 고정형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중동분쟁 등으로 낮아졌지만 연내에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고정형과 달리 변동형 주담대를 선택한 차주들의 금리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실제 변동형 주담대 금리에 반영되는 코픽스 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3.59%로 전달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금융권 일각에선 고정형 확대가 근본적인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 해답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사례로 들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과 우리나라 금융·부동산 시장은 구조와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형 주담대가 일찌감치 자리잡은 미국 등에서도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가계부채 질적 관리 방안은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지 고정형 주담대 확대가 해답일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은행들은 커버드본드가 아니어도 충분히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주택 보유 기간이 짧아 변동형을 선호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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