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넘은 건 가문의 영광” 최정, 韓야구 홈런의 역사 됐다...통산 468호 KBO리그 최다 홈런 신기록(종합)
“이승엽 감독님은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존경하는 대단한 선수였다. 감독님의 기록을 넘어선 건 가문의 영광이다.”
‘소년장사’ 최정(37·SSG 랜더스)이 개인 통산 468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야구 ‘홈런의 대명사’였던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을 마침내 뛰어넘은 순간, 최정은 그 감정을 ‘가문의 영광’이라는 기쁨으로 표현했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방문 경기 4-7로 뒤진 5회 초 이인복의 초구 슬라이더(127km)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올 시즌 최정의 10호 홈런으로 프로 20년차를 맞이한 그의 개인 통산 468호 홈런이기도 했다. 동시에 KBO리그의 새 역사였다. 해당 홈런으로 최정은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현역 시절 세웠던 KBO 통산 홈런 기록(467개)을 넘어 KBO리그의 새 역사를 썼다. 최정이 그라운드를 돌아 더그아웃에 오자 약식 기념 행사도 열렸다.
최정의 홈런포가 기점이 됐을까. SSG는 후속 타석에서 곧바로 터진 한유섬의 백투백 홈런으로 스코어 6-7로 1점을 더 따라붙었다. 이후 7회 초 무사 만루서 박성한과 고명준의 연속 적시타, 롯데 구원 최준용의 폭투를 묶어 4점을 더 보태고 10-7로 경기를 뒤집었다. 흐름을 탄 SSG는 9회 초에도 최지훈의 우중월 적시 3루타와 추신수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얹어 12-7로 롯데를 꺾었다.
최정은 올 시즌을 앞두고도 “지는 경기에서 홈런 기록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대기록이 팀 패배 속에 조명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홈런 직후 다이아몬드를 도는 순간 최정의 표정이 밝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였다. 많은 이가 새로운 홈런 신기록 탄생에 환희를 느낀 순간, 최정은 ‘왜 하필’이란 생각을 떠올렸다고 했다.
경기 종료 후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과 인터뷰서 최정은 이같이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정은 “사직구장 외야 벽이 높아서 홈런을 확신하지 못했다. 공이 넘어가는 걸 보고 구단이 브리핑한 세리머니를 생각했다”면서 “그라운드를 돌면서 많은 생각이 스쳤는데, ‘왜 이런 날 홈런을 쳤지. 이기는 날 쳐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팀이 역전해서 기분 좋고, 정말 다행”이라고 전했다.
최정이 마침내 새로운 전설이 되기 전까지 홈런 부문 기록은 ‘라이언킹’ 이승엽의 전유물이었다. 이승엽은 2013년 6월 20일 KBO리그 통산 1위에 해당하는 352호 홈런을 때린 이후 10년 넘게 해당 기록을 계속 늘리며 2017년 은퇴 시즌까지 467홈런을 때려냈다.
이후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의 지휘봉을 잡아 2년째 사령탑으로 현장을 누비고 있는 상황. 은퇴한 지 벌써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최다홈런 기록은 이 감독의 소유였다. 그리고 마침내 최정이 KBO리그 최다홈런 기록을 새로 썼다.
그러나 최정은 오히려 대기록 달성의 기쁨 이전에 상대 투수들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떠올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정은 “신기록에 2개 차로 다가선 뒤부터 타석에 서는 게 불편했다. 내가 타석에 들어서면 (기념구를 확인하기 위해) 뭔가를 표시한 공으로 바꿨다. 상대 투수에게 미안했다”면서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너무 늦지 않게 기록을 달성해 후련하다”고 했다.
SK 와이번스(05년 1차 지명)를 통해 프로에 입단한 최정은 데뷔 시즌 첫해였던 2005년 5월 21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1군 무대 첫 홈런을 쳤다. 하지만 출장 기회가 적었던 데뷔 첫해는 바로 그 홈런 1개에 그쳤다.
그러나 이듬해 12개의 홈런을 기록한 후 올해까지 19시즌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꾸준함의 상징이 됐다. KBO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달성하는 동시에 시즌 10호 홈런을 때린 최정은 종전까지 갖고 있었던 역대 최초 1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19시즌으로 늘리며 초유의 기록을 새롭게 늘려갔다.
단일 시즌 폭발력도 뛰어났다. 2016년(40홈런), 2017년(46홈런), 2021년(35홈런) 총 세 차례 홈런 1위에 올랐다.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 이제 40대를 향해가는 현재도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최정은 29홈런으로 노시환(한화, 31개)에 이어 KBO리그 홈런 부문 2위에 올랐다. 또한 최정은 2016년 개인 통산 첫 40홈런 이상(40홈런) 고지를 밟으며 생애 첫 홈런 1위 타이틀(공동)을 거머쥐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기록한 가장 적은 홈런을 때린 것이 2022년의 26홈런일 정도로 매 시즌 많은 홈런을 쏘아올렸다. 20대보다 오히려 30대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하며 좀처럼 전성기가 꺾일 줄 모르는 최정이다.
최다 홈런 경신에 이어 올 시즌 벌써 21경기만에 10홈런을 때려내면서 2024시즌 내 500홈런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468홈런을 기록 중인데 32개를 시즌 내에 더 추가한다면 초유의 500홈런 고지도 밟게 된다. 현재 페이스로는 충분히 가능한 숫자다.
이 감독 역시 최정의 기록 달성을 축하하며 “최정이 KBO리그 500홈런 시대를 열 것이다. 600홈런도 칠 수 있다”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최정은 “이승엽 감독님은 한국 야구 선수 모두가 존경하는 대단한 선수였다. 감독님의 기록을 넘어선 건 가문의 영광”이라며 그 기쁨을 표현하면서도 “600홈런까지는 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500홈런은 욕심이 난다”며 기록 경신에 대한 야망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산 최다 홈런은 배리 본즈의 762개다. 일본프로야구(NPB) 최다 홈런은 오사다하루(王貞治)의 868개다. 배리 본즈의 기록은 약물 복용으로 얼룩졌다. 오사다하루의 기록은 이미 수십년 전 달성한 현대야구 이전의 기록이다. 타 리그의 기록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당대 최정이 만들어낼 새로운 전설은 그만큼 현대야구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매우 귀한 신기록이 될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최정은 다가올 500홈런에 대한 포커스에서 벗어나, 다시 꾸준함의 상징으로 돌아가려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정은 “이제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은퇴할 때까지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타자가 되겠다”고 전했다.
최정의 홈런 타구는 공교롭게도 최정과 동갑인 1986년생의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강성구 씨의 글러브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큰 경쟁도 없이 말이다. 업무 관련으로 현재는 부산에서 상주하고 있는 가운데 평소 KIA 타이거즈의 열성팬인 강 씨는 타구를 잡은 이후 환호했다.
그리고 7회말 종료 이후 SSG 랜더스가 사전에 준비한 혜택을 만나 설명하자 흔쾌히 KBO리그 최다 홈런 신기록 기념구를 양도했다.
과거 이승엽 감독의 특정 홈런 기념구 등은 관중을 통해 경매로 나와 1억 원 이상의 고액의 금액에 낙찰되기도 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 타구가 구단으로 양도되는 과정에서 관중과 구단이 마찰을 빚었듯이, 종종 대기록 달성 이후 기념구의 소유권을 두고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원칙적으로는 공을 잡은 팬의 소유다. 하지만 대기록의 의의와 KBO리그 역사 탄생에 의미를 둔 강 씨는 대승적인 차원의 결정에 동의했다.
올해와 내년 시즌 라이브존 시즌권 2매, 최정 친필 사인 배트와 선수단 사인 대형 로고볼, 2025년 SSG 스프링캠프 투어 참여 여행권 2매, 이마트 온라인 상품권 140만원과 스타벅스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조선호텔 75만원 숙박권, SSG닷컴 상품권 50만원을 홈런볼의 반환에 동의해준 강 씨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최정 그 자신에겐 숙명과 같은 사구로 인해 기록 경신이 멈춰설 뻔했다. 지난 16일 KIA와의 인천 홈 경기에서 9회말 짜릿한 동점포를 쏘아 올리며 마침내 이승엽 감독과 나란히 KBO리그 최다홈런 타이 기록의 새 역사가 됐다.
하지만 다음날인 17일 KIA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의 공에 맞았다. 당초 오진으로 인해 미세골절 진단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훌훌 털어내고 2,185경기-8972타석만에 마침내 역사적인 468호 홈런으로 KBO리그의 홈런 역사 그 자체가 됐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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